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 종택에서 음악 감상회가 있던 날 어떤 남자를 보게 되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많아야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잘 생긴 남자였다. 그 날 저녁 음악 감상회에서 추천하는 음악이나 낭송시가 심상찮았고, 언행이 재기발랄하고 끼가 넘쳤다. 구김없이 잘 노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주최를 한 박선생님이 도와준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깜짝 놀랐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각종 문화계에서 50대는 되어야 명함을 내미는 안동이란 땅은 40대 초반이면 애 취급을 받는 곳이다. 그 안
2008-07-17
칼럼 (910건)
영조는 유관현(柳觀鉉) 김성탁(金聖鐸) 김경필(金景泌) 유정원(柳正源) 이상정(李象靖)이 대과에 동반급제하자 그들을 가리켜 화산풍우오룡비(花山風雨五龍飛)라 했다. 추로지향으로 알려진 안동지방이지만 조선조 과거사상 5명을 동시에 합격시킨 일은 이것이 처음이요 마지막이었다. 화산풍우오룡비(花山風雨五龍飛)중 삼산(三山) 유정원(柳正源)은 1730년 지금의 안동군 예안면 주진동(三山)에서 석구(錫龜)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관이 전주(全州)인 그는 사대부의 집안 후예답게 5세부터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다. 아버지는 그의 총명함을 보고 후일 이
2008-07-15
6월 16일 닭실마을을 빠져나온 후 향한 곳이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에 있는 문수산(文殊山) 축서사(鷲棲寺)다. 처음 가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이름도 처음 듣는 곳이다. 닭실마을에서 봉화 쪽으로 나오다 물야 쪽으로 조금 달리면 축서사란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산을 오르는 가파른 길이 나온다. 이 정도 경사라면 기어를 2단 정도로 내리고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이 길을 한참 올라가면 8~9부 능선쯤 되는 곳에 축서사가 있다. 절에서 바라보면 많은 산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부석사의 그것 못지않다
2008-07-09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써 놓고 보니 꼼짝없는 신파다. '인간은 서서 걷는다'는 진술과 다를 바 없는 맹꽁이 같은 수작이다.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몸뚱이와 그 기관의 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몸이 늙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것은 명확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다. 산 따위를 오르다가 적당한 높이의 내리막을 내려가 보라. 혹은 쉽지 않은 틈새의 개울 같은 허방을 뛰어넘어 보라. 대체로 젊은 축들은 서슴없이 뛰어내려 버린다. 대상을 보는 순간, 그 높이와 자신이 발을 디딜 위
2008-07-08
월요일 인편으로 한 권의 책을 받았는데 안동넷에서 보내온 안상학 시인의 ‘아배 생각’이라는 시집이었다. 안상학 이란 시인의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인사를 나눈 기억은 없다. 들춰보니 내 이름과 함께 시인의 서명이 있었다. 받는 사람의 이름과 함께 책을 보낸 성의를 보인 시인에게도, 그렇게 부탁했을 안동넷의 우이사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성의가 담긴 선물에는 성의로 보답해야 한다. 수요일 밤 시집을 다 읽었다. 밤늦게 성의 때문에 읽은 시집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그래,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시인의 경향성 어쩌구
2008-07-03
공은 허백당(虛白堂) 김양진(金楊震)의 증손인 유연당(悠然堂) 김대현(金大賢)의 아홉 자제 중 여섯째 자제이며 자는 효징(孝徵) 호는 학사(鶴沙) 휘는 응조(應祖)이며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16세 때 부친을 여의고 줄곧 백형(휘: 봉조奉祖)의 훈도를 받으며 성인이 되었다. 학사집(鶴沙集): 이 책은 도산서원에서 소장하던 『학사집(鶴沙集)』이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의 시문을 총6책으로 엮어서 1776년 후손 김서필(金瑞必) 등이 목판본으로 편집 간행하였다. ⓒ유교넷 제공 권두문(權斗文) · 권호신(權虎臣)선생에게
2008-07-02
세계현대 미술시장... 아트 대구 2008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발원지인 대구에서 오늘날 세계 현대 미술의 흐름을 감상하며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페어(미술견본시장)입니다. 국내외 화랑들이 소개하는 300여 작가들의 다양한 우수작품들이 거래되는 미술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기간: 2008.6.25 - 6.30 전시분야: 회화/판화/조각/영상/설치/사진 해와 달과 소나무는 우리네 일상이고, 노인의 지게 만큼의 힘겨운 일상 마저도 무당벌레 라는 희망앞에서는...
2008-07-01
▲ 칼국수 우리 집에는 이 칼국수를 '누렁국수'라 부른다. ⓒ 장호철 식성은 결국 '피의 길'을 따르는 듯하다. 아이들의 식성이 어버이들과 한참 다른 듯해도 종내, 부모의 그것을 따르게 마련이라는 걸 가르쳐 주는 건 세월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 가운데서 가장 원형적인 형태로 유전되는 것이 미각인 까닭이다. 마흔 고개를 넘기면서 나는 아니라고 믿었던 내 미각이 선친의 그것을 되짚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성년이 된 아이들의 식성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이들의 미각이 역시 내가 밟아왔던 길을 꼼짝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우쳤다. 대
2008-06-30
딸아이 학교에 가는 길에 학교 근처에서 어떤 문패를 보게 되었다. 상당히 인상적인 문패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000은 아는 사람이다. 문패의 주인공이 그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문패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 사람은 안동에 온 후 1년쯤 지나서 만나게 되었다. 같은 칵테일 바의 단골손님 사이였다. 작은 사업을 하는 문패의 주인공은 시내에서는 늘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어느 방송국 카메라 기자를 했는데 촌지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만두고 나왔다고 한다. 한 번 정식으로 만나 인사
2008-06-26
▲ 조선의 베스트셀러 -조선 후기 세책업의 발달과 소설의 유행 ⓒ 프로네시스 ‘소설’은 무엇인가, 아니 좀 더 쉽게 얘기해 보자. 대체 ‘이야기’란 무엇인가. 처음으로 소설이 유통되던 조선조 후기 사회에서 그것은 어떤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을까. 그들에게 소설은 어쩌면 극적으로 구성된, 그리고 남몰래 들여다보는 ‘타인의 삶’ 같은 건 아니었을까. 완고한 성리학의 세계관과 규범 아래서 억압적 일상에 묻혀 있던 18세기의 조선 사람들, 특히 사대부가의 부녀자들에게 소설은 마치 ‘상상으로만 저지르는 염문’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
200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