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실습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8-18 16:18

평소 농담반 진담반으로 퇴직 후에는 가이드를 하며 살겠다고 하고 다닌다. 지난 주말에 가이드 실습을 할 기회가 생겼다. ‘텃밭 가꾸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소담이’님께서 지인들과 함께 안동을 찾았다. ‘소담이’님은 칠순을 코앞에 둔 자칭 할머니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방송통신대학 공부도 하고 일본어도 공부하는 분이다. 취미가 공부라고 스스로 밝히는 분이다. ‘소담이’님에겐 일본인 친구 한 사람이 있는데 최근 정년퇴직을 했고, 고향에서 한국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의 모 대학에 어학연수를 와 있다고 한다. 그 일본인 친구와 함께 지난달은 설악산을 이번엔 안동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자원봉사를 위해 자기 돈을 들여 한국어 공부를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여행 중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표현을 만나면 묻고 메모하는 등 공부도 철저히 한다. 일본의 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약 2주전부터 사전 협의를 통해 숙소와 대강의 일정을 잡아두었고 목요일엔 차도 손을 보아두었다. 에어컨 가스도 채우고, 엔진오일을 갈고, 손세차까지 해서 차가 1년 중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두었다. 타이어 압력, 냉각수까지 확인을 해두었다. 9일 네 분의 일행이 도착했다. ‘소담이’님, ‘소담이’님의 일본인 친구 외에 같이 일본어 공부를 하는 젊은(!) 여성 두 분과 함께. 도착할 시간이 내가 근무할 시간이라 일단 시내에 있는 임청각과 칠층 전탑은 네 분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말씀드리고 점심 식사 때부터 일정을 같이 했다. 점심식사는 안동댐 근처에 있는 간고등어로 했다.

 >> 부용대에서

먼저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의 지세를 살피고, 다음 부용대 아래 서애 유성룡이 말년에 공부하던 옥연정사를 찾아 ‘조선상열지사 스캔들’ 영화 촬영 장소임을 설명하고 하회마을로 향했다. 하회마을은 최근 마을의 전통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주차장과 상가구역을 설치했기 때문에 주차 후에 다시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마을로 들어서야 한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땡볕에 걸어서 마을로 갔다. 마을에서 나올 때는 지쳐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왕복 차비 1,000원을 미리 받는 버스였으므로 마을로 갈 때 걸어서 간 것이 무효가 되어버렸다.
 
마을에 들어서서는 먼저 하회탈춤 공연을 봤다. 하절기에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세 시에 공연이 있는데 손님들을 위해 출연진 중 한 분인 권태경 선생님께 부탁해서 공연 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휴가철인데다 조금 늦게 도착한 관계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자리가 만원이었다. 그래도 네 분은 어떻게든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공연을 관람한 모양이다.



양반탈과 함께, 좌측은 이 날 징을 잡았고, 기념촬영을 주선해준 권태경 선생님
(권선생님은 택시 운전도 하시는데 경험담을 쓴 글이 안동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기도 했다.)  

다음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기념관, 하회마을을 돌아 부용대 앞에서 소리를 질러 메아리를 확인하는, 늘 하던 안내 순서를 밟았다. 하회마을 나온 다음엔 병산서원을 찾았고. 이번 안내부터는 최근 내가 개발한 코스를 추가했다. 소설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주전파 김상헌의 고향 마을인 소산리 코스, ‘가노라 삼각산아’ 시비, 삼구정, 청원루, 삼소재 등을 보여주며 병자호란에서 안동김씨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마을의 역사를 들려주며 첫 날 일정을 마쳤다.

 >> 배롱나무 꽃이 만발한 병산서원



 >> 청음 김상헌의 시비 앞에서

식사는 구시장 찜닭골목. 안동 사람들 중에는 젊은이들만 주로 찾는 거리지만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있고 가격도 저렴해 이 곳으로 저녁 식사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소주가 곁들여졌다. 아무리 술을 자주 마신다 해도 일과 노는 것은 구별해야 하므로 나는 소주 한 잔으로 술을 끝냈다. 숙소는 안동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으로 잡아드렸다. 

10일은 봉정사, 도산서원, 퇴계종택, 이육사 생가 터를 둘러보고 시내로 와서 안동댐의 KBS 수상촬영장, 육상촬영장을 둘러보고 헛제사밥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안동 간고등어 쇼핑을 하기로 했는데 일행 중의 한 분이 앞으로 가이드 생활을 할 생각이면 안동 간고등어 전문 판매점과 오늘 미리 연락을 취해 가이드가 일정 리베이트를 먹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불행히도 간고등어 전문 판매점이 문을 닫아 리베이트 협상은 할 수 없었고 E-마트에서 간고등어 쇼핑을 한 후 역으로 향했다.

 >> 봉정사 영산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영화의 무대이다.

추가: 화요일 출근하니 과에서 가장 젊고 건장한 남자 직원이 큰 박스 하나를 낑낑대며 방으로 들고 들어온다. 한눈에 알아봤다. '소담이님' 옥수수 한 박스 보내고 싶다고 하더니 집주소를 가르쳐드리지 않으니 기어이 직장으로 보내셨다. 우리 식구 먹으려면 작은 박스 한 박스도 남을텐데 큰 박스로 보냈다. 고사리 한 봉지도 같이. 같은 과 식구 두 사람에게 먹을 만큼 들어가라고 하고 집으로 들고왔다. 옥수수 킬러인 아내는 친하게 지내는 이웃에 줄 옥수수 조금만 남기도 몽땅 삶는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먹는다나.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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