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코의 좌층우돌 한국생활

person 케로
schedule 송고 : 2008-05-22 09:08
한약을 드셔보세요~!!! 한약 마니아가 된 게이코^^

어디에 가든 "마니아", 특히 일본에서는 심한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뭔가에 열정적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도 어렸을 때는 만화, 애니매이션에 많이 빠져서 용돈을 다 써버리고 그랬죠 .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한국에 오니까 좀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왜냐면 보통 사람들은 잘 안 빠지는 것에 내가 빠지고 있으니까요..내가 요즘에 빠지고 있는 건 바로 한약이거든요.

내가 자주 한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면서 “일본사람도 한약을 먹냐고” 물어보시는데, 나는 한국에 와서 특히 안동에 와서 많이 먹게 됐어요.

원래 일본에 있었을 때부터 먹었던 것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양약을 많이 먹었었죠. 난 어렸을 때부터 알레르기가 있었고, 호흡기계통도 약해 냉병도 있어 감기 걸리기 쉬운 체질이어서 약을 다른 애들 보다 많이 먹는 편이었어요.  어머니가 간호사라서 약을 먹을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하셨고 약에 대해서는 설명도 자세하게 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집에는 언제나 약이 많았지만, 어머니 뿐만 아니라 언니와 동생도 간호사라서 혹 몸이 아프게 되면 꼭 물어보고 약을 먹었어요.  

하지만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고향보다 춥고 건조한 날씨로 호흡기가 약해져서 감기나 호흡기질병에 자주 걸리게 됐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제조된 약을 약국에서 사서 먹거나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먹었지만 일본에 비해 약이 독해서 어지러워지거나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약에 취한 것 같은 상태가 돼버렸어요. 

그 다음부터는 약을 먹는데 조금씩 겁나기 시작해서 아파도 참을려고 했었어요. 그럴 때 당시에 내가 하숙한 집 주인이 매일 한약을 먹으면서 건강해졌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맛은 아주 쓰고 냄새도 심한데 효과는 만점이다하시면서 나에게 한번 한의원을 가보라고 적극 추천했어요. 한약은 빠른 시기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보다 몸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약이라 개인별로 처방을 받아 만들어주니 믿음도 가고 건강을 위해서 자기는 평소부터 먹고 있다고 설명을 하셨어요.

나는 혼자 한의원에 가기는 너무 겁나서 그 하숙집의 사모님과 함께 한의원에 가봤어요. 처음에는 다니던 대학원에서 가까운 경희대학교에 가봤는데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한약의 냄새 때문에 도망가고 싶어졌어요. 뭐가 들어있길래 이런 냄새가 나는지.... 하숙 주인은 이 냄새만 맡기만 해도 몸이 건강해진 것 같아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슥메슥하는 것 같기만 했어요. 사모님은 계속 나에게 무섭지 않고 부작용도 없으니 겁낼 필요는 없다고 설명을 하셨지만 그래도 불안감을 불식 시킬 수가 없었어요. 한의원 분위기는 일반 병원이랑 너무나 틀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때문에 병원에서 많이 놀기도 했었지만 한의원 분위기는 왠지 귀신집에 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선 좀 나이 드신 한의사가 내 손이나 맥을 보고 침대에 누워보라고 했어요. 배를 만지며 여기저기 누르는데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부분이 있었어요. 그 때는 소리를 참을 수 없어 “이타이~!!(아파~!!)"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한의사 말로는 속이 차갑기도 하고 위장이 안 좋으니 침을 맞고 한약을 먹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다음 주부터 몇 달간 한약을 먹었는데, 처음에는 새까만 한약을 보니 먹기 싫어서 하나를 먹는데 10분정도 걸릴 때도 있었어요. 닭고기,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는 물론 아주 좋아하는 밀가루음식인 과자나 빵도 못 먹으니 식생활은 좀 어려워졌죠. 가격도 한약은 비싸니까 학생신분이었던 그때는 많이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계속 먹긴 했어요.

1주일은 그냥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느낌조차 없어서 혹시 효과가 없는게 아니가 싶었는데 2주째가 되니까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되고, 밥맛도 좀 나고 먹어도 속이 불편해지지가 않는거예요. 무엇보다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났었는데 깨끗해진 거예요. 여자로서 좀 마음에 걸렷었는데 말이죠. 그런 효과를 보고 나서는 완전히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하루에 3번 챙겨먹고 금지 하는 음식을 잘 지키자 천천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는 저는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한약을 찾게 되었어요. 물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예요. 그래도 자연적인 한약을 사용하며 개인 몸에 맞게 만들어주는 한약은 왠지 믿음이 가는 것 같고 경제적인 부담은 있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며 특히 부모님하고 떨어져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보다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한약을 믿게 되서, 작년에 시작한 것이 한방 다이어트. 실은 한국에 와서 음식이 입맛에 맞아서 그런지 10kg나 몸무게가 늘었어요. 살이 쪄서 예쁜 옷을 못 입는다거나 그런 문제도 있었지만, 운동하는 것도 힘들고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예전에 유도를 했을 때 아팠던 허리에 다시 무리가 가서 아프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래서 원래 실증을 잘 내는 성격의 소유자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한방 다이어트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처음 4일은 3끼 다 저지방우유와 선식(仙食), 그리고 오이, 토마토 등을 먹었어요. 참 그 동안에 사무실에서 워크숍도 있었고, 일이 많아져서 식사를 조절하는게 많이 힘들었고 다른 직원들도 저한테 신경이 쓰였을 거예요. 그래도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지정해준 음식과 한약 이외에는 먹지 않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침, 저녁만 선식을 먹고 점심은 일반 음식, 식사 전에 한약. 이런 생활을 1달 하니까 확실히 살은 빠지더라구요. 그리고 그냥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고 여자니까 그러는지 피부가 깨끗해진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안 먹고 있지만 살이 또 찌면 다시 먹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가능한 지금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중에요.  

무조건 한약을 먹으면 좋다는 건 아니겠지만 몸에 좋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한약 마니아가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한약을 먹게 돼서 자기 몸,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고 몸에는 리듬이 있고 균형이 있으니 그 균형을 유지하거나 고치는 방법을 한의사님은 가르치시는 것 같아요. 참 한국에서 중요한 걸 배운 것 같아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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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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