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玄德'을 본받는 화가 정영진

person 조영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8-13 14:44

『오묘한 자연의 섭리』

솔뫼골에 찾아온 매서운 겨울바람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봄 햇살이 연구실 창틈으로 스며들고, 봄바람에 날려 오는 라일락 꽃냄새가 향기롭다. 매년 맞이하는 봄이지만 봄은 참으로 아름답다. 만물이 생기를 얻으며, 부드럽고 고운 빛깔이 산야를 수놓는다.

창작활동을 농사짓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해야 풍년을 기약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하면 흉년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나는 요즈음 나의 게으름을 탓하고, 그간 돌보지 못한 나의 작품에 미안함을 느낀다.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붓을 놓고, 붓을 들라치면 나의 비재 무능함을 캔버스에 여실히 드러내니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십여년간 흙과의 대화를 통해 그나마 위로가 되는 깨우침이 있으니 그것은 적어도 작품 앞에서는 진실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진실이란 거짓 없이 바르고 참된 것을 일컫는다. 철학자 싸르트르는 “예술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내부에 있는 허위의 그림자를 폭로하는 것이고 이것을 밝힘을 통해서 인간적인 최고의 지점으로 되돌아가려는 것” 이라고 하였고, 老子는 道法自然에서의 자연을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待 長而不宰 是渭玄德 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인간 존재의 참됨으로 되돌아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자연의 玄德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흙은 진실하다. 위대한 어머니 같은 대지는 신비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낸다. 모든 생명체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이는 어김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생로병사 후 한줌 흙으로 돌아가 안길 수 있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지! 흙은 생명체에게 무한정 은혜를 베풀면서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작품을 제작 할 때 실제 흙을 사용한다. 실제 흙 빛깔은 안료가 따르지 못하는 색상의 풍부함과 깊이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푸근한 흙빛을 찾아 산과 들을 해매기도 하고, 여행을 하다 아름다운 빛깔의 흙을 보면 한 두 삽 떠서 연구실로 가져와 작품제작에 사용하기도 한다. 십 년 전 개인전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아마 정영진이 표출하고자 하는 것은 흙의 삶 자체일지는 모른다. 침하와 융기, 결의 내밀한 짜임, 마른 것과  굳은 것 등 특유의 성질을 거느리며 「질료의 퍼레이드」 를 펼친다. .....  거기에는 생성이 있고 소멸이 있으며 바이오리듬처럼 상승과 하강의 기복이 뒤따른다.” (서성록 1997)

그 후 몇 년간은 흙의 속성을 더욱 드러내기 위하여 부조에 가까운 두터운 흙작업을 계속하였고, 그러던 중 우연히 갈대발을 바라보며 사십 여 년 전 어린시절 하단 갈대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게 되었다. 더불어 갈대의 삶의 흔적을 화폭에 각인하며 나는 갈대의 생명력에 깊이 매료되었다. 갈대의 빛깔과 형상이 지니는 자연스런 멋과 약한 듯 힘 있는 형상은 흙과 잘 조화되고 인간의 운명과 모습을 닮고 있다.  

내 작품 속의 갈대의 형상은 간략한 한 줄의 선으로 표현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속에는 갈대의 생명력이 깃들여져 있고 그 진실된 생명력의 흔적을 각인하기 위하여 갈대를 오브제로 채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작품들은 인간의 형상을 조형화하고 있으며 특히 여인의 형상을 주된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 여인의 형상은 얼굴이 없고 팔 다리가 잘려있는 토루소 형식으로 나타나며 이는 여인의 익명성과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여인은 흙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마치 흙과 같은 존재이다.  

이 작품들을 통하여 인간과 갈대가 하나가 되며 다시금 흙으로 돌아가 그 품에 안기는 자연의 섭리를 표현하고자 한다. 내 작품속의 흙과 갈대는 인간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진실의 상징이자 메타포이다. 내 작품의 흙 속에는 갈대가 있고 대지를 닮은 여인의 형상이 있다. 그리고 진실 그 자체가 존재한다.   

솔뫼골 연구실에서  정 영 진


작품1 - 섭리 07-03 / 72.7×60.6cm / 혼합재료 / 2007

작품2 - 섭리 07-14 / 72.7×60.6cm / 혼합재료 / 2007


작품3-  섭리 07-01 / 72.7×60.6cm / 혼합재료 / 2007

약 력
1954   부산출생
1973   부산고등학교 졸업
1983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1985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

개 인 전
1993   제1회 개인전 (청남아트갤러리, 서울)
1997   제2회 개인전 (타워갤러리,부산)
2000   제3회 개인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2003   제4회 개인전 (NAW Gallery, 오사카)
2004   제5회 개인전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서울)
2004   제6회 개인전 (GSIS Museum, 마닐라)
2005   제7회 개인전 (봉성갤러리, 대구)
2006   제8회 개인전 (봉성갤러리, 대구)
2007   제9회 개인전 (부산시립미술관 시민갤러리, 부산)

단 체 전
2006   제주국제아트페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용산메트로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 (메트로갤러리, 대구)
2005   남부현대미술제 (반월아트홀 전시관, 포천)
2004   아시아 수채화연맹전(제주문예회관, 제주)
          한·중미술교류전 (금룡각, 중국)
2003   시마네현·경상북도 교류미술전
2002   심현전 (대백갤러리, 포항)
2001   경상북도 미술협회전 (김천문화예술회관, 김천)
          한국미술협회 안동지부 회원전 (안동시민회관전시실, 안동)
          경상북도 미술대전(김천문화예술회관, 김천)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작품전(예천문화회관 전시실, 예천)

경 력
한국미술협회 안동지부장, 한국미술협회 경상북도 부지회장 역임
경상북도 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역임
안동대학교 예술·체육대학장 역임
경상북도 문화상 심사위원 역임

현 재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한국미술협회, 심현회 회원
남부현대미술협회 자문위원

주소 _ 경북 안동시 안기동 대원아파트 101- 810
전화 _ 054-853-0559(자택) 820-5568(연구실)
C·P    _ 019-9161-7249
E-mail _ cyc@and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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