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17번째 "송어의 참맛"
지난 늦여름 어머니를 뵈올 때 일입니다. 이가 약해져도 먹고 싶은 건 있는 법입니다. 어머니는 고기를 좋아하시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내 고기를 먹고 접다고 말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조릅니다. 밀린 효도를 당일치기 시험 공부하는 요량으로. 어머니 꼭 드시고 싶은 것이 있을 것 아니유. 그래 송어회를 먹고 싶다. 더 이상 머무를 필요는 없지요.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선몽대는 유서가 깊은 곳입니다. 우리들 어릴 때 추억도 있는 곳이지요. 저는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송어와 함께 살아납니다. 오천교송어회는 이곳 선몽대 옆에 자리 잡은 유일한 송어횟집입니다.(송어횟집이외에는 민가도 하나 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선몽대는 인공이 덜 침범하여 한국에 가장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도 국가지정명승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최근 들었습니다.
아! 아름다운 자연은 거기에서 이리 오래 기다리고 있습니다. 맑은 강물과 금은 모래 빛이 아직도 살아있는 곳(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라는 노래말에 나오는 바로 그 강가입니다). 풍수상 평사낙안형(평평한 모래밭에 기러기 앉는구나)으로 낙동강의 한 줄기인 내성천의 백사장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수백 년을 자리해온 소나무 숲은 수해방비림, 수구막이, 비보림(마을이 안녕을 위하여 조성한 수림)역할을 하며 그 웅자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입니다.
선몽대는 퇴계 이황 선생의 선몽대 현판을 비롯하여, 약포 정탁,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 한음 이덕형(오성과 한음에 그 한음 어르신입니다), 청음 김상헌 등 조선 선조시대에 최고 반열 선비들이 남긴 친필시를 읽을 수 있는 몇 없는 경승지입니다.
하여간 눈부신 이곳 풍치를 눈으로 가슴으로 마음껏 즐기시고 읍내로 나가는 오쳔교다리 끝에서 만나는 오천교송어횟집은 단순한 회 꺼리로 치부하기 어려운 깊은 서정의 맛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 횟집은 전용횟집이라기 보다는 큰 농사를 지으며 송어를 기르는 반농반어로 일을 삼는 집입니다. 학가산과 소백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이 내성천을 따라 흘러 이곳에 도달하여 송어들에게 숨 쉴만한만 물을 공급해 줍니다. 원래 송어는 1급수에서만 자라 수 있습니다.
송어 맛은 일단 눈으로 부터 출발합니다. 마치 잘 익은 귤을 잘라놓은 듯 그 빛깔은 아름답습니다. 너무 붉어 침이 절로 고입니다. 준비한 야채와 참기름 초고추장을 두르고 비벼 한입 입에 넣어 봅니다. 고소하고 찰진 송어가 나와 하나가 됩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송어를 먹으며 또 한 해의 여름을 보냅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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