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한 일본 여행2 (고베)
셋째 날 일정은 둘로 나눠 진행되었다.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선택하거나 코베의 아리마 온천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과 젊은 사람들 대부분(21명)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선택했고 6명만이 코베의 아리마 온천을 선택했다. 난 어머니를 모시고 왔으니 당연히 코베를 선택해야 했고 대지진이 일어났다던 코베를 보고 싶기도 했다. 더군다나 코베를 선택하면 점심과 저녁도 무료로 제공된다지 않은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일행을 내려주고 달랑 여섯 명이 대형 버스로 이동하려니 기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해진 일정이니 따라갔다.
코베에서는 먼저 육갑산(六甲山)에 올랐다. 여섯 개의 갑(어깨 부분 갑옷 모양)으로 이루어진 산이란 뜻이니 코베 시를 둘러싸는 길쭉한 산이란 의미로 병풍형 산이다. 정상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어머니는 산 정상의 공기가 일본에 온 후로 가장 좋았다고 하신다. 음, 지리산 노고단 밑으로 모시고 가는 것이 나을 뻔했는데. 산 정상에서 아리마 온천 마을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중에 본 산에서 가장 많은 나무는 삼나무였다. 일본은 소나무재선충 피해로 인해 소나무가 거의 죽었다고 한다. 그 대체 수종으로 선택된 것이 삼나무인데 빨리 자라고 일본 풍토에도 맞아 선택되었다고 한다. 재질이 단단하지는 않아 합판 같은 곳에 사용되는 모양이다. 골짜기 곳곳에는 산사태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댐모양의 사방 시설들이 보였다. 우리 나라도 저런 시설이 있었으면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사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 몇 차례 갔지만 온천은 처음이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온천을 간 일이 없다. 온천이 있는 마을은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다음날(월요일)이 경로의날로 3일 연휴라고 한다. 경로의날 전날인데도 노인들이 아주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을을 지나는 하천은 온천 마을답게 노천탕 비슷한 디자인으로 하천을 장식해 두었다. 이래서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시설이다.
온천에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경험은 해봐야 한다는 가이드의 권고로 들어갔다. 돈은 이미 여행비에서 지불된 것이니 간단히 몸만 씻고 나올 요량으로. 가이드이 설명으로는 우리가 들어갈 온천은 금천(金泉)인데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온천 물이 황토빛을 띤다고 했다. 기다리면서 족탕에 발을 넣는 시설이 보였는데 과연 황토빛 온천물이었다. 무지외반이 있는데다 물집이 잡힌 발을 보여주기 싫어 바깥에서 기다리며 건물을 보니 이 온천은 공식적으로 나트륨천으로 되어있었다. 그럼 저 황토빛 물은 혹시 철분을 넣고 전기적으로 산화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동네의 온천인데 금천(金泉)이 있고 은천(銀泉)이 있을 리가 있나는 의심도 들고. 탕에 들어갈 때쯤에는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냥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왔다.
다음으로 간 곳이 지진 진앙지에 있는 지진을 기억하기 위한 공원이었다. 부서진 방파제 일부를 역사적 지진의 기록물로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공원 뒤로는 코베의 상징인 코베 탑이 보였다. 코베는 과거 무역항으로서 상당한 지위에 있었지만 현재 부산항에 많이 밀린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코베항과 오사카항을 통합해 한신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같은 항구이므로 오사카항과 코베항 모두를 이용해도 항만 이용료를 한 번만 내도 된다고 한다.
또 부산항처럼 24시간 가동하는 항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앞으로 부산항 물동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 지진의 흔적을 본 후 인근의 모자이크라는 쇼핑센터를 잠시 돌아보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교회 비슷한 건물이 보였다. 가이드는 그 건물이 예식장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드레스를 입고, 목사님을 모시고 기독교 식으로 결혼식을 하고싶어 한단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 아니다. 그래서 예식장들은 교회 분위기가 나도록 예식장 안팎을 꾸민다고 한다. 다양한 종교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종교관을 또 한번 보게된다.
육갑산 정상에서 아리마 온천 마을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서 본 삼나무 숲
멀리 사태 방지용 댐이 보인다.
아리마 온천마을 앞의 개울
아리마 온천 앞의 개울
코베탑 앞의 어머니, 코베탑은 코베의 상징
코베 지진의 흔적, 복구할 때 남겨두었다고 한다.
코베 지진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탑
코베항의 일부?
- 코베항은 이제 오사카항과 합쳐져 한신항이 되었다. (부산항과 관련된 설명 추가)
예식장
- 교회풍인데 요즘 일본 여성들이 선호하는 결혼식이 기독교식이라고 한다.
- 태어나면 신사에서 복을 빌고, 기독교식으로 결혼을 하고,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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