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12번째"최고의 붕어찜을 먹여주마"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12-08 09:28



내 기억 속에 붕어는 사실 저수지나 강가가 아닌 논바닥에서 자릴 틀고 있다. 늦가을 아버지는 벼를 쉽게 베어내기 위해 논의 물골을 터놓는다. 벼를 벨 때 발이 빠지면 작업이 더디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장마 때 물골을 따라 논으로 들어왔던 붕어들이 그 제서야 물골을 타고 나온다. 통상 강가나 저수지의 붕어는 검은 빛깔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나 논 붕어는 호박 속 같은 노란색을 띠게 된다. 누런 붕어가 물골에서 퍼덕거리면 얼른 양동이에 담아 두었다가 집으로 가져와 배를 가르고 무청을 깔고 고춧가루, 마늘, 고추장을 듬뿍 넣고 조려서 먹었다. 그 때야 시골에 별난 맛 꺼리가 있을 리 만무하니 혀의 기분이 어떠하였을까. 그런 붕어는 이제 우리 아비를 따라 다시는 못 올 곳으로 떠났다.


붕어가 허약체질을 위한 보양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붕어를 두고  몸에 기력이 떨어져 피곤하고 힘이 없고 나른할 때 몸을 보하는 차원에서 널리 애용하였다.. 특히나 동의보감에서는 붕어를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고 위기를 고르게 하고 오장을 보호한다고 하였고, 기를 내리면 이질을 낫게 한다고 하였다.

 사실 붕어찜은 경기도 광주의 분원리가 유명하다. 현재 50여 호가 오늘도 붕어를 조리고 있다. 대부분 겨자, 후추, 들깨, 소금, 간장 등의 조미를 이용하여 붕어의 비린내를 없애고  담백한 맛을 만들기 위해 별도로 제조한 조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매우 좋다. 거기에 구수한 시래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붕어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일단 시도해 보고 나서는 가끔 찾게 마련이다. 하여간 이곳 붕어는 모두 북한강 붕어로 알려져 있고 구리 소문도 내지만 사실 중국붕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워낙 먹어 조지니 그 량을 어찌..)



오늘 소개하는 산골집은 붕어찜도 찜이지만 ‘밥’과 ‘반찬의 중심 김치’에 대해 칭찬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주인어른은 음식에 대하여 일종의 최고 강박증(?)이 있는 분이다. 가장 좋은 쌀 그리니까 우리나라의 여주쌀 중에서도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농부의 쌀만을 특별 주문하여 준비해두고 손님이 오면 그제 서야 밥을 지어낸다.

김치도 맛이 자랑할 만큼 독특한데 이런 김치는 라도의 종갓집에서도 먹어 본 바가 없다. 배추는 물론 갖은 양념과 젓갈도 특별히 최고만을 고집한다. 반찬도 하나하나 뜯어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정성과 최고의 재료를 멋지게 버무려 나온다. ‘붕어찜’ ‘메기매운탕’ ‘아귀찜’이 주 메뉴이나 계절에 따라 몇 가지 추가 메뉴도 준비해 준단다. 밥은 한공기로 부족하다. 과식으로 인한 문제는 본인의 몫이다.




* 찾아가는 길은 가평으로 가다가 청평댐에서 청평시내로 들어가지 멀고 댐 왼쪽으로 난 ‘환상의 드라이브 도로’로 방향을 잡는다. 이리로 쭉 가면 종점이 남이섬이다. 청평댐에서 한 10여 킬로 가면 오르막 왼쪽에 있다. 미리 전화하고 가던지 가서 한 참 기다릴 줄 알아야 비로소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 안동넷 & presstea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ow my life"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