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周王)산의 전설
주왕산의 이름은 주왕(周王)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주왕이 머물다 간 산이란 뜻이다. 주왕산 곳곳에는 주왕의 전설과 관련된 자연물들과 유적이 존재한다. 그럼 주왕은 누구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전설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중국 당나라 때의 주도(周鍍)는 스스로를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 칭하고 당나라 수도 장안을 공격했으나 안록산의 난을 평정한 곽자의(郭子儀)장군에게 패하여 요동으로 도망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사람을 주왕(周王)이라고 한다. 주왕은 반란이 실패하자 멀리 한반도의 석병산(石屛山, 현재의 주왕산)으로 피신했다. 그는 산입구가 되는 주방천 협곡에 산성(자하성)을 쌓고 재기를 노린다. 나중에 주왕이 신라 땅에 숨어 들어간 것을 안 당나라에서는 그를 잡아달라고 신라에 요청했다. 신라는 마일성 장군의 형제들을 필두로 진압군을 이곳 석병산으로 보내 주왕과 그의 군사들을 격퇴시켰다.
신라군과의 싸움에서 패한 주왕은 폭포수가 입구를 가리고 있는 주왕굴에 숨어들었다. 그러나 몰래 세수를 하러 나왔던 주왕은 그만 마장군의 낚시에 걸려 생포되어 당나라 장안에서 참수되었다고 한다. 주왕이 마장군의 화살과 철퇴를 맞고 최후를 맞이했다고도 전한다. 주왕이 신라 마장군의 화살에 맞아 흘린 피가 주방천을 물들인 뒤 붉은 꽃망울을 피웠다는 꽃이 주왕산 수달래이다. 그래서 수달래는 주왕의 넋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장굴은 주왕이 갑옷과 무기를 숨긴 곳으로 전해진다.
기봉은 주왕이 적과 대치할 때 대장기를 세웠다고도 전해지고, 군량미처럼 보이기 위해 낱가리를 돌렸다고도 전해진다. 주왕산 초입의 대전사(大典寺)는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을 위해 고려 태조 2년 보조국사 지눌이 세웠다고 전해지며(신라 문무왕 12년, 672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음), 백련암은 주왕의 딸 백련공주의 이름을 딴 암자라고 한다. 연화굴은 백련공주가 성불한 곳으로도 전해지며 주왕이 군사를 훈련시킨 곳으로도 전해진다. 주왕굴 앞의 주왕암은 주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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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사 뒤로 주왕의 대장기가 꽂혔다는 기봉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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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왕이 쌓았다는 자하성의 성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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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왕이 숨어있다 최후를 맞이했다는 주왕굴 - 실제로 은신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
제1폭포를 오르다보면 급수대를 만나는데 그 급수대의 안내판이 다른 단서를 제공한다. 급수대 안내판에는 김주원(金周元)이 김경신(金敬信)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이곳 주왕산에 대궐을 건립하였는데 당시 산 위에는 우물이 없어 계곡의 물을 퍼 올려 우물물을 대신하였는고 그 후 이곳을 급수대라 하였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이 산 속에 대궐을 지었단다. 산 속에 뭔 대궐을 짓나? 또 신라의 왕위를 포기하고 대신 '명주군왕'이 되어 명주(요즘의 강릉) 지역으로 갔다는 사람이 이 궁벽한 산골짜기에는 왜, 언제 왔을까? 삼국사기에서 왕위를 양보(?)한 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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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원이 계곡물로 우물물을 대신했다는 급수대 |
주왕의 전설 주인공이 김주원이 아니라 그의 아들 혹은 손자에 얽힌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다. 청송의 향토사학자 김규봉씨는 920년경에 낭공대사가 썼다는 주왕사적(周王事蹟)의 연구를 통해 주왕의 전설은 신라 말기 반역을 꾀했던 김헌창(憲昌)과 김범문(梵文)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김헌창은 김주원의 둘째 아들이고 김범문은 김주원의 손자이다. 김헌창은 아버지가 왕이 되지 못한 것에 한을 품고 헌덕(憲德)왕때 공주(公州)지방에서 군사를 일으켜 국호를 장안(長安)이라 하고 일시 전라ㆍ충청 지방을 점령했으나 실패하고 자결했다. 김헌창의 아들 김범문은 북한산에서 재기했지만 실패했다.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주왕의 전설은 결국 김주원 일가의 3대에 걸친 왕위쟁탈전에 얽힌 이야기가 된다. 김주원 일가의 신라에 대한 반란은 4대째 이어진다. 김주원의 맏아들 종기(金宗基)의 손자 김양(金陽)은 희강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민애왕 김명(金明)의 패륜을 명분으로 청해진에서 군사를 일으켜 서울인 경주를 공격해 민애왕을 제거하고 김우징(祐徵)을 왕으로 세워 신무왕이 되게 했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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