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멋있어요…….

person 김창호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6-04 09:55

선생님 멋있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초등학교 꼬마 손님들이 도자기 체험을 하러 방문 하는 날.
또다시 짧은 세 시간의 어색한 만남이 시작된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흙을 만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날이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준비된 동영상 강의가 시작되면 차츰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마침 동영상 강의 자료에는 나를 닮은 도예가가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하나씩 보여주는데 뜬금없이 '저기 나오는 선생님 보다 내가 잘생기고 멋지다!’ ‘저 못생긴 선생님은’ 하고 연신 침을 튀기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면 아이들은 반응은 한결같이 ‘에이……. 아니에요’ 하고 일제히 소리를 지르곤 한다.


깔깔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동영상 수업이 끝나고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 시간. 흙을 두드리고 쌓고 모양을 만들어가고, 장식을 마치고……. 나만의 도자기가 만들어졌다. 한 명 한 명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다 보면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금방 지나가버린다. 자기 도자기만 이상해 보였던 친구들의 안쓰러움도 능숙한 나의 도움으로 모양이 이내 고쳐지면 비로소 아이들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수업을 마칠 즈음 도자기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한 명 한 명 칭찬을 해준다.
  ‘그래 잘했다’
  ‘오! 이작품은 이렇게 만들었네!’
  ‘네가 만든 도자기는 200년 후에는 아주 가치 있고 비싼 국보가 될 꺼야!’ 라고 적당한 거짓말도 보태본다.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담긴다. 실제로 그런 마음 간절하고 먼 훗날에도 오늘의 짧은 만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바쁘고 고된 일상에서 살아가는지…….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면 수업보다도 더 긴 시간을 이 학원 저 교습소를 다니며 연신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기에  바쁘다.‘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안 키울 거야’ 라고 다짐을 했건만 또래들이 다 다니는 학원을 자기만 다니지 않는 게 더 이상해 보이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쟁의 굴레로 내모는 건 아닐까!    


문득 나의 어릴 적 시절을 잠시 회상해본다.
학교를 마치면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널따란 운동장을 뒹굴고 마치 자기 땅이라도 생기는 마냥 땅 따먹기를 하다가 어둑어둑 해지면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고는 씻지도 않고 잠이 들곤 했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쩌면 아직은 도자기 만들기보다 작업실 한편에 있는 강아지 만져보고 마당에 있는 자갈을 던지며 노는 게 더 즐거우리라! 건강하게 뛰어 노는 게 더 좋으리라!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 친구들이 하나같이 창문을 열고 외친다.
  ‘선생님! 아까 그 선생님 보다 진짜 멋있어요!’
 '그래. 내가 더 멋있다고 아까 그랬잖아. 고마워'
  ‘푸하하’

웃음꽃 만발한 버스가 부르릉 출발하면 비로소 짧았던 세 시간의 추억여행이 완성된다.

이 글을 쓴 김창호님은 안동에서 도연요를 운영하면서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직업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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