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15번째 " 닭꼬치의 깊은 맛"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9-01-19 10:08
서부역 '호수집' 닭꼬치의 깊은 맛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직격탄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경제는 물론 개인의 삶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힘들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때 우리 같은 서민은 다시 먹거리에 있어서도 효율적이고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싸고도 맛있는 곳 그곳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중림동 호수집은 서부역 언저리에 있는 닭고기집입니다. 주 메뉴는 닭고치와 닭볶음탕이 주력인 집입니다. 이곳 중림동도 빠른 속도의 재개발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서울의 어제를 볼 수 있는 화석화된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는 지역 중에 한 곳입니다. 소위 서부역 일대인 이곳은 그나마 아직도 서울의 뒤란 또는 그림자 같은 서정들이 숨을 쉬는 곳이어서 우리의 잊혀졌던 기억의 편린들이 아직도 번쩍입니다. 가장 오래된 아파트촌이며 다꾸앙공장, 오래된 이발소나 세탁소가 유령처럼 거기에 서있는 곳 이니까요.

고기 맛을 볼까요 고기를 가스불로 굽게 되면 수분과 고기 고유의 향이 달아나게 됩니다. 그런데 고기를 연탄불이나 숯불에 굽게 되면 복사열에 의해 고기가 구워져 그 맛과 향이 살아나게 되지요. 그래서 닭고치가 기가 막힙니다. 아마 충무로 극동빌딩 옆 닭고치실내포장마차와 자웅을 겨룰 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 호수집을 더 좋아합니다. 이곳이 더 야생에 가깝습니다. 음 호수집은 향기가 은은한 야생화라면 극동빌딩 실내포장마차는 마치 온실에서 핀 백합 같은 맛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이곳 호수집이 더 당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닭고치 주문 시에는 반드시 넉넉하게 주문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합니다. 현실적으로 추가 주문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밀어 닥치는 손님 때문이지요. 그러니 넉넉히 시키세요. 한 고치 단돈 천원이니 돈 아끼지 말고요. 그리고 나서는 닭볶음탕을 시키세요. 그래야 마무리가 됩니다. 칼칼한 닭볶음탕의 맛은 비결은 닭을 1차로 삶아 닭기름을 모두 빼고 깻잎과 매운 고춧가루로 맛을 내어 느끼함이 사라진 개운하고 시원한 맛입니다.

참 이 집은 말입니다 단골과 단골 아닌 손님의 차별이 꽤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빨리 주인을 사겨두어야 허탕 치는 일이 없을 것 같네요.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나지만 곧 이해되실 겁니다. 당신이 단골이 되고나면 말입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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