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속이야기 - 바람의 신(神) - 영등신

person 박장영
schedule 송고 : 2010-07-12 11:19

1. 영등신이란?
 영등신은 우리 지역에서는 영등할매라고 합니다. 일기가 불순하면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일기가 순조로우면 풍작을 바랄 수 있었는데 영등할매는 바람과 농작의 풍흉과 관계 되는 농신(農神)의 성격을 가집니다. 또한 영등할매가 지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거센 바람이 일어 난파선이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부들은 이 기간 동안은 출어를 삼가며 일을 쉽니다.

2. 영등할매는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
 영등할매는 바람을 일으키는 신으로, 천계에 살고 있다가 2월 초하루에 지상에 내려와서 20일에 다시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영등할매는 딸 혹은 며느리를 데리고 2월 초하룻날에 내려 왔다가 초사흘, 보름, 또는 20일에 하늘로 올라간다고 각기 다르게 믿고 있습니다. 영등신앙은 주로 영남 지방과 제주도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3. 영등할매가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 딸을 데리고 올 때와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 날씨가 다르다고?
 영등할매가 2월 초하루에 천상에서 내려 올 때 딸을 데리고 오면 날씨가 맑고 산들산들 봄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그것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딸이 봄바람에 한복이 부풀어 올라 예쁘게 보이기 위함입니다. 반면에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는 강한 비람이 몰아친다고 합니다. 이는 며느리의 한복이 비에 젖어 몸에 붙어 흉하게 보이기 위함입니다. 인간 세상의 고부간 갈등이 신의 세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시어머니 자신에게도 딸이 있고 이 딸이 시집가면 며느리가 되며 자기 자신도 한 때 며느리였음에도…

4. 며느리는 풍년, 딸은 흉년?
 영등할매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 조상들은 며느리를 기다렸습니다. 비록 며느리의 모습은 비에 젖어 흉하지만 풍년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딸은 어여쁜 모습으로 오지만 흉년을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반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흉년에 따른 배 고품의 쓰라림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5. 요즈음 왜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까요?
 바로 영등할매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있기 때문입니다. 영등할매는 농신이자 풍신(風神)이어서 바람을 몰고 오기 때문에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풍재(風災)를 면하기 위해 영등할머니와 그 며느리에게 풍신제(風神祭)를 올리는데 이를 '바람 올린다'고 합니다. 특히 바람이 심한 제주에서는 '영등제'를 지내는데 '영등할망'이라고 불리는 여신이 섬 주변의 해산물을 증식시켜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 영등할매가 천상으로 돌아가면 내일부터 바람이 약해져서 따뜻한 봄날이 이어져 꽃들이 만발할 것입니다.

6. 영등할매를 맞이하는 의례?
 영등할매를 맞이하기 위하여 황토를 파다가 문 앞에 뿌려 신성하게 하며, 대나무에 오색헝겊을 달아 사립문에 매달고,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하며, 창도 바르지 않고 고운 옷을 입는 것도 삼가 합니다. 또 논밭 갈이는 물론, 땅을 다루거나 쌀을 집밖으로 내지 않습니다. 한편 영등할매 하늘로 오르는 날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들고, 조금 흐려도 길하다고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2월 초하루에 집안에 정화수를 한 그릇 떠 놓습니다. 그리고 찰밥, 송편, 청어 등을 짚단에 싸서 청결한 곳에 두면 영등할매가 먹고 가는데 그러면 액운을 면하고 농사가 잘 된다고 합니다.

7. 신(神)에 대한 우리선조들의 생각?
 우리 조상들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의 세계도 고부간의 갈등, 사람들과 똑 같은 호칭(며느리, 딸)을 사용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민속에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신의 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는데 집에 모시는 신도 성주가 으뜸신입니다.
 또 하나는 신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조상들은 사람들의 세계와 똑 같이 신의 세계를 받아 드리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안동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에서 전승되고 있습니다.
※ 박장영님은 현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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