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한국음식~내가 못 먹는 한국음식
사람들은 대화를 하다가 내가 일본인임을 알게 되면 보통 세가지 정도를 물어 보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안동까지 오게 됐어요?”인데.. 보통 외국인들이 서울이나 대구처럼 대도시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죠. 취업이든 학교든 아무래도 대도시에 많으니까요.
두 번째는 “결혼하셨어요?”라는 말. 실은 가장 내가 답하기 곤란한 질문 중의 하나. 지금 내 나이가 한국나이로 32세.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결혼적령기(結婚適?期)는 30살까지 정도. 일본에서는 특히 나이 많고 결혼을 안 하는(못 한다고 해야될까요) 여성을 “이카즈 고케(行かず後家)”라고 하기도 해요. 우리 부모님도 이카즈 고케가 되지 않도록 빨리 시집가라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 좀 곤란한 질문이죠 ^^: 30살 넘은 후에는 부모님께서도 성화를 하시는데 만남이 없는 걸 어떻게요~. 그죠?? 혹시 우연히 나를 만나게 되더라도 이 질문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세 번째 질문으로는 "한국 생활이 어떤가요? 한국 음식은 먹을 수 있어요"라는 생활에 관한 질문이다. 물론 서울 유학시절과 비교하면 못 먹는 음식들이 왠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건 서울에서는 외국인도 포함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음식 맛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 맞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덜 맵고 덜 짠 음식. 그래서 나도 거부감이 없이 다 먹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안았었죠. 매운 음식에 대해서는 아마도 남보다 훨씬 많이 고생했을 거예요.
오늘은 내가 한국에 와서 좋아하게 된 음식, 그리고 지금도 못 먹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원래 일본에 있었을 땐 매운 음식을 하나도 안 먹었어요. 카레도 가장 덜 매운 것. 고춧가루, 마늘이 들어가는 음식은 절대로 안 먹었어요. 싫다는 것보다 어머니 생각으로 자극이 너무 강하며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생각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매운 음식, 마늘이나 고추가 들어가는 음식을 안 해줬고, 그래서 나이를 먹어서도 못 먹게 된 거죠.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때,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맡은 김치와 마늘의 강력한 냄새는 지금도 잊어지지가 않아요. 매운 음식의 대표인 김치의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고 싶은 정도로 냄새도 맛도 입에 안 맞았어요.
냄새나는 민물고기, 기름기 많은 삼겹살 등 고루고루 다 입에 안 맞는데다가 유학시절은 학교식당에서만 먹었기 때문에 김치를 못 먹으면 먹을 것 하나도 없어 맨날 과자를 먹고 지냈어요 . 밥을 먹어도 물맛이 틀리니 맛도 틀리고 밥조차 못 먹었어요. 배가 너무 고파 시장에서산 붕어빵으로 끼니를 때운적도 많았어요
물 맛이 틀리다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확실히 맛은 틀려요. 일본 물은 화산이 많아 경수(硬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성분이 녹아 있어 맛있고 입안에서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한국은 연수(軟水)라고 하여 부드러워요. 우리 고향은 물이 맛있는 걸로 유명한 지역이라, 신선한 지하수를 마시면서 자란 나에게는 한국 물은 정말 안 맞았어요. 처음에는 먹는 것 뿐 만 아니라 세수나 샤워를 하면 몸이 가렵고 알레르기 같은것이 일어나 약을 바르고 그랬어요. 지금은 많이 적응되어 별문제가 없지만 휴가 때 1주일 정도 일본 집에 갔다가 돌아오면 적응하는데 몇일씩 걸리기도 해요. 한국에 5년 넘게 살았어도 일본사람은 일본사람인 가 봐요.
그렇게 지냈다가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됐어요. 유학시절 제대로 안 먹고 살았는데 내 친구가 불쌍한 날 위해 맛있는 걸 사준다고 따라 갔는데, 가니까 포장마차가 나란히 있는 시장이었어요. 거기서 친구가 먹으라고 사준 음식은 바로 순대, 떡볶이 등 분식이었어요. 냄새도 나고 매울 것 같아 안 먹는다고 난리를 쳤는데도 친구가 먹어보라고 계속 설득시켜 어쩔 수 없이 먹었어요. 친한 친구라 무시할 수도 없고 해서 가장 안 매울 것처럼 보이는 순대를 먹어봤는데 식감이 부드럽고 젤리 같아서 맛있더라구요. 우물우물한 느낌이 참 좋고 소금을 찍어먹으니 간이 딱 맞더라구요.
떡볶이는 맵기는 한데 매콤한 소수가 입에 짝짝 달라붙는 그 맛! 비싼 갈비보다 더 내 입에는 딱맞는 음식이었어요.
그리고 분식 중에서도 튀김이야 말로 천하 일품!!!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하긴 하지만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잘 어울리더군요.
그 날부터 난 시장에 자주 가 순대를 즐겨 먹게 되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순대를 좋아하면서도 순대국이나 순대볶음은 못 먹겠더라구요. 같은 순대인데 말이죠.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낙지볶음밥. 안동시청 근처에 낙지볶음을 하는 집이 있는데 낙지볶음에다가 참기름, 김을 넣고 밥을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평소에는 살이 찐다고 밥은 반 그릇만 먹는데, 낙지를 먹을 때 밥을 별로 안 먹고 볶음밥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요. 상추와 함께 뜨거운 볶음밥을 사서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민 것 같아요. 지금도 먹는 걸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잘 먹었던 고기류. 기름기 있는 돼지고기, 보쌈, 삼겹살 등, 그리고 생선회. 일본 사람들은 회를 잘 먹는다고 하는데 난 어렸을 때부터 냄새 때문에 생선을 너무 안 좋아했어요. 조림, 회, 구이 다... 학교 급식을 먹을 때 다 먹지 않으면 집에 못 가게 했거든요. 5교시, 6교시가 시작해도 계속 쟁반을 치우지 못 하게 하니까, 나는 4시가 넘어 다른 학생들모두 집에 간 이후에 혼자 교실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생선요리를 싫어했어요.
그랬던 내가 지금은 회를 잘 먹고 간 고등어를 좋아하게 된 건 기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겐 한국 음식이 입에 잘 맞긴 하나봐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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