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제
person 김영호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11-10 09:16
가을날 이때쯤
아버지는 비로소 농부 옷을 벗어 던지시고
머리에 물을 발라넘기셨다
그리곤 예안김가 27대손 자랑스런 후손으로
두루마길 둘러 입으셨다.
아들에게 한마디 이렇다
말 한번 다정스럽게 건낸적
없던 그도 선산시제(先山時祭)를
올리고 나서는 손으로 풀을 뽑으며
무거운 입을 여신다.
“야야 그래 너네 고조에 할배다.
힘이 장사라꼬 할배가 늘 쌍 이야기 했다.
대단했다 너네 할배가”
그래 말씀하시고는 낙동강이 보이는
저 산 아래로 하늘하늘 걸어 가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 어깨가 너무 좁아
코스모스와 닮았다고 느꼈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제 한 번도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씀 드린 적이 없었던 불초한 나는
지금도 가을이 오면 가슴이
쓰리고 아파 차라리 혼절을 했으면 싶다.
아부지. 사랑합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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