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코 여행기 마지막 날~즐거운 여행을 고마워 ...엄마^^
어제는 새벽 1시까지 얘기를 나눴는데도, 우리는 아침 6시에 일어났어요. 호텔 아침 식사는 7시 30분부터 시작되어서, 그 때까지 아침 바다 구경하러 점퍼를 입고 나갔어요.
아침 바다는 쌀쌀하면서도 공기가 맑고, 햇살도 부드럽게 우리를 감싸주는 것 같았어요. 해변을 걸으면서도 우리는 말은 별로 없었어요. 해어질 때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서로가 느껴서 말을 못하는 것 같았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니까 친구들이 호텔에 와있었어요.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하니,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자기도 그랬다고 크게 웃었어요. 어색했던 어머니와 나의 분위기가 웃음으로 좀 완화됐어요.
아침에 먼저 간 곳은 용궁사(-宮寺).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지하는 절이란다. 나도 처음이라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는데 도착해서 참도(-道)를 내려가니까 늠름한 모습의 12지 조각상이 서 있었어요. 자기 띠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고 하니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호랑이 앞에서 나랑 친구는 뱀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뱀 앞에 삼재(三災)라고 써있더라구요. 어머니는 웃으면서 "삼재라니, 그래서 결혼 못 했군. 조심해라 게이코는 일본에 가서 '야쿠바라이(厄-い)'를 해야되겠다"라고 하셨어요. 삼재라니...일본에서도 믿는데 ‘삼재가 시작할 해에는 신사나 절에 가서 야쿠[재난]를 피할 수 있다’고 야쿠바라이를 하는 강습이 있는데, 나는 한국에 생활하니깐 그런 건 신경도 안 썼었는데 그런 말을 들어서 왠지...기분이 우울해지는 것 있죠.
뱀 조각상 앞에서 기도를 하며 사진도 찍었어요. 그걸로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으나 다음에 일본에 갈 때는 야쿠바라이를 해야되겠네요.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것 없는지??있으면 한국에서 하면 되는데 말이죠.
용궁사에는 남득불(男得?)도 있어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니, 나도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혹시나....내년이나 결혼하면 갖고 싶어질테니 ..숙스로운 마음으로 나도 배를 만졌어요.
용궁사에서 어머니는 역시 불상 앞에 기도를 하셨는데 절에 와서 생기가 생겼는지 뛰는 듯 가시더라구요. 나는 어머니 뒤 따라가느라 힘들어서 땀을 흘렸어요.
어머니는 작은 스님 인형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갖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2개 샀어요. 하나는 어머니, 하나는 내가 갖게 되었지요.
용궁사를 떠나 우리는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으로 이동. 그런데 세일 중이여서 사람들이 많아 어지러울 정도였어요. 어머니가 이 번의 여행을 준비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나는 그냥 거절하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그냥 기념으로 받아라. 옷이나 그런 것을 사주는 것도 오래됐다며,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 아무거나 하나 고르라고 했어요. 나는 예쁜 마후라를 골랐지만 나만 사는 건 마음이 괴로웠어요. 나는 어머니 것을 사주기로 했어요. 한 개씩 선물을 사다가 이제 공항으로 가는 시간이 됐죠.
4일 전에도 김해공항에 왔었지만 그 때는 어머니가 오신다는 기쁨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막상 어머니를 보내게 되니 너무 섭섭했죠.
어머니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안전부절하면서 우리에게 수속은 혼자 할 수 있으니 빨리 가라고 하셨어요. 나는 왜 그럴까 싶었지만... 어머니에게 괜찮다고 해서 커피를 같이 한잔했어요.
오후 4시가 넘자 어머니가 부산에서 안동까지 가야 하는데 막차를 못 탈 수 있다고 빨리 가라고 하더라구요. 나는 해어지기 싫은 마음을 무시한 듯 공항을 떠났어요. 어머니는 공항 주차장까지 나와서 우리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그 때 어머니의 미소는 얼마나 슬퍼보였는지... 왠지 오늘로 완전히 못 보는 듯한 너무 슬픈 표정이었어요. 그 때 알았죠. 어머니도 나랑 해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나를 먼저 보낸 것 같아요. 어머니 성격 상 해어지기 싫다며 내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겉보기에는 씩씩해 보이는 어머니... 그래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귀여운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니까 눈에서 방울 같은 눈물이 계속 나왔어요. 가슴이 너무 아프기만 했어요.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은 들지만,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다음에 오실 때는 더욱더 잘해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어머니와 나의 한국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이보다 즐거운 여행은 평생 없을 것 같아요. 가장 아름다운 안동을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행복하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딸로써 가장 행복했어요. 나는 이제 어머니와 나의 여행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앨범에는 우리가 다녀간 곳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나의 소감을 썼어요.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짧은 편지를 쓰고 앨범에 넣었어요.
어머니와 해어진지 얼마 안 되었지만 지금도 보고 싶어요. 8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도 이렇게까지 그리운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부모님께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일본에 갈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너무 찡하지만, 앞으로도 나의 한국 생활은 계속 될 것이고. 어머니에게 멋진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생각이에요.
"엄마 나도 힘낼 테니 엄마도 오래오래 살아야돼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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