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18번째 "신당동 홍어찜 회"
신당동 가구골목 안에 30년 전통의 홍어집이 있다. 간판에는 그냥‘홍어찜. 회’라고만 적혀있고 상호가 별도로 없다. 83세의 할머니의 87세의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양념과 칠레산 홍어를 잘 삭혀 내놓는 집으로 정평이 나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비밀스러움을 간직하며 해가 떨어지면 유령처럼 이곳으로 스며든다. 이 집만의 장점이 몇 있다. 일단 저렴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 홍어찜이 대 40,000원 중 30,000원 소 20,000원이다. 홍어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집에는 할머니표 양념장이 있다. 초간장을 막걸리를 빚고 이를 솔잎마개로 덮은 그릇에서 발효시켜 만들어내는데 독특한 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원초적이란 맛이랄까. 봄날 보리밭 흙 내음 같은 그런..... 그리고 이집만이 가지고 있는 밀주(蜜酒)가 있다. 아스파탐(그래도 삭카린나트륨 보다는 좋다)이 듬뿍 들어 있는 요즈음 양조장 막걸리와는 격이 다르다. 조금 싱거운 듯 하나 누룩의 향이 진한 격조 높은 막걸리다. 그래도 흑설탕이나 벌꿀을 조금 넣는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막걸리가 탄생할 수 있을 텐데..... 언제 할머니께 실험을 해드려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집만의 홍어 요리로 눈여겨 볼 것은 고춧가루, 양배추, 쪽파다. 고춧가루는 일단 절구로 대충 빻아 손톱크기로 마무리한 것으로, 크기로 너무 커 먹다가 이에 붙으면 이빨 하나가 사라지는 마술을 즐길 수 있다.
할머니가 모든 손님에게 자근자근 친근하다. 할머니의 사랑이 그리운 사람은 오늘밤 그리운 향내를 쫓아 잠입하라. 신당동으로
홍어이야기
홍어는 색깔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넓은 고기 즉 홍어(洪魚)에서 나왔다고 한다.《본초강목》에는 태양어(邰陽魚)라 하고,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라고도 하였으며,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고도 하였다.《자산어보》에는 분어라 하였고 속명을 홍어라 하였다.
홍어는 전라도쪽에선 "잔칫집 음식상에 반드시 홍어가 올라야 한다" 는 불문율이 있을 만큼 유명한 생선이다. 연간 100톤의 적은 양 밖에 잡히지 않아 품귀현상에 값이 비싸며 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서민들도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희귀생선이기도 하다. 그래도 칠레산 홍어 덕분에 요즈음은 서 너집 건너 홍어집이다.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다른 어류보다 몸 안에 질소 화합물인 요소, 암모니아, 트리메틸아민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 자극이 강한 냄새와 맛을 낸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홍어회, 홍어찜(홍어어시욱), 홍어삼합 등이 있다. 홍어는 일반적으로 삭혀서 회나 찜, 탕으로 먹는데 입 안에서 혀 끝에 와 닿는 화끈하고 찰진 감칠맛이 특징이다. 특히 톡 쏘는 맛의 콧잔등살과 잔뼈가 잘근잘근 씹히는 날개부분, 애(간), 고소한 창자부위가 맛있다. 홍어회는 초간장이나 기름, 소금에 알맞게 썰어 홍어를 찍어 먹는데 막걸리를 곁들이면 진맛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막걸리 안주로 먹는 것을 홍탁이라 하며,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배추김치와 함께 먹는 것을 삼합이라 하는데 그 맛은 말로써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홍어찜은 사계절 이용가능하며, 여름철에 특히 맛이 좋고 초간장을 곁들여 찍어 먹기도 한다. 미나리대신 콩나물, 대파를 홍어와 같이 쪄서 곁들여 이용하기도 한다. 할머니집에서는 양배추와 쪽파를 사용하는데 이 또한 별미다.
홍어는 왜 식중독에 안걸릴까요? 홍어가 죽은 뒤 박테리아에 의하여 만들어진 암모니아 성분이 다른 미생물 (식중독 균)의 침입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성분이나, 홍어에 포함된 양은 극히 미약하여 오히려 잡균을 없앨 정도의 양이다. 일전에 대학연구소에서 암에 걸린 쥐에 삭힌 홍어액을 투입하자 암 세포가 급속히 오그라드는 실험을 본적이 있다. 항암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발효(醱酵: fermentation)와 부패(腐敗: putrefaction)는 일단 학문적으로 볼 때 다른 것이다. 발효란 광의적으로는 미생물분해로 유용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모두 일컫지만 학문적으로는 탄수화물이 무산소적으로 분해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서 부패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말한다. 홍어는 저장 초기에 약간의 세균이 검출되지만 홍어의 Ph가 상승함에 따라서 (홍어의 pH는 저장 첫날에 6.54로 시작해서 저장 20일에는 9.45까지 상승한단다.) 결국 세균이 완전히 소멸된다. 저장일로부터 약 10일이 지나면 암모니아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요산 분해에 의한 암모니아성 질소 생성은 결국 세균의 작용이 아니라 홍어 자체의 자가소화효소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인체에 유해한 세균성 독성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홍어는 부패균의 효소에 의하여 썩는 것이 아니라 높은 Ph로 인해 멸균된 상태에서 홍어 자체의 효소에 의하여 자가 분해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말로는 이렇게 인체에 무해하게 분해되는 과정을 '삭힌다'라고 표현한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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