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25번째 "하늘같은 밥집 유진식당"
유진식당은 40년의 역사를 지켜내 왔다. 유순한 이웃 할아버지 같은 주인어른은 식당해서 돈도 벌어 즐겁고 이웃 봉사해서 삶의 보람도 느낀다고 하신다. 파고다공원 뒷골목은 사실 이런 식당의 유형들이 제법 어깨를 맞닿고 있는데 주로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다. 소주 한 병 이천원에 돼지국밥이 이천오백원이니 오천원 채 없어도 친구랑 얼근하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가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안주는 3천 5백원 수준인데 그 맛과 영양적인 측면에서 전혀 꿀리지 않는 품격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싼 가격(2008년도 기준)과 따라와 주는 맛 덕분에 이제 손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고 하신다. 젊은 처녀들도 냉면과 빈대떡을 먹고 싶어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 사장님의 귀뜸이다.
해가 떨어지면 지친 할아버지들과 실속 직장족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이곳으로 스며든다. 사실 유진 식당은 밥집이지만 냉면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원자재 값의 급속한 상승으로 최근 가격을 올린 4천원이 되었지만 그래도 정통 평양냉면을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싶다.
냉면은 그나마 그 원형을 유지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남지 않은 우리 음식의 중심있다고 생각한다. 냉면집에는 대부분 냉면과 함께 먹는 대표적인 요리가 한 두어 가지는 있기 마련이다. 제육, 만두, 닭무침, 불고기 등이 그것인데 마치 심심한 냉면을 버려두고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오른쪽을 책임지고 있다. 이 집은 그런 점에서 버라이어티하다. 냉면 오른쪽자리에 돼지수육, 소고기수육, 빈대지짐이, 홍어무침을 골라잡을 수 있으니.
마지막으로 계산을 하신다. 자꾸 계산이 틀리니 내가 한마디 거든다. “어르신 계산기 하나 장만 하셔유” “무슨 소리 그나마 머리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이 시간 뿐이여” 그리고 중간 계산이 끝나자 돼지 술국 한 그릇을 써비스로 내 놓는다.
주머니는 얇고 냉면은 땡기고 소주도 한 잔 해야 할 때는 종로 3가 파고다 공원 뒤를 어슬렁거려 보시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 안동넷 & presstea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