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10건)

순박한 맨얼굴의 산수유 마을 '의성 화전리'
>> 숲실마을 앞산에서 내려다 본 화전2리 들. ⓒ 장호철 내가 아는 한 가장 빨리 피는 봄꽃은 산수유다(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다른 꽃이다). 견문 짧은 아이들이 가끔씩 '개나리가 나무에 피었냐'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 꽃은 개나리처럼 잎보다 먼저 피는 노란 꽃과 가을에 길쭉한 모양의 빨갛게 익는 열매 때문에 더 유명하다. 80년대 이후 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은 아마 산수유를,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김종길 시인의 시를 통하여 거꾸로 기억할 듯하다. 시 <성탄제(聖誕祭)>에서 열병을 앓으며 잦아들
2008-03-17

야가 가가 아이가?
길에서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날 경우가 있다. 분명히 초, 중, 고 시절 같은 반 아이였는데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어느 시절 친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그 친구는 내 이름까지 알고 있으면 상당히 미안하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좀 낫다.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대충 기억이 복원되기 때문이다. 만약 엉뚱한 친구로 착각하고 한참을 떠들었다면 수습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금요일 오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00 이라는 고등학교 동기라고 자신을 밝혔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3학년 때 같은
2008-03-12

물돌이동(河回) 주변을 거닐다
>> 화천서원의 문루인 지산루. 예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돌기둥도 그리 경박해 보이진 않는다. ⓒ 장호철 병산서원에서 나오던 길을 곧장 풍천으로 향했다. 부용대 아래 겸암정사에 들르고 싶어서였다. 화천서원(花川書院)을 거쳐 화산 부용대 너머 겸암정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병산서원이 서애 유성룡을 모신 서원이라면, 풍천면 광덕리(하회마을 건너편 마을)에는 서애의 형님인 겸암(謙菴) 유운룡(1539∼1601))을 배향한 화천서원이 있다. 1786년(정종 10)에 유운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이 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
2008-03-11

타이어 빵꾸나다
제목에 표준어가 아닌 ‘빵꾸’라는 말을 쓰려니 좀 뭣하긴 하다. 외래어 표기 원칙으로 하면 ‘펑크’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이 말을 쓰는 것은 더 낯간지럽다. 타이어 ‘빵꾸’를 ‘펑크’라고 하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다. 심지어 국어 선생님들도 ‘펑크’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적을 때 ‘빵구’라고 적으면 좀 덜 무식해 보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표준말도 아닌 말인데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낫지 않겠나. 금요일엔 경산으로 출장이 있는 날이었다. 휴가 내지 않아도 콧구멍에 바람 넣을 수 있고 외부에서 출장비도 나오는 이런 날을 좋아한다
2008-03-05

충재 권벌
봉화 닭실마을 전경 - 충재 권벌의 종택이 있다. 사진제공: 봉화군청 권벌은 1478년(성종 9년) 戊戌(무술) 11월 초 6일 안동군 도촌리에서 아버지 士彬(사빈)과 어머니 파평 윤씨(塘의 딸) 사이에서 4아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안동부 도촌리에서 10년간 살던 충재는 10세에 작은 아버지 士秀(사수)를 따라 봉화로 옮겼다. 그리고 19세인 1496년(연산 2)년에 진사시에 15명 중 2등으로 합격하고, 이어서 30세인 1507년(중종 2)년에 丁卯(정묘) 별시 문과에 병과 2등으로 급제하였으며, 소과와 문과에 급제하던 사이의
2008-03-04

결혼식 단상
1. 나이 올해 들어 나이가 먹고 있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흰 머리가 늘어나면서 입을 대는 사람이 많아진다든지, 얼굴에 기름기가 빠지면서 체중이 줄지 않았는데도 살이 빠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것은 외형적인 현상이다. 심리적으로 주변 일들에 열정이 생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에서도 회식 후 노래방에 갈 때쯤이면 빠져 주는 것이 예의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내가 나이를 먹는 문제도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입 직원이 많아져 20대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봄부터 한학 공부 모임에 참석하는데 10여명
2008-02-27

낙동강 마지막 주막에서 만나는 '오래된 그리움'
>> 삼강주막 경상북도 민속자료 304호. 지난 해 12월 복원되었다. ⓒ 장호철 다시 삼강(三江)으로 길을 떠난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나루.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로 간다. 거기 이백 살도 넘은 회화나무 그늘,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에 마지막 남은 주막. 일흔 해 가까이 뱃사람과 장사치들 등 나그네들을 거두었던 어느 술어미의 한이 서린 곳, 삼강 주막으로 간다. 삼강은 낙동강 하구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하회마을까지 가는 길목, 내륙의 미곡과 소금을 교환하던 상인과 보부상들로 들끓던
2008-02-25

아홉 굽이에 흐른 게 어찌 시심(詩心)뿐이랴
>> 죽계구곡. 죽계는 대부분 나무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 장호철 소백산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과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에 걸친,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벋은 소백산맥에 속한 산으로 주봉은 1439m의 비로봉이다. 북서쪽은 경사가 완만하나 동남쪽은 가파른데, 낙동강 상류로 들어가는 죽계(竹溪)가 여기서 비롯한다. 소백산은 한반도 온대 중부의 대표적인 식생을 갖는 지역으로 낙엽활엽수가 주종이다. 비로봉엔 희귀식물인 외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비로봉·국망봉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주목의 최대 군락지다. 이처럼 산과 골이 깊으
2008-02-25

일요일 늦은 오후의 포장마차 콘서트
지역을 이끌어가는 통기타 그룹 징검다리와 함께 한 포장마차 콘서트... 음악을 사랑하는 지역의 음악인들이 공연장이 아닌 포장마차에 모였다. 술, 사람, 통기타, 하모니카, 색소폰, 그리고 추억을 회상하는 감미로운 멜로디 음악과 함께 포장마차의 밤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징검다리 멤버들... 강미영... 머리에 새집을 지은 위대권... 색소폰... 노랫말에 젖어들며... 술병은 쌓여가도.... 음악은 계속되고... 관객들의 앵콜은 계속된다. 한강 이남에서 두번째로 기타를 잘 치는 권두현님....쑥대~머리.... 행복한 일요일 아쉬운 여
2008-02-25

그놈의 공부
자식 농사에서 학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입시철이 되면 학부모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아이들의 입시문제가 된다. 나도 고입 수험생이 있으니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10월이 되면서 주변에서 아이들의 입시에 관한 소식이 들려온다. 먼저 직장의 어느 간부 아들이 과학고 2학년 조기 졸업으로 ㅍ 공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좋은 일이네 생각하고 넘어간다. 이어지는 소식은 나랑 동갑내기 동료의 아들이(딸아이와 같은 학년) 강원도에 있는 유명 자사고에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안동 시내 몇 곳에 축하 현수막
2008-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