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24번째 "을지면옥 냉면의 본좌"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9-07 10:48


원래 냉면은 여름보다 차가운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랍니다. 겨울에는 열이 몸의 가운데(배)로 모이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어 몸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인데. 하여간 추운 겨울 이를 덜덜 떨며 차가운 것을 먹어 본 어르신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어이 시원하다. 이 맛으로 겨울냉면을 먹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냉면집은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을지면옥입니다.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을지면옥은 당대의 물냉면 고수들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명가 중에 명가로 소문난 집이지요.(흔히 평양냉면 4대천왕이라 불리어지는 집입니다. 4대천왕은 상식으로 알아두시길. 의정부평양면옥, 을지로 우래옥과 을지면옥, 염리동의 을밀대 통상 그렇게 지칭합니다) 이 곳 역시 젊은이들은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이 곳 냉면 스타일이 바로 원조 평양냉면 스타일을 승계하여 첫 맛이 밍밍한 느낌이라 인스탄트조미료로 물든 젊은이들의 입맛을 감동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육(돼지고기)과 정육(소고기)을 만을 섞어 넣고 육수를 낸 이 밍밍함은 몇 번먹고나면  중독될지 모릅니다. 면발은 전분 보다는 메밀을 곱게 갈아 넣은 비율이 높아 잘 끊어지고요. 고명으로는 제육과 무절임, 그리고 계란 반쪽이 올라오는데 무엇보다 기름빠진 제육 맛이 괜찮습니다. 잡냄새 없이 매우 부드럽고 고소하지요. 특히 평양면옥 집의 특징 중 하나를 알려 드려야 겠습니다. 정통 평양면옥집은 고춧가루가 냉면에 빠지지 않습니다. 의정부 냉면집은 아예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와 좀 당황스러울 정도이지만을지면옥은 그나마 적응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뿌리지는 않고 옵션으로 항상 배치해 놓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육수보다 면의 끊김이 평양물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기준이라고도 얘기를 하는데 을지면옥 역시 그 면에서는 평양 물냉면의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죠..




하여간  밍숭맹숭한 이 맛은 진정한 맛을 알아가는 첫 걸음입니다. 대 자연의 재료에서 얻어지는 이 맛은 결코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재료의 결합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맛은 우리가 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의 수준이다 말할 일이 아닙니다. 화학조미료가 없던 40년전 그 때는 바로 이런 맛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던 것이죠. 아마도 서너 번 참고 먹어 보면 조금씩 그 대자연의 세상을 느낄 수 있고 인공적인 맛이 아닌 담백한 맛을 느끼게 될 때 비로서 우리의 혀는 망각에서 깨어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먹을수록 우리 맛을 알게 되는 음식. 그러다 어느덧 중독되는 입맛. 그래서 유독 물냉면에 광(狂)들이 많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말 날씨가 차가워 진다내요. 친구들과 혹은 식구들과 평양냉면 후루룩 한 그릇 어떠신지..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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