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Artist - <제3의 눈>을 통해 본 전쟁과 치유, 권남득

person 조영제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10-01-25 14:06

<제3의 눈>을 통해 본 전쟁과 치유, 권병득

기혜경(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권남득은 전통적인 금속조형에서부터, 영상, 미디어,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는 작가이다. 조소를 전공한 그는 자신이 앞으로 한동안 주력하고 매진해야 할 분야로 전통적인 금속조형을 꼽는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하나의 방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한 실험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제3의 눈” 전시에서도 작가의 이러한 탐구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 제3의 눈」,카메라,스테인리스 스틸, LED_ 40×40×140cm,확대된 필름 가변설치_ 2009.

 >> 「노병의 꿈」, 철,혼합재료_270×140×170cm_ 2007.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철,스텐리스 스틸_240×60×140cm_2009.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전시장의 한쪽에는 전쟁의 기억을 몸체에 고스란히 기록한 듯 세월의 무게로 덧 씌워진 철제 오토바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놓여있고, 그 앞에는 관객이 접근함에 따라 반응하며 도는 원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 위에 군용 오토바이와 장난감 병정 미니어쳐세트가 놓여있고 미니어처 오토바이 후면에 CC카메라를 설치해 이 미니어쳐 병정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하여 앞쪽 벽에 투사하고 있다.

 >>「조립되지 않은 총」,철,스텐리스 스틸,기계장치,근접센서,CC카메라_120×80×190cm_2009

 그 양옆으로는 점차 진화하고 있는 <조립되지 않은 총>이 설치되어 있으며, 다른 쪽 바닥에는 거대한 총알과 탄피 사이를 돌아다니며 작전을 수행하는 장난감 병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총알>이 설치되어 있다. 

 >>「치유하다」, 수술대조명,조화,미니어쳐탱크,스텐리스 스틸,LED_100×200×240cm_2009.

전쟁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이들과는 다르게 “치유의 방”이라 명명된 쪽에는 분단을 상징하는 철망 위로 피어오른 세월에 빛바랜 꽃과 탄피를 촬영한 <잃어버린 시간>과, 형형 색색의 조화와 미니어쳐 탱크를 수술실 조명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스테인레스 구조물에 함께 설치한 <치유하다>, 그리고 탱크에서 발사된 꽃으로 된 탄환을 촬영한 <꽃들의 전쟁>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을 환기시키는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는 이 두 공간은 시간이라는 혹은 기억이라는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분리되어 있다. 여기에서 그 연결과 분리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은 전달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위문편지 무더기로 만들어진 <장벽>과  좁고 긴 통로 끝에 60년대 이전 종군기자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제3의 눈>이다.  

전쟁과 관련된 기억들을 환기시키는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두 공간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각각의 사물들이 그 속에 품게 되는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그 사물들이 내부로 축적해 놓은 삶의 기억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잊혀져버렸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해 기억을 재편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즉, 전쟁이라는 공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공간을 종군기자의 카메라와 전달되지 못한 위문편지로 매개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쪽의 공간이 전쟁에 직접 사용되었을 것 같은 대상물들을 통해 전쟁과 관련하여 그 대상물들이 내적으로 축적해 놓은 기억을 끌어내고 있다면, 다른 한편은 작가가 전쟁과 관련하여 상상하는 이미지 혹은 바라는 이미지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좁고 긴 벽속에 설치된 종군기자의 카메라는 전시장에 놓인 사물들이 그것들의 내부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을 환기시키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미지를 엿보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3의 눈>이라고 명명된 이 작품은 오래되고 낡아 용도 폐기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이 전시장에 놓인 똑같이 오래된 것들 혹은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서 소집되어 나온 듯한 사물들을 바라보는 역할을 한다. 이 카메라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주체는 그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던 종군기자일 수도 있고, 이 모든 환경을 제시한 작가일 수도 있으며 혹은 현재 이 전시장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는 관객일 수도 있다.

오래된 듯한 탄피와 오토바이, 기관총과 함께 어우러져 돌아가는 영상은 이 공간에 놓인 사물들이 겪어낸 그리고 그 속에 축적해 놓은 기억들을 환기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작가가 우리로 하여금 인식하길 바라는 어떠한 이미지들인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들을 관객이 사실처럼 인식하게 되는 이유는 작가와 관객 모두가 내부에 가지고 있는 공통의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전시장에 펼쳐진 대상들이 가지고 있을 듯한 가상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이미지들이 보편적인 관객이 가지고 있는 인식체계와 만나 실제와 중첩됨으로써 가상과 실제가 혼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제3의 눈을 통해 제시된 전시장에 놓인 사물들은 카메라라는 사실을 담보한 전제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기록물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인 작가 자신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사실을 담보하는 것으로 전제되는 카메라로 인해 관객은 이 전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좀더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실재와 허구가 뒤섞여 형성된 대상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관객의 보편적 인식과 만나면서 관객의 경험을 통해 그들의 기억의 일부로 자리하게 된다. 

병상에 누워 바라보던 용도 폐기된 탱크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 그의 이번 작품은 사물에 축적된 이야기들을 통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장을 누비던 대상물들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한 산소 용접은 특유의 거칠고 오래된 듯한 느낌으로 인해 작가가 환기시키고자 하는 빛바랜 전쟁의 이미지들을 기억으로부터 끌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치유의 방에 사용된 스테인레스와 디아섹처리된 사진들, 꽃 장식은 서로간의 관계 회복을 통해 상처입은 것들을 치유하여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매끈하면서도 화려하게 처리되어 있다.  

전쟁과 치유라는 고전적이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조금은 이분법적이며 피상적으로 제시한 듯 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그렇다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일까? 작가는 이산의 아픔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 어느 하루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없음을 9시 뉴스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소위 그로벌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의 아픔을 각인시키기 위해 이러한 작업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미진함이 남는다.

또한 전쟁과 치유라는 무거운 주제를 드러내기에는 그가 그리는 전쟁의 이미지는 아스라하지만 밝고 가볍기까지 하다. 오히려 전쟁이 갖는 비극성과 무거움이 오늘날의 지구에서는 마치 미니어쳐들에 의한 가상의 전쟁처럼 오락화되어버렸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작가의 몫이라기보다는 관객에게 주어진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권남득 ( 權男得 )
- 국립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동 대학원 재학.

<수상>
2009. 서울시립 미술관 SeMA 선정작가.
2008. 한국 현대조각 초대전 25명 운영위원이 선정한 - 올해의 작품상 수상.
2007. 제2회 포스코 스틸아트 어워드 - 대상수상 .

<개인전>
2009. 제 3의 눈 - SeMA신진작가지원 - 갤러리 베이스먼트.
       
<전시>
2009 - 인공유전자전 - 큐브스페이스
        - 유리상자 아트스타 선정작가전 - 봉산 문화회관, 아트 스페이스 
        - A-피플전 - 인사아트 프라자

2008.  A-one China Japan Korea Indonesia Exchange Group Exhibition-Art in  contemporary culture (중국 광저우) 
      - 한국 현대조각 초대전 - 춘천mbc  호반광장            
      -7th Funny Sculpture & Funny Painting - 갤러리 세줄.             
      -현대미술 영상&설치 초대전 - 대구 문화예술회관.
       
2007. 제2회 포스코 스틸아트 어워드 - 수상작 전시 - 포스코 미술관.                
      -경북 조각회 - 신예작가 초대전 -봉산 문화회관, 포항시청.           
      -청년작가 초대전 - 동해 문화회관 
         
2006. 제7회 전국 대학 . 대학원생 조각대전(대학원생) -성남아트센터.              
      -art34 work3 - over flow 큐브스페이스.  
      
2005. 초대 기획전 "신나는 미술천국" -인사아트센터.          
      -art34 work2 - 성보 갤러리 
        
* 작품소장 : 포스코 본사(포항), 코마코 연수원(춘천).

경북 안동시 용상동 1612-6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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