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방의 주부권 이양 문화 안방물림
전통사회에서는 남여(男女)와 상하(上下)의 역할분담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듯이 생활공간도 엄격히 구분되었는데 주부는 안채에서 의식주(衣食住)를 비롯한 모든 집안일을 운영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부가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그 권위도 또한 대단했습니다. 이를 주부권이라고 하는데 이 주부권을 내어주고 안방을 물려주는 풍습을 안방물림이라고 합니다. 안방물림은 안채에서 관리하는 일체의 열쇠꾸러미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넘겨줌으로서 이루어집니다.
안방물림은 안동을 비롯한 경상북도 전역과 경상남도 및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전승되었던 전통무형생활문화로 가족유형과 주택구조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상류계층에서 전승된 생활문화입니다.
안방물림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가계를 계승할 아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유교적 가치 관념이 지배하던 전통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으로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이 반듯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통사회에서 자식, 특히 아들을 얻기 위한 기자의례가 많이 행해졌습니다.
둘째로 접빈객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손님이 찾아 왔을 때 단순히 차나 내어 와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나 안채 대문에 들어오는 사람이 이 집과 어떠한 관계인지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그 격에 맞추어 접대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가친척에 대한 면식이 그만큼 있어야함을 뜻합니다.
셋째로 조상 제사를 받들 수 있어야 합니다. 제사 준비는 현대사회와 달리 전통사회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동력 및 정성이 필요 했습니다. 특히 불천위 제사(큰제사) 경우 제물을 준비하는데 1달 이상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시집온 새 신부는 시댁 법도에 맞추어 제물을 마련하는데 끝없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했습니다.
안방물림의 시기는 일반적으로 20살을 전후해서 시집왔다고 보면 40살 정도 되어서 행해집니다. 이것은 20여년 정도 그 집안의 생활문화를 익혀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주부라는 호칭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결혼만 하면 주부라고 하는 것과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안방물림의 조건이 갖추어지면 종가나 대가에서는 좋은 날을 택하여 음식을 장만하여 마을사람들과 친척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안채에서 관리하는 열쇠꾸러미를 넘겨줍니다. 열쇠꾸러미를 물려받은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큰절을 하고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습니다. 이렇게 잔치가 끝나면 며느리는 안방으로, 시어머니는 상방으로 옮겨서 생활합니다.
주부권을 이양 받은 주부는 안채의 모든 사항을 관장ㆍ운영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모든 책임도 수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주부권을 이양 받으면 시어머니가 퍼 주는 쌀로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쌀독이나 뒤주에서 직접 쌀을 퍼서 밥을 하고, 고방의 찬반도 직접 관리 합니다. 시어머니가 퍼 주는 쌀로 밥을 해서 시부모라고 쌀밥을, 신랑이라고 쌀밥을, 내 자식이라고 쌀밥을, 주다보면 정작 본인은 누룽지를 먹어야했습니다. 안방물림을 하여 주부가 되어도 곡물생산이 풍족하지 못했으므로 적절히 안배하느라 배를 골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 이 이야기는 안동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에서 전승되고 있습니다.
※ 박장영님은 현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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