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뉴딜 vs 삽질

person 김종규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1-22 09:44

지난 12월 29일 안동과 나주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4대강 정비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나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안동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몇 마디 적어본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안동에서 시작된 데는 정부와 안동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안동은 한반도 운하 구간에 있지 않아 4대강 정비 사업과 한반도 운하사업의 관련성 논란을 피하기 좋은 위치다. 여기에다 ‘녹색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의 최근 경기 부양책을 받쳐주는 배경도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은 원래 안동시가 추진하던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사업’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안동시가 구상해서 예산을 따려고 하던 이 사업이 정부의  ‘녹색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자리 잡은 4대강 정비 사업에 편입된 것이다.

이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다. 389억원(2009년 116억원)을 들이게 될 이 사업은 용상동 법흥교 근처인 반변천 합류부에서 태화동 안동대교 간 4.07㎞에 걸쳐 하천을 정비한다는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길이 397미터의 보와 어도를 설치하고 2.2 칼로미터에 걸쳐 제방을 보강한다. 보에 물을 가두면 요트, 카누, 조정 등 수상 레저 공간이 확보된다. 사업 구간에는 길이 14.7 킬로미터의 자전거길, 8.3 킬로미터의 산책로, 다목적 광장 6개소, 실개천 2개소, 생태학습장 1개소 등을 만든다고 되어있다. 강변 둔치에는 갈대와 물버들 등 강변 특유의 식생 자연군락도 형성된다. 사업 대상 면적이 백만 제곱미터가 넘는다. 환경성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공식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성 검토는 아마도 해도 좋다는 결론이 나올 것 같다. 대통령이 추진하고, 이미 국무총리가 와서 기공식을 한 사업에 지방 환경청이 불가 판정을 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럼 현재 이 구간에 있는 시설들을 살펴보자. 현재도 보가 있다. 그리고 이 구간에는 2면의 축구장(1면 잔디 구장), 2면의 야구장, 1면의 롤러 스케이트장, 몇 개의 게이트볼 경기장, 2, 3면의 주차장, 주민들의 쉼터로 쓰이기도 하고 패러 글라이딩 장소로도 쓰이는 광장, 국궁 연습장, 다수의 농구장, 족구 경기장, 경비행기 이착륙 시설, 자전거가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가로등을 갖춘 산책로 등의 시설이 있다. 대한민국에 이 정도 시설을 강변에 갖춘 도시는 많지 않다.

이 사업이 완료되었을 때를 지금과 비교해 무엇이 더 좋아지는지 이해하기 힘들게다. 나도 마찬가지다. 머리 좋은 분들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큰 차이는 보를 지금보다 1미터 정도 높이는 것이 될 것 같다. 보를 높이면 안동 시내를 흐르는 낙동강 구간에 담수 용량이 커지고 수심이 깊어진다. 그러면 수상 레저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많이 넓어지고 멀리서 바라봤을 때 강의 멋도 좋아진다. 아마도 반변천까지 영향을 끼쳐 우리집에서 바라보는 반변천도 더 넓게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위에 언급한 기존의 시설들은 물에 잠기거나 수면과 가까워진다. 따라서 높이를 높이고 면적을 줄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많은 체듁 시설들은 없어지거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사업에 자전거길과 산책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각종 체육 시설대신 다목적 광장이라는 말로 비껴간 이유로 생각된다.    

이 사업에 홍수 및 가뭄 등 물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바로 위에 두 개의 댐과 두 개의 보조댐을 가진 안동에 보의 높이 좀 높이는 것이 홍수와 가뭄 대책일 수는 없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는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체육 시설을 축소하는 사업으로 보인다. 물론 수상 레저 시설이 관광객을 유치할 수는 있을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오는 사람이야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대구에서는 올 수 있을 게다. 안동에서도 수상 레저를 즐길 형편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나도 윈드서핑을 한다고 나설 수도 있다. 대신 위에 언급된 체육시설의 상당 부분은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곳에서 공놀이를 하던 사람들은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할 게다. 공 하나로 놀던 사람들이 잃은 공간은 비싼 장비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수상 레저 시설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레저, 체육시설의 고급화요 선진화다. 산책로와 자전거길은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녹색 뉴딜정책’을 환경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시공식을 해서 ‘녹색’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중장비 위주의 하천 공사가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할지 의문시되어 ‘뉴딜’이 의심스럽다. 400억이란 돈은 2,000명에게 2년간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돈이고, 연봉 2천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0명에게 2년간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무식한 내가 보기엔 ‘뉴딜’이 아니라 ‘올드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을 400억짜리 삽질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에~라~ 만~수~.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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