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이때쯤 아버지는 비로소 농부 옷을 벗어 던지시고 머리에 물을 발라넘기셨다 그리곤 예안김가 27대손 자랑스런 후손으로 두루마길 둘러 입으셨다. 아들에게 한마디 이렇다 말 한번 다정스럽게 건낸적 없던 그도 선산시제(先山時祭)를 올리고 나서는 손으로 풀을 뽑으며 무거운 입을 여신다. “야야 그래 너네 고조에 할배다. 힘이 장사라꼬 할배가 늘 쌍 이야기 했다. 대단했다 너네 할배가” 그래 말씀하시고는 낙동강이 보이는 저 산 아래로 하늘하늘 걸어 가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 어깨가 너무 좁아 코스모스와 닮았다고 느꼈다. 아버지 살아 계
2008-11-10
Wow my life (84건)
순댓국 돼지를 삶은 국물에 순대를 넣고 끓인 국을 말한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면서 그 영양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식이다. 서울에서 사랑받는 순댓국집은 많이 있다. 남대문의 철산집, 고대앞 오소리식당, 마포연남순대국, 삼성동박서방순대국집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순댓국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크게 뛰어난 순댓국집 이라고 하여 가서 먹어보면 틀림없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는 한데 놀라운 맛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달전 시설관리공단 박부장님의 소개로 알게 된 이 집은 그래서 내게는 새롭다. 상
2008-10-20
배고픈 시절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라면’이라도 끓여먹지 그랬냐고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인스턴트의 해악성이 강조되면서 라면도 피해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건강 라면도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여간 라면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 쉽게 끊기 어려운 식품이지요. 라면은 면과 스프라는 단순한 시스템의 결합이지만 백명이 끓이면 백가지 맛이 나는 것이 라면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라면집은 .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자리한 매일분식입니다. 매일분식의 라면은 장안의 여타 라면과는 또 다른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2008-10-06
떡은 교모하게 주꾸미를 파고 듭니다. 그리하여 짝을 이루고 마침내 그 맛의 절정을 이룹니다. 이집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 것입니다. 아직도 서정이 무엇인지 이해하시고 받아주시는 남도의 큰 누님의 배포 주변에 이름있는 집에서는 어림없지요. 바쁘게 먹고 자리를 일어서기 바쁘니까요.(노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소리꾼 도재형 불러주실 전화번호 011-752-6218) 팔완목 문어과 주꾸미는 타우린이 많아 피로 회복에 그만 입니다. 낙지나 문어 보다 값이 없어 부담도 적지요. 서울에서는 충무로, 논현동 등에서 유명한 주꾸미 집들이 성업 중
2008-09-22
유관순 열사께서 3·1독립만세운동을 벌인 곳 병천(竝川)은 우리말로 ‘아우내’다. 이곳 아우내 장터에서는 소박한 병천 5일장이 지금도 열리고 있다. 옛날 장터 음식의 대표격인 국밥은 비싸지 않으면서 영양가가 높은 허드레고기를 이용한 국밥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순대가 중심 역할을 했었다. 병천순대는 이러한 장터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전형적인 민중식품이다. 순대국밥은 소상인들과 빈농, 서민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오랜 전통과 더불어 전승·발전돼왔다. 요즘은 한끼 식사는 물론 술국으로도 인기가 높으며 미식가들이 손꼽는 기호식품이기도
2008-09-08
삼전의 어르신 초밥의 달인이시다. 빠른 손놀림을 보라. 오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밥 덩어리에 날 생선을 붙인 지극히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원시적이기도 한 생선 초밥이 고급음식의 대명사로 우뚝 선 이유는 무엇일까. 저칼로리 저지방의 건강음식이라는 점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외국에서 초밥집을 연 일본인들이 서로 단결해 가격 경쟁을 삼가고 초밥은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 심기에 주력한 탓이 크다. 음식을 신화할 수 있는 일본인들의 마케팅 전략전술 . 생선 초밥의 특징은 한마디로 화(和)라고 할 수 있
2008-08-25
>> 자에 해당하는 혜화동칼국수집과 웅에 해당되는명륜동칼국수집의 위용 자웅을 겨룬다고 하니 재미가 있다. 두 식당은 직선 거리로는 500m 정도에 불과하나 사실 명륜동과 혜화동 이라는 지명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명륜동칼국수와 혜화동칼국수라고 부른다. 이 두집이 특히 유별나게 국수를 잘한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칼국수는 흔한 음식이며 지방마다 골골마다 이름난 칼국수집이 넘쳐남을 인정 않을 수 없다. 실로 맛있는 칼국수는 일본 및 중국사람들도 매우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여 인바운드 관광회사에서는 명동칼국수 들
2008-08-11
족발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흔히 소주 한 잔 하기에 가장 무리 없는 안주로 선택하는 안주의 넘버 10에 해당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족발. 그 옛날 마을에서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인 뒤, 뼈를 흐트려 놓게 되는데 아무리 푹 고아도 족뼈에 만은 유난히 개미가 새까맣게 달라붙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족발의 위력이다. 하찮은 미물(베르베르가 울겠다)들도 맛을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다른 뼈들은 햇볕을 쏘이면 하얗게 색이 바래지만 족뼈만큼은 노란 진액이 계속 배어난다고 한다. 또 겨울철 날씨가 제 아무리 춥더라도 돼지족에 동상이 걸렸다는
2008-07-28
세상에나 서울 도심에 그것도 심장부에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사실 이 집을 알게된 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나는 평소에도 아사꾸라박사와 친분이 많은 현사장님을 졸라 이집을 찾았다. 일본 오오사까에 있는 민족학박물관 아사꾸라(朝倉)박사님은 이집의 단골중 단골인데 한국에 입국하면 공항에서 이리로 바로 직행한단다. 아사꾸라박사님은 목포에서 강의도 하였던 분이라 한국말을 우리 보다 더 맛깔스럽게 하시는 분인데 일본에서는 한국통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이 분은 한국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역사에 대하여 이야
2008-07-14
먹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 놓고 무슨 주막이야기냐 하실분이 있을수 있겠지만서도 그건 아닙니다. 본 주막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연이 깁니다. 지금도 살아있는 주막이기도 하고요. 할매가 김치전이나 두부국을 경상도 식으로 뻘겋게 끓려 내오면 나그네는 그 때서야 한시름을 놓게 되는 것이지요. 유명방송국 9시 뉴스에 나오고 부터는 인심이 조금은 사나워 졌다고들 하는데 ........하여간 이 주막은 조선시대 영남 사람들이 문경 새재를 넘기전 낙동강을 건너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지도를 펴 보세요 낙동강이 원래 부터 남쪽(남해)으로 흐르는 것이
2008-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