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을 아시나요? - 춘천에서 온 손님

person 김종규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4-23 09:41

토요일 오전 안동의 어느 시인(내가 알고 지내는 유일한 전업 시인이므로 앞으로는 그냥 시인으로 적는다)으로부터 ‘철가방 프로젝트와 술 한 잔 노래 섞기 오늘 6시 봉정사 송정식당’이라는 문자가 날아들었다.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조금은 난해한 문자가 될 수 있다. 철가방이라면 일반적으로 중국집 배달용기를 의미하는데 철가방에 무슨 프로젝트가 있나? 술 한 잔과 노래를 섞는 일이라면 대충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논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겠다. 그럼 중국 음식을 시켜서 한잔 하자는 이야기인데 식당에서 중국 음식을 시켜서 먹으면 주인이 좋아할 일도 없을 터인데 그게 가능이나 한 이야기인가?
사전정보가 있었던 내게는 이 문자가 쉽게 이해되었다. 월요일 우연히(?!) 술자리를 가진 시인으로부터 토요일쯤 춘천에서 ‘철가방’ 친구들이 오는데 같이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다. 몇 차례 만났는데 꽤 좋은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 때 들은 분위기로는 ‘철가방’이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들은 기억이 없다. 또 왜 하필이면 ‘철가방’이란 이름을 쓰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패인가? 철가방을 타악기로 쓰는 연주단인가?

집에 와서 잠시 검색해보니 정식 이름은 ‘철가방 프로젝트’이고 앨범이 있는 것으로 봐서 노래패다. 그래도 시간이 없어 왜 하필 ‘철가방’인지는 알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모임 장소로 향했다. 봉정사 아래 송정 식당은 시인의 누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같이 가게 된 김선생님께 오는 손님들의 노래패 이름이 왜 ‘철가방’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김선생님은 그새 자세히 홈페이지를 찾아본 모양이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지어준 이름인데 노래패가 청중을 찾아가서 노래를 배달해야지 앉아서 청중이 오기를 기다리면 되겠냐며 열심히 노래를 전해주러 다니라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이외수씨다운 발상이다.

모인 사람들은 춘천에서 온 ‘철가방’ 멤버 두 사람, 안동의 시노래패 ‘징검다리’ 멤버 여섯, 모임을 주선한 시인과 지인들 넷 해서 십여 명이 되었다. 춘천에서 온 손님은 ‘철가방’ 멤버 넷 중 시인의 친구인 김성호씨와 엄태환씨였다. 두 사람 모두 꽁지머리를 하고 수염을 기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소설가 이외수씨가 연상되는 외모였다. 같은 춘천에 살면서 노래패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친한 사이이니 외모도 닮은 모양이다.

다음으로는 ‘술 한 잔 노래 섞기’ 순서였다. 먼저 안동 시노래패 ‘징검다리’의 강미영씨가 환영하는 의미에서 한 곡을 부르면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전에도 한 번 들은 일이 있는데 강미영씨의 노래는 나같이 무딘 사람도 노래에 젖어들게 할 정도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이어서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교환하는데 ‘철가방’ 멤버 두 사람의 노래는 거의 환상적이었다. 기타 연주도 일품이어서 내가 상상하던 프로, 뮤지션 두 단어의 이미지와 부합했다.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절제가 곁들여진 노래들이었다.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같이 시골에 살면서 음악에 노출되는 일도 잦지 않은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과문한 소치일 수도 있겠지만 홍대 앞 카페에 격주에 한 번 출연을 하고 그곳에도 고정 팬이 있다고 하니 실력을 갖춘 음악가임에는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모임은 밤 12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시노래패 ‘징검다리’는 일요일 음반 취입이 있어 먼저 가고 시인의 지인들은 두 손님과 함께 시인의 집으로 가 몇 곡 더 청해들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귀가 호강한 날이었다. 그날 5월 말경에 춘천으로 노래를 들으러 가는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논도 있었다. 그 전에 안동의 시노래패 ‘징검다리’가 5월 10일 공연을 가진다. 솔직히 한 두 멤버를 제외하고는 ‘철가방’ 멤버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지만 시로 노래를 만들어 불러보겠다는 시도가 좋고, 이제 겨우 2~3년 된 노래패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기량도 성장할 것이다. 인연이 닿았으니 올해 ‘징검다리’ 연주회는 꼭 가볼 생각이다.

‘철가방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는 http://www.cheolgabang.com/이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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