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my life - 마지막소망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12-28 17:17
“ .......주머니엔 싸구려 보드카라도 괜찮아 이놈을 푹 찔러 넣고 기차역에 오르는거지.
자작나무 숲을 지나 역에서 그냥 내리는 거야. 뭐 이름 모를 조그마한 간이역이라면 더
좋겠지. 북유럽의 낮은 짧지. 벌써 해가 떨어진 조그마한 동네에는 저녁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피오르드에서 일어나는 찬바람이 불어오면 벤치에 앉아 이놈의 보드카를
꺼내는 거야. 그리고 맛나게 먹고는 트림 한 번하고 한 숨 푹 자는 거지. 뭐 기분 좋게.
허허 아침이면 뻣뻣한 동태가 작은 역에서 발견되겠지 이름도 모르는 동양 노인 하나가
죽어 있는 거지. 뭐.이게 끝이야. 정말 행복할거야. 생각만 해봐도.....”
**구청장을 지냈던 김선생님의 이야기다. 그날 술자리가 무르익어 약간 기분이
오른 선생은 이런 소망을 털어 놓는다. 정말 잘 죽어야지 말씀하신다. 나름 성공한 인생
가도를 달려온 분이시고 인생 좌우명이 “깨끗하게 살자’ 였지만, 제 작년 안사람 되시는
분이 안동식 서정으로 간고등어 몇 마리 돌린 것이 선거법에 저촉되고 구청장 자리를
털어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하여간 오늘 서울분들도 잘 모르는 경희궁 한 구석
구라파 영감으로 추정되는 분이 벤치에서 졸고 계신다. 봄이 가고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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