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맛집 8번째 "주꾸미의 대중화 선언"
떡은 교모하게 주꾸미를 파고 듭니다. 그리하여 짝을 이루고 마침내 그 맛의 절정을 이룹니다.
이집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 것입니다. 아직도 서정이 무엇인지 이해하시고 받아주시는 남도의 큰 누님의 배포 주변에 이름있는 집에서는 어림없지요. 바쁘게 먹고 자리를 일어서기 바쁘니까요.(노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소리꾼 도재형 불러주실 전화번호 011-752-6218)
팔완목 문어과 주꾸미는 타우린이 많아 피로 회복에 그만 입니다. 낙지나 문어 보다 값이 없어 부담도 적지요. 서울에서는 충무로, 논현동 등에서 유명한 주꾸미 집들이 성업 중입니다.
맛은 충무로가 뛰어 나지만 가격 대비 추천하고픈 마음은 망설여지네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용두동 주꾸미집은 냉동 주꾸미 요리이지만 맛과 가격을 대비한다면 강력 추천하는 곳입니다. 주꾸미는 원래 ‘낙지’나 ‘문어’처럼 메인 해산물이 아닙니다. 그저 어른들이 소주 안주 정도의 꺼리였지만 이제 중국산이 밀려오고 서해안에 파시를 이루면서 당당히 팔완목과의 대표 수산물이 되었습니다.
전남과 충남에서는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불립니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기도 하지만 '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입니다. 몸통에 8개의 팔이 달려 있는 것은 낙지와 비슷하나, 크기가 70cm 정도 되는 낙지에 비해 몸길이 약 20cm로 작은 편에 속합니다. 알이 차는 3-4월이면 대가리에 알이 꽉 차는데 이를 먹으면 쌀 밥먹는다 하고 몇 마리 먹지도 않고 쌀 한 섬 먹었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지요.
이놈은 그물로 잡거나 소라와 고둥의 빈껍데기를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잡기도 합니다. 고둥, 전복 등의 껍데기를 몇 개씩 줄에 묶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던 주꾸미가 이 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다가 우리 입으로 옮겨 오게 되지요. 살아 있어 싱싱한 것은 회로 먹으며,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구워먹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먹기도 합니다.
이곳 용두동은 주로 고추장 양념에 번철에 굽는 방식으로 요리를 합니다. 여기 용두동에서는 나정순할머니가 운영하는 주꾸미가 유명합니다. 사실 저녁나절에 가서 30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사실 이집을 저가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이 골목에 있는 집들은 거의 비슷한 양념과 패턴으로 요리를 내고 가격도 모두 1인분에 1만원을 받는 천편일률의 패턴입니다. 그런데 너무 번잡하고 서비스가 올바르지 않으며 그것을 보상할만 한 맛도 아니라서 이 집을 포기 했습니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한 40미터 넘어 있는 고흥주꾸미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흥주꾸미집’을 선택하고 지조를 지키고 잇는 것은 번잡하지 않고 주인되시는 고흥아주머니께서 손이 크기 때문입니다. 뿐 만 아니라 나정순집에서는 내지 않는 홍합탕을 무한리필 해줍니다. 원채 매운 요리이기 때문에 홍합탕은 정말 절묘한 만남임을 늘 절감합니다. 고흥이 고향이신 주인어른은 잘생긴 아들과 함께 일하는데 얼마 전 아드님이 건넛집에 주꾸미집을 새로 열어 분가를 한 모양입니다. 하여간 이집은 가끔 들러 매운 내림신을 받아 내일을 건강하게 여는 것이 재미있는 일입니다.
동료 분들 중 일부는 아 이놈을 먹고 피똥을 내린다는데 저는 그것이 건강에 나쁜 신호라 여기지 않습니다. 돈을 들여 내과에 가서 장 청소하는 것 보다 저렴하거니와 기분도 좋으니까요. 꼭 들러 감동을 받으셔요. 고흥 쭈꾸미......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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