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person 김종규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2-05 09:27

구동구권 시절의 알바니아를 무대로 한 소설이다. 1981년 12월 14일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후계자였던 메메트 셰후가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공식적으로는 신경쇠약으로 인한 자살로 발표되었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의혹을 가지게 마련이다. 작가는 이 사건을 소재로 의혹을 제시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사건의 전모를 전개하기보다는 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공포정치와 불안, 인간성의 파괴 과정을 제시한다.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1936년 알바니아 남부 쥐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나 티라너 대학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모스크바의 고리키 문학연구소에서 공부했다. 고등학교 시절 벌써 ‘서정시’라는 시집을 출간했고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했다. 엔베르 호자 정권이 무너지기 몇 달 전인 1990년 10월 그는 프랑스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파리에 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죽은 군대의 장군’, ‘돌에 새긴 연대기’, ‘부서진 사월’, ‘꿈의 궁전’, ‘H 서류’, ‘아가멤논의 딸’ 등이 있다고 한다.

세르비아의 자치주였던 코소보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그곳 주민들이 대부분 알바니아계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알바니아는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친중국 노선을 걷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소설을 보면 후에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된다. 발칸 반도의 귀퉁이에 붙어있는 이 나라는 인구는 3백만이 조금 넘고 면적은 3만 평방킬로미터가 조금 덜 되는 작은 나라다. 알바니아인의 종교에는 이슬람교, 희랍정교, 가톨릭이 있는데 중세시대 때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아 전체 인구의 70%가 이슬람이라고 한다. 20%는 희랍정교, 10%는 가톨릭이다.

기원전 168년 로마에 정복된 후 약 500년 동안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로마가 동서로 분할된 뒤에는 동로마 제국의 영토에 속해 15세기에 이른다. 그 후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2년 독립한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가 알바니아에 무슬림이 많은 역사적 근원이 된다.

독립 후에는 이웃의 강대국이었던 이탈리아에 정치 군사적으로 의존하게 되었고 결국은 1939년 파시스트 이탈리아에 합병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주축이 된 게릴라전이 벌어졌고 종전 후엔 게릴라 지도자였던 엔베르 호자(1908-1985)가 정권을 장악하고 1946년 인민공화국을 선포하였다. 1950년대 들어 스탈린이 사망하자 호자는 수정주의 노선으로 기우는 소련을 멀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결국엔 단절된다. 호자는 1985년 죽을 때까지 40년간 알바니아를 통치하였는데 거의 김일성과 맞먹는 기간 독재자로 군림한 것이다. 1946년부터 1992년까지 5,577명의 남성과 450명의 여성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2만6천여 명이 투옥되었고 3만2천여 명이 강제 이주 당했으며, 7천여 명이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전국의 모스크와 교회를 파괴하면서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시켰다. 또한 이웃 국가들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전국에 70만개 이상의 지하 벙커를 파는 등 알바니아를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절대 권력자가 있다면 어떤 국가에서나 2인자의 자리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자리로 오를 예정인 사람 주위에는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절대 권력자에게는 달가운 현상이 아니다. 2인자의 권력이 커지는 것이 보이면 절대 권력자는 위험을 감지하게 되고 어떤 형태로든 그를 제거하게 마련이다. 북한에서 2인자가 권력을 승계한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로 절대 권력자의 아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호자도 여러 명의 2인자들을 제거한 모양이다. 그런 나라에서 2인자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하는 발표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정치적 소설이라고 느껴지기보다 실존적 작품으로 느껴지는데 작가가 쓰고자 한 방향이 그러했을 것이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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