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세미의 궁상일기 - Natural
미나코 나리따의 작품은 학창시절 문구용품에서 많이 봐왔었다. 일러스트 자체만으로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파스텔조의 뽀송뽀송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무더기로 나오는 꽃미남을 보고 있으면, 누나들의 심금을 울리는 그림 때문에 기꺼이 코팅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Michael. 마이클, 미카엘, 미쉘, 미하일, 미겔.
만화 <내츄럴>의 주인공 산노마루는 페루소년이다. 어린시절 양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오게 된다. 일본가족인 누나 미코와 학창시절을 보내며, 소중한 친구를 사귀게 되고 농구광인 누나 덕에 농구선수로 활약한다. 산노마루는 페루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우정’과 ‘사랑’ ‘가족’이라는 보편적 행복을 깨달으며 성장해간다. ‘미카엘’이라는 원래 이름을 지닌 산노마루는 ‘천사’의 면모를 지닌 동시에 양면의 날인 인간 본연의 악함도 지니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페루시절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미나코 나리따의 대표작 <사이퍼>를 봐도 느끼는 것이지만, 감정의 오버가 없는 그의 작품은 어쩌면 지극히 만화적이지 않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가르는 코믹, 순정 등의 장르적 한계도 없는 작품이다. 그냥 ‘드라마’가 있을 뿐이다. 작가의 치밀한 디테일과 문화적 이해력, 담백한 인물간의 감정선이 참 깔끔한 뒷맛을 남기는 장점이 있다.
<natural>을 읽어보면 '엘 콘도 파사' 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페루소년을 입양한 일본인 아버지는 아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멋진 말을 해준다.
사이먼 & 가펑클의 감미로운 팝음악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스페인 통치 하의 페루의 대규모 농민반란에 관한 슬픈 노래라고 한다. 그 반란의 중심인물이 죽어서 'condor 콘도르'가 되어 라틴 아메리카 해방의 상징이 된다는 것.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하고 콘도르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의미라 한다.
'철새는 날아가고'는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한 감미로운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잉카인들의 삶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흠.........
그러고 보면,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만화책에서 다 배우고 있다.
내츄럴11완/ Minako Narita/ 학산문화사
글/ 쑤세미
도니와 돌+아이를 합쳐놓은 인물이 이상형. 최근엔 커피프린스의 진하림도 멋있어 보임. 좋아하는 것은 HY강M 서체,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프로젝트 런웨이, 영화 Reality Bites, My Aunt Mary의 노래 ‘공항 가는 길’. 봤던 거 또 보고 MP3 저장음악도 웬만해선 안 바뀌며 좀 후진 취향을 갖고 있으나 남에겐 들키지 않으려 하는 경향 있음. 비 오는 날 방구들에 엎드려 무한도전 재방을 틀어놓고 만화책 보며 뒹굴거리는 게 취미. 불의를 보면 꾹 참는 편이고, 불의를 보면 모른 체 하는 친구와 타협하는 친구를 두고 있음. 한국축구를 보며 인내심을 키우고 한국언론을 보며 창의력을 키우고 있음. 올해가 가기 전, 비 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마시기에 도전할 예정이었으나.......주머니사정 걱정해 준, 댓글 쓴 사람에게 사달라고 할 예정임.
쑤세미의 일상 Tip
1. 사람과 영화와 만화는 옛날 게 더 좋아요.
2. 김병욱 감독의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전작 ‘똑바로 살아라’가 더 재미나요. 단역시절 려원의 명대사 ‘후져, 후져’를 들을 수 있어요.
3. 술 마시기 전 매실을 먹어봐요. 다음날 숙취가 없어요.
4. .............이러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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