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용환경 개선과 재소자 인권보장 요구 단식농성

person 우종익기자
schedule 송고 : 2007-09-03 11:27

안동교도소에 수감중인 심진보(포항건설노조 전 조직2국장)씨와 정창윤(전국철거민연합회)씨는 지난 8월 22일부터 교도소 환경개선과 재소자 인권보장을 요구하며 13일 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와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등은 3일 오전 안동교도소를 항의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도 정창윤씨를 비롯, 안동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수들이 시설개선과 재소자 인권보장을 요구하며 단식투쟁과 소장 면담 등을 진행했으나, 교도소 측의 개선 약속은 말 뿐이었고,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교도소 측의 대응에 따라 천막농성과 항의규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동교도소의 인권유린에 대한 재발방지와 처우개선을 실시하겠다는 교도소장의 확답을 받아낼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심한 악취를 풍기는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전면교체하고, 재소자의 인권을 침해한 우편문제에 대하여 교도소장의 즉각사과와 재발방지, 재소자가 건강하게 수감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소자의 운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수감 중인 심진보씨와 정창윤씨는 편지를 통해 안동교도소가 “닭장이나 개장보다 못한 곳에 사람을 가둬놓고 사육을 하고 있다”며 만일 이번에 교도소 측이 실질적인 개선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 심진보씨의 옥중 편지글 전문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화 20주년을 맞이 하였다하여 사회 각계각층 국민 개인의 인권 신장은 물론이거니와 옛 군사독재 정치의 산물인 비인권적 사법부, 특히 교도소가 국가인권위 및 모든 시민단체로부터 시설 개선 및 처우 개선을 강력히 권고하고 시정할 것을 촉구하여 전국의 교도소가 수용자 거주환경 시설개선 및 기본적인 인권처우 개선이 점차적으로 하나하나 개선하려 하는 이때 유독 안동교도소 만이 국가적 지침과 사회적 민주화 부흥에 역행하는 작태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음을 온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전국의 교도소가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으로 다 바뀌고 있는 현 추세에 있고 심지어는 겨울을 대비해 전기판넬까지 새로이 설치한다고 하는 이때에 안동교도소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예전에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세식이었던 화장실을 물 부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허무맹랑한 변명으로 재래식으로 바꾸었다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짓거리를 하는 곳이 바로 이 안동소입니다.

기존의 수세식 시설이 있으니 조금만 손을 보면 수세식으로 전환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소장에게 얘길하면 10억 20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법무부에서 받을 수 있겠느냐 하면서 엉뚱한 얘기로 일관합니다. 일이십억 들여 교도소 새로 짓습니까? 기존에 시설 그대로 사용하면 별 것 아닌데 수세식으로 전환할 의지가 없기에 소측의 책임자들은 외면합니다.

하나 다른 한쪽 구석에서는 법무부 예산을 받아와 근무자 휴게실 새로 짓고, 무인경비 시스템 철조망 설치하고, 교도소 밖의 수용자 접견, 가족 대기실 리모델링을 하는 이해 할 수 없는 교도행정,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주거 환경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전시 행정 위주로 일관합니다.

한평도 채 되질 않는 독거실에 쥐가 들락날락해도 화장실 칸막이 문(높이 55cm)이 낮아 용변을 볼 때 수용자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해도, 독거실 창살 간격이 4cm 밖에 되질 않아 수용자의 답답함과 조망권을 침해해도, 취사장의 문제로 밥이 설익어 수용자들이 중식(8월3일)을 못 먹어 인간의 기본적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비상식량인 건빵을 요구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교도행정을 밥먹듯 일삼는 곳이 바로 이곳 안동 교도소입니다.

교도소 현관 현판에는 거창하게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미래를 열어주는 교도행정 구현”. 누구의 미래를 열어주는 교도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힘쓰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안동소의 모든 사동이 토요일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똑같은 시간으로 운동을 실시함에도 유독 제가 기거하는 거실 독거실 사동만 평일에 1시간 하는 운동을 30분으로 일방적으로 단축해서 운영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법 집행의 형평성에 어긋난 교도행정으로 수용자의 운동권을 법(행형법 시행령 제96조 2항)이 보장하고 있음에도 소 측은 수용자들의 운동권을 심각하게 훼손하였기에 담당자를 법적으로 고발, 또는 행정 소송을 하려 합니다.

특히 제가 보낸 등기 서신이 소 측의 잘못으로 일반으로 처리되어 엉뚱한 곳으로 돌고돌아 11일째 만에 도착하여 불이익을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이 유야무야 하려고 저에게 직접 찾아오거나 얘기하자며 회유와 설득으로 무마하려 합니다.

또한 제가 보낸 서신이 등기가 아닌 일반 서신이라고 11일째 만에 나온 등기서신이 도착할 때까지 끝까지 우기던 공안담당 계장의 천연덕스럽고도 뻔뻔한 모습이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옆 방의 정창윤 동지(전철연)가 8월 6일날 소 측의 비인권적 부당함을 바깥의 모든 단체에 알리고자 등기로 보낸 편지를 공안담당 계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정창윤 동지에게 안 내보내면 안되겠냐고 하면서 회유하였고 당장 보내라고 강력히 항의하자 다음날 7일 오후 늦게 17시 40분 경에 접수 마감 후에 등기를 발송하니 어떻게 소 측을 믿고 서신을 마음대로 내 보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등기도 이렇게 하는데 영수증이 없는 확인할 수 없는 일반 서신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억울함과 분노를 참을 길이 없습니다.

제 등기 서신을 봤다고 얘기한 사동 봉사원을 조사실로 불러 교도소 조사실의 특수한 공간에서 아무 죄도 없는 봉사원을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등기서신을 잘못 받지 않았느냐, 잘못 봤지?’ 하면서 무언의 압력과 회유로 만약에 잘못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암시를 주어 결국은 봉사원이 등기 서신을 잘못 봤다고 진술하는,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를 날조하는 이곳이 바로 안동소입니다.

고 하중근 열사 1주년 추모제를 기리기 위해 단식을 끝내고 죽과 미음을 먹는데, 간장을 안주기에 간장을 요구하니 취장[취사장]에서 간장을 원래 안준다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소 측을 상대로 한 한 치의 양보없이 힘들고도 고통스러운 외로운 싸움일 지언정 뒤로 물러섬이 없이 제 자신을 과감히 버리려 합니다. 육신은 한낱 눈에 보이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을 우리들의 정신과 마음만큼은 그 어느 누구? 자본도 권력도 탄압하고 가두려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것입니다.

비록 몸은 자유롭지 못한 감옥에 있지만 정신과 마음만은 구속받지 않으며 지배받지 않고 떳떳한 노동자로 자유인으로 살아 갈 것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소 측의 공식적인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 시설 개선 및 처우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저는 비록 이 길이 마지막이라해도 주저없이 앞을 향해 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저와 정창윤 동지와 함께 굳은 의지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불태울 것입니다. 저희 둘의 희생이 전국의 교도소에서 열악한 시설과 비인권적 처우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양심수 동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이 길을 선택하여 주저함없이 과감히 제 자신을 내 던지려 합니다.

마침 오늘(8월 28) 포항 구속노동자동지회 회장 박웅희 동지를 비롯한 9명의 동지들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어제 포항법원(포스코 관련 민사 재판)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에 달려와 준 동지들의 접견에 나는 외롭지 않구나 하면서 고맙고도 가슴이 찡해집니다. 포항 구속노동자동지회 동지들의 격려와 위로의 말을 들으며 더욱더 나 자신을 다그치며 힘껏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전국 각지의 노동자 동지 여러분. 조석으로 제법 서늘해졌습니다. 환절기 감기 걸리지 않게 건강한 몸으로 생활하시기를 빕니다.

"투쟁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8.28 화요일, 안동에서 심진보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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