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김C의 색즉시공 - 군자마을로 고택체험을 떠나보자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고택이 뭐라고 생각하니?』 “오래된 집”, “무서운 할아버지가 있는 곳”, “컴퓨터 없고 똥(^^) 누기 힘든 곳” 같은 어렵고 낡고 친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가장 많은 고택을 소유한 이곳 안동사람이 들으면 참 화날 말이지만 실상은 맞다. 현대인들의 눈에 비춰진 고택은 생각보다 작으며 마루에 발을 올리려 해도 온통 먼지만 자욱하였다. 어떤 곳은 들어가기도 민망하게 문이 잠겨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즘 안동의 고택들은 “고택체험”이 활성화되면서 깨끗해지고 볼거리도 아주 많이 풍성해졌다. 그 중에서 현대인들의 품에 가장 맞는 곳이 “오천군자마을‘이 아닐까 한다.
우선 군자마을은 접근성이 너무도 좋다. 국도변에 바로 위치하고 있어 불쑥 들어가기도 좋고 막상 들어서면 적잖은 관람객이 언제나 있어 머쓱해지지 않는다. 군자마을이 다른 고택에 비해 현대인의 품에 맞는 첫째 이유가 손님을 대하는 이곳 주민들의 기본 인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건물마다 대문이 닫혀있지 않고 활짝 열려있는 이유가 누구나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곳 관장의 의지일 것이다. 특히, 문화원장을 역임한 이곳 종손은 누구보다 문화재를 사람들의 품에 안기려 노력하고 실천했던 분이라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군자마을의 고택은 하나하나마다 나름의 멋으로 자리를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성하게 모여들 계신다. 이곳 고택의 역사와 유례를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랄판이니 현대인의 품에 맞는 형태로 소개를 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이곳을 방문하면 대부분 참 웅장하다라고 생각하지만 필자가 굳이 풍성하다고 소개하는 이유는 다른 고택과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고택에 바라는게 있다면 “볼거리”, “놀거리”와 함께 “옛것과 요즈음것의 조화”가 아닐까 한다. 볼거리는 웅장한 마을만 보아도 느낄 수 있으니 놀거리와 조화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마을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의 다양함은 단체와 가족고객 뿐만 아니라 조용한 데이트를 원하는 연인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세미나도 이곳에서는 자주 열린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수용으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공연도 많이 열린다. 숙박하는 단체가 원해서 열리는 것도 있지만 공연을 봐줄 대상자가 많기에 계획된 공연도 자주 열리고 있다. 관광객에게는 그만큼 기회적 요소가 많아 공짜관람(^^)이 가능할 때가 아주 많다.
이제부터 필자가 자주 보았고 직접 체험한 예를 들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토요일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하여 가족과 함께 군자마을에 도착해 짐을 풀고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니 아이들에게 옛것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다. 설명할 것도 많고 사진으로 담을 것도 많기에 족히 두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저녁이 되어 군자고와 식당에 차려진 한식으로 식사를 하였는데 그 느낌을 “소박하고 친근한 한식”이라고 표현해본다. 규격화된 메뉴도 아니고 그렇다고 빼어난 요리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곳 주민인 할머니(아주머니인가 ^^)가 만들어준 식단이기에 어머니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식사는 식탁이 없어 앉아 먹어야 한다. 서양의 선 문화가 아닌 동양의 앉은 문화를 식사 때 바로 느낄 수 있다. 아마 내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앉아서 먹을 기회는 극히 적을 것이다. 어른들 눈에는 상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비춰질것이다.
안동식혜로 후식을 채우고 작은 공연이 마련된 마당으로 나갔다. 함께 동행한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가에서 울려 퍼지는 음율을 들어본다. 고가 소나무의 깊은 주름이 음율을 받아 내 귀로 다시 튕겨주는 맛을 어디에서 맛볼 수 있겠는가^^ 고가에서 펼쳐지는 음악회의 자리는 모두 S석이다. 공연자와 관람객의 거리는 모두 5미터 안쪽이니 S 플러스 석이라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흔히들 야외에 나가면 우리들은 삼겹살을 많이 구워먹는데 그것을 원하면 미리 모닥불 준비를 부탁하면 된다. 아이들 나름 뛰어놀다 엄마옆에 쪼로록 와서 고기 한점 얻어먹고 또 쪼로록 몰려가 자기들끼리 뛰어놀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부가 기울이는 술 한잔의 맛은 일품 중 일품이다. 고가에 있노라면 어릴적 이야기와 지난 연애시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부부간 애정은 더욱 곤고해진다. 군자마을에 들어올 때 난 고구마와 감자를 조금 준비하여 모닥불에 구워 우리 아이들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아이들에 쥐어준 고구마와 감자는 아이들에게 평생의 추억거리가 되리라 생각하니 오늘 만큼은 아빠노릇 제대로 하는 듯하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고 아이들이 졸릴 때 잠자리가 마련된 “읍청정”에서 잠을 청했고 늦잠을 자겠노라고 휴대폰의 알람을 모두 꺼두었는데 귓가에 들려오는 새의 노랫소리가 나를 깨운다. 아침의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본 적이 있는가? 입가에 미소를 띄며 일어나본 적이 있는가? 이곳 군자마을에서 잠을 청할때는 알람을 꺼둘 것을 권해본다.
군자마을이 여느 고택과 다른 점은 옛것과 현재의 것을 함께 취할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고택이라면 삼겹살을 구웠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모닥불은 엄두도 못 낼 것이지만 군자마을은 몇 걸음만 옆으로 움직이면 삼겹살과 모닥불이 가능하고 또 몇 걸음만 다시 옆으로 움직이면 문화재의 고운 품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
현대와 옛것의 어울림이 있어 웅장함 속에 풍성함을 맛볼 수 있는 이곳 군자마을에서 숙박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우리들에게 복이고 아이들에겐 추억이 될 것이다.
|군자마을 기본정보|
- 소 재 지 : 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산 28-1
- 연 락 처 : 김방식(관장) 016-715-2177, bs7712@naver.com
- 홈페이지 : www.gunjari.net
- 등록문화재 : 탁청정(중요민속자료 제226호), 후조당(중요민속자료 제227호), 탁청정 종택(경북유형문화재 제26호), 광산김씨 재사 및 사당(경북유형문화재 제27호), 침락정(경북 유형문화재 제40호)
|숙박정보|
|교통안내|
* 자가용이용시
<서울방면>
영동고속도로 → 만종JC → 중앙고속도로(남원주IC) → 영주 → 서안동IC
중부내륙고속도로 → 충주 → 점촌함창IC → 문경(3번국도) → 예천(34번국도) → 안동
영동고속도로 → 여주JC → 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IC) → 문경새재IC→ 예천(34번국도) → 안동
<부산방면>
경부고속도로 → 영천IC → (35번국도)안동
대구부산고속도로-금호JC-중앙고속도로-안동
<대구방면>
중앙고속도로 → 남안동IC → 안동
(5번국도) → 칠곡 → 군위 → 의성 → 안동
* 버스이용시
안동시외버스터미널 : 857-8298
고속버스노선안내 : 1588-6900
서울-안동:동서울터미널(06:00부터 20:30까지),반포고속터미널 호남선(06:10부터 19:30까지)
* 기차이용시
기사노선안내 : 1588-7788
부산-안동: 안동, 대구 경유 안동행 8회
청량리역-안동역(새마을 2회, 무궁화호 5회, 통일호 1회)/ 서울역(무궁화로 1회)
부산역-안동역(무궁화호 2회)/ 동대구 및 대구역-안동역(무궁화호 4회)
* 시내버스 이용시
교보생명 앞(시외버스터미널 옆)에서 67번 버스이용(1일 3회)
|기타정보|
수세식 화장실(남, 여 각 3동), 샤워시설(남, 여 각 2동)
모닥불, 고기구이판, 취사불가능
* 이 글은 안동문화 필에 소개되었음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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