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패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6-26 09:51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인생의 멋을 하는 여자

딸아이 학교에 가는 길에 학교 근처에서 어떤 문패를 보게 되었다. 상당히 인상적인 문패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000은 아는 사람이다. 문패의 주인공이 그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문패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 사람은 안동에 온 후 1년쯤 지나서 만나게 되었다. 같은 칵테일 바의 단골손님 사이였다. 작은 사업을 하는 문패의 주인공은 시내에서는 늘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어느 방송국 카메라 기자를 했는데 촌지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만두고 나왔다고 한다.

한 번 정식으로 만나 인사를 나눈 일이 있다. 기본 인사를 나눈 후 문패의 주인공이 대화의 첫 소재로 노먼 베쑨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판단하기 위한 대화 소재였던 모양이다. 다행히 노먼 베쑨 전기를 읽은 일이 있어 첫 구술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캐나다 출신의 흉부외과 의사로 스페인 내전에도 참전했고 옌안 대장정에 종군하다 사망했으며, 중국은 장춘에 있는 어느 의과대학의 이름을 그 사람의 중국식 이름을 따서 백의구 의과대학이라고 명명했다는 데까지. 구술시험이 끝나자 자신이 안동에서 만난 첫 엘리트라고 추켜세웠다. 나와는 무관한 단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랑 엘리트라는 단어를 억지로 연관을 짓는다면 학창 시절에 ‘엘리트’라는 브랜드를 가진 천으로 교복을 맞춰 입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엘리트’ 아니면 ‘스마트’라는 브랜드의 천으로 교복을 맞춰 입었으니까. 교복 천을 만들던 그 두 회사는 지금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이 되었으니 그 두 회사의 운영자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파워 엘리트다.

최근에 막걸리를 파는 어느 식당에서 문패의 주인공을 만난 일이 있다. 문패의 주인공은 어느 스님과 함께 나타났다. 교회 집사인 문패의 주인공과 스님이 막걸리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궁금했지만 자리가 달라 들을 수는 없었다. 문패의 주인공은 첫 만남에서 자신의 집에서 가든파티를 한번 열겠다고 한 일이 있다. 그날 약속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가든파티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요즘 사정이 어려워 그러니 이해하라고 했다. 하던 사업이 힘든 모양이다. 빨리 정상화되어 올해는 저 집에서 열리는 가든파티를 기대해 본다.

 >> 가든파티를 기대하고 있는 집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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