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과 가수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9-11 10:21

내 블로그에 들어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음악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을 혼자 흥얼거리기나 한잔 술에 흥이 나면 한곡 뽑기는 하지만 대부분 70~80년대 유행하거나 많이 부르던 노래들일 뿐,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사거나 심취하는 형은 아니다. 당연히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도 없다. 저 가수 노래가 좋네, 저 가수 노래가 내 취향에 맞네 하는 정도이다. 꼭 있다면 안동에서 활동하는 어느 여가수의 맑은 목소리를 좋아하는 정도.

최근 안동에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어느 목사님이 왔다. ‘따뜻한 한반도 연탄나눔운동본부(이하 연나운)’ 대구경북 지부를 맡고 있는데 요즘 안동 지역 후원회원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열흘 전쯤 만났을 때 8월 8일에 ‘밤배’라는 라이브 카페에 신계행 가수가 오는데 그날 후원회원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밤배’라는 라이브 카페는 ‘밤배’라는 노래를 부른 ‘둘 다섯’ 듀엣 중 한 가수가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그 카페에서 신계행 가수를 초대한 모양이다. 목사님 이야기로는 이 가수는 ‘연나운’의 후원회원으로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가을사랑’이라는 노래를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하고, 이 가수의 얼굴도 많이 본 듯하지만 이 노래가 그 가수의 노래인지, 이 가수의 이름이 신계행인지도 알지 못하고 살았다. 그냥 ‘연나운’ 행사에 참석한다는 마음으로 갔을 뿐이다. ‘연나운’과의 인연으로 그 가수 부부와 한 좌석에 앉았을 때도 부부 중에 누가 가수인지 몰랐으니까 성별도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무대에 오른 그 가수의 노래를 듣고서야 ‘보통이 아니구나’ 정도. 공연이 끝나고 분위기에 따라 그 가수의 사인이 된 CD도 한 장 샀다. 대중가수 CD를 내가 직접 산 것은 처음이지 싶다.

시골에 비록 옛날 가수일지라도 한 때 유명했던 가수가 온다니 보통 때와는 달리 손님들이 제법 모였다. 우리 팀 말고도 지인들 팀이 네 팀이 더 왔다. 그 중 세 팀의 좌석에는 인사차 가서 한 잔씩 얻어먹으며 너스레를 떨고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같은 좌석의 일행들에게는 앵벌이 한 잔 하고 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앵벌이 자리에서 다음 주 중국술 얻어먹을 예약까지 하는 기민함도 보이며. 

공연을 마친 후에는 사장님이 역시 ‘연나운’ 후원회원인 홍어집 ‘행복한집’으로 옮겼다. 내가 가수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자리를 할 줄이야 꿈엔들 알았으랴. 성품이 그래서인지 연륜이 묻어나서 그런지 가수 부부는 보통 사람들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자리에 섞여들었다. 가수도 사람인데 술자리 대화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지 뭐 별다르기야 할까마는 그래도 ‘사노라면’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몇 자 적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글에 배경음악도 깔아보고.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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