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사노라면 (82건)

집안내력
부모와 자식이 비슷한 행동을 할 때 집안 내력이라고 한다. 유전자의 절반을 가져간 자식이 특정 부분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들이나 딸을 보면서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1. 이성교제 지난주 목요일 밤 11시경 걷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다 아파트 단지 입구 쪽에서 아들을 만났다.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고 나간 놈이 독서실과는 조금 떨어진 도로가에 있는 것부터가 이상한데 가만히 보니 옆에 어떤 여학생이 앉아있다. 나를 발견한 아들이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어? 아버지” “(아무렇지도 않은
2008-08-29

가이드실습
평소 농담반 진담반으로 퇴직 후에는 가이드를 하며 살겠다고 하고 다닌다. 지난 주말에 가이드 실습을 할 기회가 생겼다. ‘텃밭 가꾸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소담이’님께서 지인들과 함께 안동을 찾았다. ‘소담이’님은 칠순을 코앞에 둔 자칭 할머니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방송통신대학 공부도 하고 일본어도 공부하는 분이다. 취미가 공부라고 스스로 밝히는 분이다. ‘소담이’님에겐 일본인 친구 한 사람이 있는데 최근 정년퇴직을 했고, 고향에서 한국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의 모 대학에 어학연수를 와 있다고 한다.
2008-08-18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안동 선비의 생활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이다. 기독교 문화에서 성장한 영향도 있고, 아버지께서 막내인데다가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니 봉제사와는 별 인연이 없다. 그래도 안동 선비 흉내를 조금 내려면 접빈객은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여름이 되고 휴가철이 되어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안동에 관해 뻥을 친 보람이 있어 이번 휴가철에는 안동으로 찾아오는 지인들이 제법 된다. 벌써 안동을 찾은 손님이 세 팀, 앞으로 찾을 손님이 최소 한 팀, 많으면 두세 팀이 더
2008-08-12

큰 산을 찾아서
요즘 몇 차례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 1711~1781)이라는 성리학자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퇴계 학맥이 하나의 산줄기라면 대산은 퇴계, 학봉, 갈암 등과 같이 그 줄기를 따라 솟아오른 높은 봉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퇴계 이 후 가장 높은 봉우리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주자에 대해 정통한 성리학자로 당시 성리학으로 그를 넘을 학자는 없었던 모양이다. 대산은 한산 이씨로 목은 이색의 15대손인데 갈암 이현일의 아들 밀암 이재(대산의 외주부)에게 3년 동안 수학하였다. 25세인 영조 10년 문과에 급제하였으나 관직
2008-08-02

남한산성 그 후 '김상헌 따라가기'
올해 이 땅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소설은 아무래도 김훈의 남한산성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에서도 말들이 많더니만 소설 밖에서도 이 소설을 두고 읽은 이들의 말들이 많았다. 연말의 각종 문학지에 이 소설에 대한 평론들이 많이 실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에게도 주목을 받은 소설인 모양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소설로 인해 역사 인물 한 사람의 복권이 이루어졌다. 병자호란 당시의 주화파 최명길이다. 최명길은 나약한 지식인, 좀 더 나쁘게 말하면 비겁한 벼슬아치 정
2008-07-31

도시, 공간, 생활세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읽은 책으로 그 전에 동양철학을 하는 지인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 정치경제학적 입장에 서서 도시를 분석한 책을 읽으면서 서울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를 접하니 자연 촛불시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고등학생들에 의해 불이 붙은 이번 촛불시위를 두고 여러 계층에서 여러 각도에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번 촛불시위와 관련하여 인터넷의 영향이라든지, 새로운 세대의 발랄함과는 별도로 다른 사람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도시화와 관련하여 생각을
2008-07-24

나를 반하게 만든 남자
간재 종택에서 음악 감상회가 있던 날 어떤 남자를 보게 되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많아야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잘 생긴 남자였다. 그 날 저녁 음악 감상회에서 추천하는 음악이나 낭송시가 심상찮았고, 언행이 재기발랄하고 끼가 넘쳤다. 구김없이 잘 노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주최를 한 박선생님이 도와준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깜짝 놀랐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각종 문화계에서 50대는 되어야 명함을 내미는 안동이란 땅은 40대 초반이면 애 취급을 받는 곳이다. 그 안
2008-07-17

봉화 축서사(鷲棲寺)
6월 16일 닭실마을을 빠져나온 후 향한 곳이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에 있는 문수산(文殊山) 축서사(鷲棲寺)다. 처음 가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이름도 처음 듣는 곳이다. 닭실마을에서 봉화 쪽으로 나오다 물야 쪽으로 조금 달리면 축서사란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산을 오르는 가파른 길이 나온다. 이 정도 경사라면 기어를 2단 정도로 내리고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이 길을 한참 올라가면 8~9부 능선쯤 되는 곳에 축서사가 있다. 절에서 바라보면 많은 산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부석사의 그것 못지않다
2008-07-09

아배 생각(시집)
월요일 인편으로 한 권의 책을 받았는데 안동넷에서 보내온 안상학 시인의 ‘아배 생각’이라는 시집이었다. 안상학 이란 시인의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인사를 나눈 기억은 없다. 들춰보니 내 이름과 함께 시인의 서명이 있었다. 받는 사람의 이름과 함께 책을 보낸 성의를 보인 시인에게도, 그렇게 부탁했을 안동넷의 우이사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성의가 담긴 선물에는 성의로 보답해야 한다. 수요일 밤 시집을 다 읽었다. 밤늦게 성의 때문에 읽은 시집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그래,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시인의 경향성 어쩌구
2008-07-03

어떤 문패
딸아이 학교에 가는 길에 학교 근처에서 어떤 문패를 보게 되었다. 상당히 인상적인 문패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000은 아는 사람이다. 문패의 주인공이 그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문패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 사람은 안동에 온 후 1년쯤 지나서 만나게 되었다. 같은 칵테일 바의 단골손님 사이였다. 작은 사업을 하는 문패의 주인공은 시내에서는 늘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어느 방송국 카메라 기자를 했는데 촌지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만두고 나왔다고 한다. 한 번 정식으로 만나 인사
2008-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