논술의 뿔 2. 세우는 글(1)

person 김병진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7-12 09:49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학교의 국어 성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언어영역시험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쌤요, 이 문제 답 좀 갈캐 주이소.” “이게 답이라 카는데 이해가 안됩니더.” 그런데 이와 같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 상황을 논술과 관련지어 말씀드리자면 대체로 다음 두 가지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및 감상 능력이 부족하다.
대체로 학생들은 문학 작품을 단편적인 암기 사항-시의 소재, 주제, 운율, 시어의 함축적 의미, 수사법, 소설의 시점, 줄거리, 주요 사건, 인물의 성격, 갈등의 양상, 암시와 복선 등-을 단순히 외우는 식의 학습에 의존하고 있지요. 그렇다보니 교과서 외 작품이 출제되면 지레 겁을 집어먹게 되고, 이미 배운 작품의 경우에도 종합적인 이해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나 새로운 상황에 접맥하거나 추론하는 형식의 문제가 나오면 여기저기에서 ‘에휴~우’ 한숨부터 쉬게 되지요.

기본적인 독해 능력이 부족하다.
국어의 독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실제 대다수 학생들의 독해력은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있습니다. 고 3쯤 되면 국어 공부만 해도 벌써 12년째 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글을 읽고도 자신이 읽은 글을 머리 속에 제대로 정리하여 갈무리하지 못하지요. 정리는 커녕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머리 속에 휑~ 하니 바람만 불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어영역의 문제보다 고차원적인 사유 능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글쓰기 능력까지 요구하는 논술문제를 받아 들면 맥이 풀리고 기가 막혀 한숨소리마저도 쑤~욱 들어갈 정도로 기가 질리고 말지요.

십여 년간 논술을 지도해 오면서 저는, 학업 성적이 최상위 클래스에 들 정도로 우수한 학생인데도 논술문제를 앞에 두고 서너 시간을 골몰하다가 급기야 눈물을 펑펑 쏟는 안타까운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유형의 학생들은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치열하기에 일정한 단계의 훈련을 하게 되면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게 되지요.

그런데 논술을 공부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충분히 90%를 상회할 겁니다-은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과 때로는 논제와 타협하고 말지요. 그 결과 문제의 출제의도와는 상관이 없는 논점 일탈의 답안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혹 여러분 가운데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매년 입시를 치르는 고3 수험생들의 객관적인 실력이자 이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믿기지 않으시면 제가 논술자료실에 올려 놓은 ‘2008 서울대 모의논술고사 평가결과’란 자료를 확인해 보세요. 전교 1, 2위를 다투는 학생들만을 선발하여 논술시험을 쳤는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내신이다 수능이다 해서 학기중에는 사실 논술 공부를 따로 하기조차 쉽지 않을 뿐더러 수험생의 경우에는 더욱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요. 정녕 방법이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행 대학별 논술고사의 체제에선 논술 성적의 상대적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논술 답안 작성 능력만 갖춘다면, 적어도 논술 성적 때문에 입시를 망치는 우는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제가 논술의 뿔을 연재하면서 들어가는 글(2)에서 잠시 언급을 했듯이 현재 학습자의 논술 능력, 투자 가능한 학습 시간, 학습자의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한 치밀한 지도 계획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수험생이라는 특수하고 다급한 문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학습 대안에 불구하지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교 재학생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의 학습 시간을 예비할 수 있으므로 보다 체계적인 학습 방법과 학습 단계를 수립하여 지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논술 학습이라는 것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능력과는 사뭇 동떨어진 어정쩡한 형태의 독서 학습이나 글짓기 수준의 학습에 그치는 바람에 학생들의 논술 능력 함양에 있어 실질적인 효용성이 크게 미흡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논술의 뿔에서는 대학별 논술고사 평가기준을 준거로 하여 이들 대학들이 이 땅의 고3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논술답안 작성능력-대학수학능력-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학습 방안 및 학습 내용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세우는 글은 논술의 뿔 제1장, 제2장, 제3장으로 구성됩니다. 제1장은 초등논술, 제2장은 중등논술, 제3장은 입시논술의 내용을 다룰 계획이며, 각 장의 아래에는 1막, 2막, 3막 등의 순으로 세부 내용을 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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