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대향연..휑한 시골 축제

person 김종규 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11-06 09:08

10월 31일에서 11월 2일까지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 아랫마을에서 국화 대향연이란 마을축제가 열렸다. 봉정사 아랫마을은 국화차로 유명하다. 아마도 몇 년 전 청와대에서 '가을신선'이라는 국화차를 명절 선물로 돌리고 난 후 더 유명해진 듯하다. 나도 안동 간고등어와 더불어 국화차를 안동의 브랜드로 만드는데 일조하기로 마음먹고 있다. 그 진한 듯한 향이, 자극적이어야 반응을 하는 내 취향과도 맞고 뭔가 있어보이가도 하다. 마을마다 특산물을 자랑하기 위한 마을축제를 여는 추세를 타고 봉정사 아랫마을에서도 나름대로의 축제를 열기로 한 모양이다.

토요일 아내가 보고 싶어 하고, 별다른 일도 없고 해서 마을축제에 가보기로 했다. 봉정사에서 조금 떨어진 삼거리에서는 봉정사 주차장까지 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멀리 차를 세우고 버스를 타고 가라는 배려인가 보다. 어떤 버스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내 차는 한참을 더 갔기에 그냥 운전을 해서 갔다. 마을 근처에 가니 젊은 의경들이 차량을 통제한다. 주차장에 가도 주차할 곳이 없으니 길에 주차하란다. 제법 사람이 모여드나 보다. 젊은 의경이 시키는 대로 길가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갔다.

주차장 가까이 가자 국화 향이 조금씩 느껴진다. 국화밭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국화 따기 체험장인데 정작 따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그래 전국민의 사진작가화가 진행되는 시절 아닌가.  나도 근처의 국화밭 근처로 가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 국화따기 체험장







 

 >> 국화밭
 >> 국화밭
 >>국화밭 주면의 고가. 제법 규모가 갖추어진 집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도 제법 있고 축제장에서 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한때 유명했던 가수도 온 모양이다. 어느 축제장이나 노래자랑을 해야 사람들이 모이는 이런 현상을 보면 음주가무의 민족임을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노래를 하기 위해 나온 분의 인사 소리가 들리는데 안동 참마를 팔기 위해 부스를 열었는데 팔리지 않아 큰일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일단 축제장 본 무대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무대로 올라가는 길엔 국화 대향연이란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냥 향연도 아니고 대향연. 아내는 그 사이에 국화차 시음 코너에서 작은 컵에 공짜 국화차를 한 잔 얻어서 준다.
 
굽이진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 축제장 주무대를 보는 순간 허탈해진다. 축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의자에 앉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 같았다. 아무리 시골의 마을축제라지만 이건 너무하다. 먹거리 장터도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마을 청년회에서는 감자를 삶아서 공짜로 나눠주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번 행사의 부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적자가 뻔하다.
 
국화차 부스가 몰려있는 곳은 그래도 사람들이 조금 있는 편이었는데 아마도 사려는 사람보다 무료 시음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국화차를 조금 살까 망설이다가 집에서 마실 것은 있고 선물은 안동넷에서 인터넷 주문을 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 그냥 돌아왔다. 내년에도 이런 행사를 할지 모르겠는데 규모를 줄여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을 연구하기를 권하고 싶다. 사람이 빠져나간 시골은 축제마저도 서글프다.

오는 길에 보니 사과를 따고있다. 아내가 만원어치 팔 수 있냐고 물으니 넣어줄 봉투가 없다고 해서 가져간 가방을 비우고 만원어치 샀다. 우리 가족에겐 역시 국화차보다는 가방 가득 든 사과가 든든하다.

 >> 국화대향현

 >> 축제장 주무대

 >> 먹거리 장터

 
 
 >> 부스 대여료를 뽑기는 요원해 보인다.

 >> 국화차 업체들의 판매 부스겸 무료 시음장



앞에 보이는 부스가 몇 년 전 대통령 명절 선물로 선택된 '가을신선',
세 번째 보이는 부스가 지인이 인터넷 판매대행을 하고, 내가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있는 '황국',
아내는 끝에 보이는 '금국'을 좋아하는데 상호는 보이지 않는다.
국화차의 선택은 취향 나름이니 어느 제품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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