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의 문화산책 - 딸과 함께 한 대보름 행사

person 김창호
schedule 송고 : 2009-02-11 07:12

정월대보름..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오늘 달집태우기 갈꺼야? 갈꺼면 인라인이나 자전거 챙겨와'

날이 많이 추울 것 같아 '그냥 사진만 찍고 오자'고 대답했다.

강변의 차가운 칼바람이 두려웠다.

행사장 풍경을 연신 담던 도중에 문득 '참 못난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한다.

나 좋자고 접해 본 취미생활의 동행에 늘 우리딸은 없었다.

단지 같은 공간에 서있기만 했을뿐...

미안한 마음에 그제서야 딸의 모습도  담아보기로 했다.

자칫 더 소중한 것을 곁에 두고도 지나칠뻔 한게 새삼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오랫만에 쥐불놀이(깡통돌리기)도 함께했다.

처음 조금의 망설임 후에 점점 요령을 익힌 딸은 이내 능숙한 솜씨로 깡통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깡통 돌리기의 백미는 마지막 깡통을 던지는게 백미다.

허공을 날아가던 깡통이 짚단에 불이 붙으면서 장엄한 불길이 타오르면 우리네 놀이는 끝이 났다.

내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그렇게 우리아이의 몸짓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한해의 액운이 저 돌아가는 깡통 속 관솔가지와 함께 훨훨 타서 없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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