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去車來車復來
아주 쉬운 한자로 된 제목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지 않고는 제목의 한자를 읽거나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두 가지 발음으로 읽히는 한자가 두 자로 모두 네 번이 나온다. 사전정보 없이 이 한자들을 모두 정확하게 읽을 확률은 16분의 1이다. 올해 내 탈것들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다.
5월 10일 전후해서 시내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시에서 만들어둔 자전거 주차 시설에 주차를 해두고 두 시간 정도 일을 보고 오니 자전거가 없어졌다. 자전거는 쉽게 도둑맞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남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산 지 6년이 된 자전거라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자전거여서 누가 가져갈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실제 2년 동안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세워둬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대로변에 있는 주차시설에 세우고 자물쇠까지 채워둔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새 자전거를 살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6년이 된 자전거도 도둑을 맞는데 새 자전거를 주차해두면 ‘가져가시오’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중고 자전거를 공짜로 얻거나 살 때까지 그냥 버티기로 했다.
4월부터 새 차를 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가족들 입에서 새 차 이야기가 나오면 ‘아침’을 살 생각이라고 말해주면 경차를 사느니 타던 차(씨에로) 그냥 타는 것이 낫겠다고 포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 봄부터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오래된 차를 가진 사람이 차를 바꾸면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고, 아내는 대구에 나갔다가 요상하게 생긴 ‘영혼’이란 차를 보고 와서는 그 차를 사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고 나선다. ‘영혼’이란 차를 보니 정말 멋있게 생긴 것이 ‘영혼’을 뺏을 만했다. 그래서 차를 사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마음을 바꿔 차를 사겠다고 나서니 아내와 아들이 조금씩 차의 등급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혼’은 처음 볼 때는 예쁜데 자꾸 보면 싫증이 날 것 같단다. 급기야 아내의 입에서 ‘창세기’를 사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내의 이 말에 아들은 환호하고, 열이 받은 나는 차를 사는 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아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음 약한 내가 흔들리고 있는데 며칠 후 아내가 다시 중재를 시도한다. 중형차로 하자고. 나도 한발 물러섰다. 차종은 음악성을 가진 차를 선호하는 아내와 히말라야의 어느 봉우리를 선호하는 남자 둘이 맞서다가 다수결에 의해 히말라야의 어느 봉우리로 결정이 되었다.
타던 차는 13년이 넘어가면서 여러 곳에 문제가 있어 남에게 팔기는 좀 뭣하고 14만 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은 차를 폐차하자니 그것도 주저되었다. 마침 차를 잃고 뚜벅이로 지내던 지인이 내가 타던 차를 받을 생각이 있다기에 그 지인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 지인은 자전거가 두 대 있다고 그 중 한 대를 내게 줘서 나도 다시 자전거를 가지게 되었다. 13년이 지난 차를 주고 5년 정도 되어보이는 자전거를 얻었으니 나로서는 꽤 괜찮은 물물교환이었다.
위의 제목은 ‘거거차래거부래’로 읽어야 한다. 해석하면 ‘자전거는 가고 새 차가 왔는데 자전거도 다시 왔다.’ 정도가 되겠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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