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1)

person 김병진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7-07-05 18:45

1994년 신신애라는 예명을 쓰는 한 단역배우가 ‘세상은 요지경’이란 곡을 발표하면서 가수 데뷔를 했답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십팔 시, 화살 같이 속히 강산, 정신을 차려라…”

당시 온갖 비리로 얼룩졌던 부패한 사회상을 면전에다 대놓고 퍼부어대는 노랫말도 재미있지만 흥겨운 트로트 가락에 맞추어 클로우-즙되는 다소 덜생긴 신신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막춤 동작은 지금도 다시 이 노래를 듣는 이들을 자지러지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그리고 그 해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는 무슨 거창한 교육선언이나 하듯이 논술고사 실시에 관한 입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십 년도 훌쩍 넘게 지난 지금, 교육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들은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에 나오는 가사의 내용과 그렇게 안성마춤으로 닮아 있네요.

지난 해에는 대학별 논술고사 문제의 출제양식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학이 줄다리기를 하더니, 올해는 내신반영비율을 두고 한판 맞장이라도 뜨려는 듯이 팔을 걷어부치고 드센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요. 그 덕택에 정작 입시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말리지도 구경하지도 못하고 그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요. 그 새를 틈타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어느 날 갑자기 떼거지로 쏟아져 나온 자칭 타칭 입시 전문가들은 온ㆍ라인과 오프ㆍ라인을 가리지 않고 서슬퍼런 선생 노릇에 신명을 내고 있네요. 

논술고사가 시행된 지 십여 년을 지나면서 각 대학의 논술문제는 초기의 시사논술 단계에서 고전논술의 과정을 거쳐 통합교과논술의 단계로 눈부신 발전해 왔지요. 그에 따라 각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논술 답안 작성의 방법도 많이 달라져 근년의 논술기출문제들을 분석하다 보면 이제야 비로소 논술고사의 시행 의미가 제대로 문제 속에 반영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그런데 논술 교육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더욱 요지경 속입니다. 정작 논술교육을 주도해 나가야 할 학교 교육 현장은 논술고사 시행 원년부터 지금까지 옆집 불구경하듯 꿈쩍하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고요. 하긴 구경 가운덴 불구경이 최고라고들 하네요. 교육 환경 변화에 강점을 가진 사교육 시장은 마치 비온 뒤의 대나무밭처럼 죽순이라는 돈다발을 자랑스레 땅 위로 밀어올리며 튼튼하게 뿌리를 얽고 있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학교에서 논술교육을 받을 수 없다보니 학생들은 당연히 비싼 과외비를 들여가며 논술 과외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대학의 입시 관계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에-, 저희 대학의 논술문제는 학원이나 과외 교사를 통해 지도받은 학생들은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요지경 세상이랄 수밖에요.

어찌보면 참으로 이 논술이란 놈이 도깨비뿔처럼 요상합니다. 논술이란 놈도 이 도깨비처럼 잡으면 잡힐 듯, 마음 속으로 그려보면 그릴 수 있듯 하지요. 사람 형상에 뿔이 달린 녀석이 분명 사람은 아니니 도깨비인 듯은 한데, 이 놈을 잡아다가 그 유명한 도깨비 방망이라도 얻어 놓으면 무엇이라도 가질 수 있을 성 한데, 어찌해야 이 뿔 달린 도깨비를 잡을 수 있을까요?

다들 도깨비뿔이야 세상에 없는 줄을 아니 큰 맘 먹고 마음을 돌려 논술의 뿔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알고 보면 이 논술의 뿔이 한결 찾기도 수월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도 쉽지요. 한 번 내 것으로 만들고 나면 공부를 하는 데나 세상일을 풀어나가는 데나 도깨비 방망이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도깨비 방망이가 부러울 게 무어 있나요?

김병진
경북 군위 출생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NIE논술아카데미 대표이사 역임
한자교육보급협회 사무총장
전통문화교육협의회 집행위원장
주요 저서 및 저술
- 대학별 논술고사 출제예상문제집 총 9권
- 대학별 논술고사 기출문제해설집 총 8권
- 심층면접, 이렇게 준비하자
- 문학 작품의 이해와 감상 총 4권
- 초등학생을 위한 논술동화 총 6권
- 중학생을 위한 논술문학 총 3권
- NIE 논술학습 총 17권
- 대입 국어(상, 하), 대입 현대문학(교과서 외), 대입 고전문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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