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김C의 색즉시공 - 책 읽어 주는 남자

person 김조규
schedule 송고 : 2010-02-18 09:51


화를 소개하기전에 당신의 첫사랑은 어떠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싶다.  사춘기에 겪는 대부분의 첫사랑은 아마도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이고 열병처럼 심하게 앓고 지나간다는 공통점이 있을것이다.

주인공 10대 소년 '마이클' 또한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경험하지만 흔히 경험하지 못한 형태의 사랑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의 열병이 한참 지난후에 우연치 않게 맞딱들인 첫사랑 '한나'는 가벼운 인사로 지나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게 된다.

'마이클'은 그녀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지 못한다.  만약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가는 감내하기에 너무나 큰 사회적 이슈에 던져질 처지가 될 것이고 맹 비난을 받을 그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첫사랑'이라는 고운 이야기로만 영화의 이야기를 던지기에 이 영화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하나가 더 있다. 필자와 함께 가벼운 이야기부터 영화의 속으로 들어가보자.

10대 소년 '마이클'.  '마이클'은 길을 가던도중 열병으로 심한 구토로 거꾸러지게되고 우연히 소년을 본 30대 여인 '한나'에게서 가벼운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된다.  열병이 치유되고 '마이클'은 도움의 손길에게 고마움 한다발과 꽃 한다발로 그녀를 찾게된다.

'마이클'에게 비춰지는 '한나'의 눈빛, 냄새, 몸짓 그리고 여자의 라인은 호기심 많은 젊은 덩어리들의 세포 하나하나를 민감하게 자극하게 되고 얼마전에 찾아온 열병처럼 또 다른 열병으로 그녀가 다가올것이라는 것을 '마이클'은 본능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풍선옆에 장미를 둔것같이 '마이클'은 풍선이고 '한나'는 장미였다.  통제되지 못하는 젊음은 기꺼이 장미의 가시를 향해 가슴을 내밀고 노련한 장미는 마다하지 않고 두팔 벌려 풍선을 품어버리는 이야기로 영화는 흐른다.

30대 여인 '한나'. '한나'의 무료한 일상속에 구토를 하며 거꾸러진 젊은 소년을 발견하고 그 소년으로 인해 자신 인생의 큰 변화가 있을것이라는 것은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문맹이다. '한나'의 일은 전철에서 표검사를 하는 차장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사회적 약자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무 밖에는 없었다.  사춘기 소년이 겪는 묘한 감성적 반응에 '한나' 또한 감성의 자극을 받아 '마이클'의 욕정을 달래주고 자신의 욕정도 채우게 되면서 한 가지의 제안을 하게된다. 책을 한번씩 읽어줄때마다 한번씩 관계를 해주겠노라고 말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오디세이>등 한권 한권의 책이 읽혀질때면 서로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한나'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감성의 바다를 누비게 된다.

갑작스러운 이별..

이클 떠날 수 밖에 없게된 '한나'.  전철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열심인 '한나'에게 내근직 근무라는 선물을 하고 만다.  자신이 문맹임을 밝힐 수 없는 '한나'는 특별한 선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자신에게 승진은 퇴출과도 같은것이었다.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야하는 '한나'이지만 자존심은 버릴 수 없는 것이기에 '마이클'에게 밝히지 못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갑작스럽게 떠나버리고 만다.

시간이 흘러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어있다.  실제 재판사례을 참관하는 수업에서 '한나'의 존재를 발견하고 '마이클'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치의 한 사람으로 전범자의 한 사람으로 피고가 되어 있는 '한나'. 도덕이라는 관념으로 비춰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한나'는 사회적 비난의 중심, 언론의 중심, 재판정의 중심에 서 있다.  '한나'는 매일 같이 유태인을 선별해 가스실로 보내는 일을 했었다.

'한나'에게 지목받은 사람은 바로 가스실로 향해야 했고 선택된 무리중 어린아이들은 한나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고 다음날 가스실로 가게된다.  '한나'가 더욱 비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에게 던져지는 도덕적 질책에 '한나'는 발칙하게도 재판장에게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자신이 아니면 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가스실에 가지 않느냐고..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그 일을 내가 했을 뿐이라고.. 자신은 그것이 직업일뿐이라고..

먹고살기 위한 직업일뿐이라고 항변하며, 재판장이 나라면 어떻게 할거냐는 발칙한 되물음에 재판장도 사람들도 본 필자도 대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녀에게 중벌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한나'의 순수함을 알고 있는 '마이클'이라도 어쩔 수 없는 지난 행위..  과연 '한나'에게 잘못이 있는가...



나는 글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글을 읽지 못했을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우린 잘 알고 있다.  '한나'에게 처해진 상황은 2차대전중이고 전철 차장에서 내근직 명령을 받았을때 '한나'가 택한건 나치가 아니라 경비일이었고 그것이 이름만 경비일이었다는걸 느끼고 또 다른 일을 찾기에 '한나'는 너무나 가진 것이 없었을 것이다.  '한나'가 택한것은 전쟁도 아니고 나치도 아니었다. 가스실로 갈 사람들을 선별하는건 더더욱 아니었다.  먹고살 직장을 구했을 뿐이고 전쟁상황에 거기에 놓인 약한 존재였을 뿐이다. 도덕을 논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는건 배고프지않은 자들의 몫이지 결코 '한나'의 몫은 아니었다. 

무기징역의 '한나'에게 '마이클'이 해줄 수 있는건 예전처럼 책을 읽어주는 것 밖에 없었다.
녹음테이프에 자신의 음성으로 책을 읽고 기록하여 보내기 시작한다. 10년의 세월동안 그렇게 마이클은 책을 읽어준다. 

그러던 어느날 '한나'가 직접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는데.. 그 뒤에 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거나 직접 볼 것을 권한다.  글을 익히게 된 '한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마이클'과 '한나'는 어떻게 소통 되는지는 여러분의 흥미있는 영화 관람을 위해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어느날 찾아오게되는 가석방은 어떤 슬픈이야기로 전개가 될지..

너무나 슬픈 현실을 여기에 적기보다 여러분이 직접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영화평 : 바람(WindKi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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