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딸내미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이번 졸업식만큼은 아빠가 꼭 와야만 한다고 몇 주 전부터 경고성 멘트를 강하게 날렸다. 아마도 1년 전인가 단 한번 아빠와 함께하는 체육시간을 보낸 것 이외에는 한 번도 이놈을 위해 시간을 내지 못했다. 물론 큰 놈도 같은 유치원을 다녔지만 그놈에게는 그나마 단 한번도 시간 내어 유치원을 가보지도 못했다(아니 안 갔다 토요일인데도) . 아이들이 먼저인 요즈음 세상에 항상 나는 “미안해 아빠 오늘도 회사 가야해” 이말 외에는 해본 바가 없다. 마누라 말처럼 정말 간이 부어 배밖에 나왔다고 해야
2009-03-30
Wow my life (84건)
경동시장은 한국의 역동성을 대표하는 곳이다. 그 버라이어티함이란. 약재 시장으로 알려진 이곳이지만 다양한 시장 농수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서울의 알뜰살뜰 아주머니들을 늘 설탕물에 개미 꼬이듯 꼬이게하는 곳이다. 하여간 오늘 소개할 이집은 평소 매운것을 잘 먹지 못하는 우리 팀원들을 골려줄 요량도 숨어 있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익히 매운맛으로 정평이 난 냉면집이라 벼르고 벼르든 차였다. 노형제자매가 냉면을 직접 뽑고 홍보하고 써빙하여 유명해진 이집은 이름 그대로 '소문난 냉면집'이다. 이집의 특징은 쫀득한 면발에 양념을 그대로
2009-03-16
신당동 가구골목 안에 30년 전통의 홍어집이 있다. 간판에는 그냥‘홍어찜. 회’라고만 적혀있고 상호가 별도로 없다. 83세의 할머니의 87세의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양념과 칠레산 홍어를 잘 삭혀 내놓는 집으로 정평이 나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비밀스러움을 간직하며 해가 떨어지면 유령처럼 이곳으로 스며든다. 이 집만의 장점이 몇 있다. 일단 저렴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 홍어찜이 대 40,000원 중 30,000원 소 20,000원이다. 홍어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집에는 할머니표 양념장이 있다. 초간장을 막
2009-03-02
지난 늦여름 어머니를 뵈올 때 일입니다. 이가 약해져도 먹고 싶은 건 있는 법입니다. 어머니는 고기를 좋아하시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내 고기를 먹고 접다고 말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조릅니다. 밀린 효도를 당일치기 시험 공부하는 요량으로. 어머니 꼭 드시고 싶은 것이 있을 것 아니유. 그래 송어회를 먹고 싶다. 더 이상 머무를 필요는 없지요.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선몽대는 유서가 깊은 곳입니다. 우리들 어릴 때 추억도 있는 곳이지요. 저는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송어와 함께 살아납니다. 오천교송어회는 이곳
2009-02-16
좌측 2분은 일본 아가씨들이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면서 김치값을 흥정하고 이리와서는 오뎅, 순대, 떡볶기를 맛있게 먹고 사라졌다. 진짜 한국의 멋을 아는 분들... 소주 한잔 드리니 한곡을 그냥 불러 보란다(참고 한곡 2,000원) 보랏 !!!!!!!!! 4만원어치 자연산 광어의 자태를 밥위에 오징어 젓갈 - 환상적인 조화 보라 토하가 널부러져 있지 않은가... 광장시장의 묘미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맛이 어우러진 그래서 우리의 가슴속에 본원적인 사회성을 일깨우는데 있다. 말하자면 인간들이 20만년전 산에서 내려와 끼리끼리 무리지어
2009-02-02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직격탄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경제는 물론 개인의 삶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힘들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때 우리 같은 서민은 다시 먹거리에 있어서도 효율적이고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싸고도 맛있는 곳 그곳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중림동 호수집은 서부역 언저리에 있는 닭고기집입니다. 주 메뉴는 닭고치와 닭볶음탕이 주력인 집입니다. 이곳 중림동도 빠른 속도의 재개발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서울의
2009-01-19
>> 허름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었다. 어저께 까지만 해도 적어도 >> 설렁탕도 깨운하다. 소머리는 쫄깃하다. 깨운하여 필시 프리마는 침투되지 않음이 확실하다 >> 중정에는 우거지가 쌓여 있다. 이들은 곹 술꾼들을 걸러서 먼 여정에 돌입할 것이다 >> 갈비찜 끓여놓은 놈을 이렇게 한 번 더 구워준다. >> 먹음직 실제 무척 부드럽다. 종일 삶아 놓으니 >> 주방은 연탈불에서 이제 도시가스로 바꾸어 그 정치를 잃었지만 중정에 있는 한데 부엌은 지금도 연탄을 쓰고 있다 >> 주방 아저씨 추탕을 푸고 있다. 이 아저씨 인사법은 국보급이
2009-01-05
아귀는 지역에 따라 물곰, 물곰배기라고도 불린다. 본인이 추측하기로는 입을 아가리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이름이 연원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아귀를 잘보면 아가리 밖에 없다. 그러니 너는 아가리다. 이렇게 된 것이 확연하지 싶다. 워낙 입이 커서 붙여진 이름 아귀를 아구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란다. 원래 아귀(배고파 죽은 귀신)라는 용어와 동음이어이기 때문이다.(하기아 아귀라는 귀신은 아구처럼 생겼을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그 먹성과 게글스러움을 안다면) 얼마 전만 해도 쉬 상하고 입치레뿐이라서 잡히는 족족 내다 버릴 정도로 인기없는
2008-12-22
내 기억 속에 붕어는 사실 저수지나 강가가 아닌 논바닥에서 자릴 틀고 있다. 늦가을 아버지는 벼를 쉽게 베어내기 위해 논의 물골을 터놓는다. 벼를 벨 때 발이 빠지면 작업이 더디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장마 때 물골을 따라 논으로 들어왔던 붕어들이 그 제서야 물골을 타고 나온다. 통상 강가나 저수지의 붕어는 검은 빛깔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나 논 붕어는 호박 속 같은 노란색을 띠게 된다. 누런 붕어가 물골에서 퍼덕거리면 얼른 양동이에 담아 두었다가 집으로 가져와 배를 가르고 무청을 깔고 고춧가루, 마늘, 고추장을 듬뿍 넣고 조려서 먹
2008-12-08
두꺼비 부대찌개라. 역사가 깊은 집이지요. 90년대 처음 수원에 올라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마누라가 된 여고생을 만났지요. 고3 2학기 현장실습 나온 솜털 보송한 이 아이를 꼬여 수원 팔달산 인근으로 데이트를 즐기다가 출출해지면 자주 갔던 부대찌개집입니다. 수원 사람이면 모르는 이 없는 이 부대찌개 집은 그리곤 이상하게도 한 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 맛을 잊을 만큼 바쁘게 살아 온 이유도 있겠지만 부대찌개 집은 가까운 집 주변에도 널려 있어서 그런가 생각해봅니다. 주말저녁 마땅한 찬거리가 없던 마누라는 근처 순댓국집으로
200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