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문화로 먹는 것이다.
글. 임재해(안동대 국학부 민속학)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몇 마리만 집어먹고 친구를 위해 남겨 두세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 교수가 강의실에서 다른 나라 식문화를 경험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일본산 메뚜기 튀김 통조림을 내놓고 먹으라며 한 말이다. 그런데 반응은 뜻밖이었다. 이를 기꺼이 먹은 학생은 아무도 없었을 뿐 아니라, 마지못해 먹은 일부 학생들조차 역겨워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교수에게 경멸의 눈길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메뚜기는 먹거리가 아니라 한갓 벌레일 따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를 먹지않으려고 반발하는 학생들의 말도 아주 거칠었다.
"나는 당신이 무얼 말하든 상관이 없소. 이런 것을 먹는 사람은 정상이 아닙니다. 벌레를 먹으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닙니까.”
학생들의 이런 반발은 견딜 수 있었지만 마빈 해리스 교수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메뚜기 시식을 권유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침내 이 일이 문제가 되어서 학과장까지 ‘만약 학생들 가운데 누군가 그걸 먹고 병이 난다면 당신을 법정에 고소할 수도 있다’고 공식적으로 경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경고처럼 메뚜기를 먹은 학생들이 병이 나는 증세를 보여서 긴장시켰다.
이처럼 미국인들은 메뚜기와 같은 벌레에는 병균이 득실거린다고 믿는다. 한 마디로 못 먹을 것을 먹었으니 병이 난다고 여기며 병증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다. 그것은 메뚜기 튀김의 맛 때문이 아니라 메뚜기를 먹거리로 여기지 않는 문화적 전통 탓이다. 메뚜기 뿐 아니라, 그들은 우리가 즐겨먹는 번데기도 먹지 않는다. 물론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번데기에 대한 선입견 탓이다. 그들 문화에서는 메뚜기나 번데기는 송충이나 구더기와 같은 징그러운 벌레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음식을 맛으로 먹거나 또는 영양이나 칼로리로 먹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만일 입맛이나 영양으로 먹는다고 한다면 미국인들이 메뚜기나 번데기를 먹지 않을 이유가 없고, 프랑스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도인들이 쇠고기를, 유대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메뚜기나 개고기가 그런 것처럼 쇠고기나 돼지고기 또한 맛과 영양에 문제가 있는 먹거리가 아닌 까닭이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음식을 먹지 않는 까닭은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전통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소를 신성하게 여겨 숭배하는 까닭에 쇠고기를 먹지 않고,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아주 불결한 짐승으로 취급하는 까닭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는 개고기를 먹는 대신 서양사람들이 먹는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 맛이나 영양 탓이 아니라 문화적 전통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한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정치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유대인들이 불결하게 여겨 먹지 않는 돼지고기를 가장 맛있는 고기로 즐긴다. 유대인들이 보면 약이 오를지도 모른다. 그것은 돼지고기 자체의 맛 때문이 아니라 식문화가 달라서 그런데 어쩌겠는가.
*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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