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22번째 "면빨의 여왕 옥천냉면"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6-08 09:48



을밀대를 소개하면서 양평의 옥천냉면을 떠올렸다. 면발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이곳 냉면은 정통 냉면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쫀득한 면발이 싫을 수 있다. 냉면처럼 호(好)와 불호(不好)가 선명하게 갈리는 음식도 드물다. ‘옥천냉면’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평양식 냉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전통 냉면이 아니다”라며 옥천냉면을 무시한다. 반면 열혈 마니아들은 옥천 냉면 한 그릇 먹으러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경기도 양평 옥천까지 차를 몰고 온다. 행락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는 6번 국도에서 서너 시간씩 꼼짝 못하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달게 감수하면서.

옥천냉면과 전통 평양냉면은 국물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평양냉면은 쇠고기 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냉면집에 따라 닭육수 또는 꿩육수, 돼지고기 육수를 섞는다. 쇠고기국물만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국물을 가볍게 하고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서다. 

옥천냉면은 돼지고기 육수만 쓴다. 동치미국물을 섞지 않는다. 그리고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살얼음 낀 국물은 달고 가볍다. 감칠맛이 좋다. 반면 동치미 국물의 톡 쏘는 맛은 없다. 평양냉면의 특징을 꼽히는 ‘짐짐하고 밍밍한’ 맛이 적다. 살얼음을 얹는 것부터 전통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냉면과 함께 먹는 음식도 다르다. 평양냉면집들은 대개 돼지고기 편육과 만두를 냉면과 함께 판다. 옥천 냉면집들은 돼지고기 완자가 유명하다. 돼지의 모든 부윗살을 곱게 갈아 달걀만 넣어 섞는다. 한 접시(9000원)에 아이 주먹만한 완자 8개가 가득 담겨 나온다.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다. 고깃결이 살아있다. 갈았다기 보다 찢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편육(9000원)도 있다. 삶은 돼지고기를 그대로 식혀 납작하게 잘랐다. 돼지고기를 삶아 누른 필동면옥과, 따뜻하게 나오는 평양면옥의 중간쯤 된다. 찍어먹는 양념도 달콤매콤한 필동면옥과 평양면옥의 짭짤한 새우젓을 반씩 섞은 맛이다. 김치는 염장무 하나만 나오는데, 3년간 염장해 새콤달콤한 서울의 무김치와 달리 묵직한 깊이가 있다.

옥천냉면의 역사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옥천냉면’ 창업자인 이건협씨가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피난 내려오다가 옥천에 정착, 냉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건협씨의 냉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냉면집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고유명사화했다. 지금 옥천군에만 냉면집 8곳이 넘는다. 냉면은 한 그릇 5000원. 비빔냉면도 가격은 같다. 돼지고기 완자는 반 접시(5000원)도 가능하다. 완자와 편육을 반반씩(9000원) 주문할 수도 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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