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person 김창호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7-09 13:02

주춤하는 장마구름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일요일 오후...

간만에 꿀맛 같은 휴식을 가져봅니다.

3월부터 7월초까지 하루도 쉼 없이 작업하고, 도예체험 지도 하고, 수강생 지도하고 보낸 뒤라

어느덧   나의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인적 없는 무인도에 가서 24시간만 푹 자는것이 소원 입니

다"라고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빴던 것일까요! 

 얼마나 많은 작품이 전시장에 채워졌을까요!

하지만 작업실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은 4달 동안 정신없이 지도한 도예체험을 했던 학생들의

작품일뿐 제 작품은 몇 점이 없습니다.

순간 맥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학교에서 접해 보지 못하는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도 분명 보람되고

교육적이긴 합니다만 작가로서 최소한의 창작도 하지못했던 내가 직무유기는 아닐런지 하고 

생각해봅니다.

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일...

참 어렵고 힘에 부칩니다.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강생을 지도하는 것도 분명 도자기 하는 사람의 업이라지만, 

그 업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낮에는 작업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선배 도예가의 삶이 오늘따라 한 없이 애처러워 보입니다.

오후 늦게 외출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이런  얘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로정체가 발생하면 오징어, 뻥튀기를 팔지만

영국에서 도로가 막히면 장미꽃을 판매하는 상인이 나타난답니다.

막힌 도로에서 고생한 당신이 안전하게 집까지 도착하도록 기도하며 기다릴 아내에게 선물하라고...

오징어, 뻥튀기 파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꽃을 파는 사람도 필요한가 봅니다.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이 글을 쓴 김창호님은 안동에서 도연요를 운영하면서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직업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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