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김C의 색즉시공 - 고택이 담은 스토리텔링

person 바람난김C
schedule 송고 : 2010-07-14 10:06

고택이 담은 스토리텔링

 

 필자가 소개하는 고택 이야기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 소개에서 고택에서는 어떤 것을 체험할 수 있는가를 소개했다면 이번호에는 '고택만이 담고 있는 맛'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소개해드릴 맛은 입으로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지는 맛을 말한다.  고택을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저 '보존해야한다', '지켜야한다'라는 명제에 묶여 바라만 봐야하는 것에 머물게 되고 그것은 건축물에 불과하다라는 인식을 넘어설 수 없게 된다.   '함께하고 나누는 문화'로 바꾸어가기 위해서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 하나의 예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를 소개하는 안동의 방식이 최근 들어 더욱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텔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이야기를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수곡고택'에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 볼까 한다.

 

가일마을 수곡고택을 찾아..

지난 4월 마지막주에 '수곡고택'에서 문화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일마을'을 찾았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대금소리가 들리고 있어  필시 이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단골로 출연하시는 임성국 선생님이겠구나 싶었다. 

고택에 들어서니 선생님께서는 체험객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창을 가르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주고 받으면서 창을 시키시기도 하고 조금의 선물로 몰입도를 올리고 계셨다. 

선생님의 화법에는 낭창한 유우머와 인자함이 함께 묻어 있어 모두들 좋아해 스타적 기질을 품고 계신 분이다.  늦게 도착하여 그 인자하신 모습을 한장 밖에 담지 못하여 죄송할 따름이다^^

 

다음에 나오신 해금의 이정순 선생님도 연주를 하나하시곤 체험객들과 해금 이야기를 하시고 또 한곡 하시고 이야기를 하신다.  요즘 트랜드의 곡을 많이 선곡하여 연주를 해주셔서 친밀감이 더욱 간다.  선생님의 설명에서 필자도 처음 알았지만 국악기를 만드는 8가지 재료 모두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해금이라고 한다.  더 자세한건 머리가 나빠 기억하지를 못해 독자들에게 소개를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단방향에서 쌍방향으로의 전환 

안동에서의 문화공연을 많이 보아 왔지만 이제까지의 공연은 그저 들려주고 보여주는 일반화된 패턴이었으나 이날 '수곡고택'에서의 행사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아~ 이런 방식 좋다!"라고 생각이 기울때쯤 이 지역 입담꾼인 류필기씨가 방문을 열고 마루에 턱 앉더니 "어에~ 들을만 하디껴?"라며 한줌의 말을 체험객들에게 휙~ 던진다.  그 한마디에 체험단 관심도 급상승하여 "이건 또 뭘까?"하는 기대감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을 한 템포도 놓치지 않고 사투리 짙은 질문을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으니 금방 웃음들이 터져나오고 몰입이  되었을때  슬슬 안동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필자는 체험객도 아니고 더욱이 안동사람이라 입담꾼이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자라고나할까??  갖가지 이야기를 섞어 판을 만들고 그 위에 사투리를 고명으로 얹어 체험객들에게 던져주니 체험단은 그저 받아 먹기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그걸 지켜보는 나 또한 재미가 있었으니 그놈의 입담 참 한솜씨하네 그려^^ 

이야기를 한판씩 받아 먹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섬세하게 반응하는 여자분들의 표정을 계속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몰입하는 체험객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그날에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상기된다.  고택이 감싸 앉아주는 느낌속에서 마이크 없이 구성지게 뱉어내는 목소리에 실린 류필기씨의 이야기 한판이 다시 먹고 싶어진다.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이날 수곡을 찾은 체험객들은 각 나라로 대사관 문화원에 파견되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들을 하고 계신분들이다.  다른 누구보다 우리 문화에 깊이를 갖고 접근해야할 사람들이라 이런 유형의 행사가 매우 주요하리라 생각한다. 

문화를 알아야할 사람들의 마음 깊은곳에서의 울림이 있어야 타인에게도 공명을 시킬것이므로 이러한 쌍방향성 문화접근법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 우리 일반인들은 또 어떠한가?  안동에 온다면 이미 예측을 하고 온다.  하회탈춤을 볼 것이고 도산서원을 관람할 것이고 혹이나 갓쓰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볼 수도 있고 등등의 표면적 예측을 하고 실제 방문을 해서도 표면적 예측 이상의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감동이 없는 문화보이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이 안동을 찾되 고택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면 '수곡고택'처럼 관리가 되고 있는 고택으로 모시고 스토리텔러가 스토리텔링을 해주도록 해야한다.  텔러의 말처럼 손바닥에 느껴지는 마루의 질감과 창호지를 통해 드나드는 바람의 느낌등을 오감으로 느끼며 옛날의 멋진 이야기들을 들어야 문화속에 빠지게 된다.  고택의 기둥에서 수백년 숙성되어 나온 희노애락의 사연들은 숙성된 와인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걸 깨달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 안동은 '수곡고택'과 같은 하드웨어가 충분히 많다.  고택체험까지 하드웨어적 범주에 넣어 본다면 이젠 스토리텔링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가미한 다양성을 추구해야한다. 

 

아이들이 본 가일마을 수곡고택

필자는 고택에 대한 소개를 당시의 실제 예를 들어 간접적으로 설명하기를 원한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인터넷에 넘쳐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역시 필자가 본 '수곡고택' 보다는 아이들이 또는 무심코 들어온 이들이 본 느낌은 어떨까를 대신 전달해주고자 주말에 다시 '가일마을'을 찾았다.


'수곡고택'이 있는 '가일마을'은 마을의 인심이 태양처럼 아름답다라는 뜻이라 한다.  이 인심 좋은 마을에 누가 왔을까하고 마을 초입 휴식공간을 살피니 한쌍의 연인과 한 가족이 있었다.  딸 아이 세명을 대동한 어머니에게 말을 붙일까 아이들에게 말을 붙일까 기회를 엿보다 아이들에게 말 붙일 기회를 잡았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고택에 관한 이야기만 간단히 적어볼까 한다.

 

필자 : "저기 안에 있는 고택에 가보았니?"
아이들 : '네~ 엄청 크던데요.'
필자 : "그래^^ 어땟어? 볼거 없지?"
아이들 : '저기에서 살고 싶고요.. 깨끗하고요.. 좋았어요.'

필자 : "^^; 뭐가 좋아?"
아이들 : '그냥 좋았어요. 근데 좀 심심하기는 했어요'

필자 : "놀거리가 없지?"
아이들 : '예.. 놀거리는 없었지만 구경하고 나름 괜찮았어요^^'

 

필자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동안 당황스러웠다 예상밖 대답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올거라고 생각한 것은 필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도 숙제 때문에 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었고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관리되는 문화재의 효과에 필자는 감동을 먹었다. 


마을 전경과 나무를 몇장의 사진으로 담고는 다시 고택의 대문을 들어서니 관리하는 직원 여럿이서 바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고택체험을 위해 4가족이 방문한다고 굼불을 지피고 이것저것 준비에 분주하였다.  관리가 되고 있는 고택과 그렇지 못한 고택의 차이는 아이들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이번에 느끼게되었다.

 

쌍방향성 공연방식의 개발과 고택 관리를 위해 매일같이 닦고 쓸고 있는 '경북미래문화재단' 분들에게 안동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외형적인 부분에만 예산을 쏟을게 아니라 내실있는 관리에 예산을 쓰는게 더 효과적이라는걸 새삼 느끼면서 '수곡고택'의 소개는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마치고자 한다.

 


  

* 이 글은 안동문화 필에 소개되었음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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