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생존일어(4)-오다이바, 도쿄타워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5-13 18:33
수상 버스에서 안내원이 열심히 스미다가와 강변의 건물들을 설명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쇠귀에 경읽기. 오후까지 계속 걸어 피곤했던 가족들은 그 설명을 자장가삼아 졸면서 강을 따라 내려갔다. 히노데에서 배를 갈아타고 조금 더 가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나 오다이바에 도착했다. 선착장은 카이힌공원(海兵公園) 근처에 있었다. 카이힌공원 해변은 넓지는 않았지만 백사장이 깨끗했다.

 >> 멀리 레인보우 브릿지와 오다이바가 보인다.

 >> 오다이바가 가까와 질 때 본 육지쪽 해변의 건물들


오다이바에서 딸의 목표는 명확했다. ‘Venus Fort'라는 쇼핑몰에 가는 것. 후지 TV 건물 옆을 돌아 ’Venus Fort'에 도착하자 배에서 비실거리던 아내와 딸이 생기를 되찾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 곳에 볼일이 없는 나는 도요다 자동차 전시장을 잠시 기웃거리다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결국 한 시간으로는 모자라 또 한 시간을 더 기다린 후에야 가족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이곳으로 가족 여행을 가면 남자는 ’Venus Fort'를 발견하는 순간 1층의 찻집으로 직행해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Venus Fort'가 있는 건물을 ‘Palette Town'이라고 하는데 바로 옆에 무지하게 큰 관람차가 있다. 나같은 사람이 타면 내릴 때 바지가 젖어있을 확률이 높아보였다.
 
 >>멀리서 이 놀이기구가 보일 때부터 남자들에겐 고통의 시간이다.



 >> 곧 쓰러질 것 같은 여인들도 이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생생해진다

 >> 여인들을 기다리기 지루하면 여기 도요다 전시장으로. 렉서스 시승도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원래 목표였던 신주쿠까지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없이 도쿄 타워를 마지막으로 이 날의 일정을 접기로 했다. 모노레일인 유리카모메(ゆりカモメ)선을 타고 하마마츠쵸역인지 신바시 역인지에서 내려 도쿄 타워까지 갔다. 가는 길에는 선술집들이 제법 있었는데 작은 테이블을 여러 개 인도에 놓고 다들 서서 한잔씩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입장권 가격이 만만치 않다. 800엔이 넘는다. 자세히 보니 중학생은 할인이 된다. 딸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한 상태이지만 아직 고등학교 입학 전이니 중학생 표를 끊기로 했다. 그런데 성인 혹은 일반이 일어로 뭐더라? 이럴 땐 섞어야지.
 
“Adultが さんにん, ちゅうがっせいが ひとり”
애덜트가 산닌, 쥬각세가 히토리
(어른 셋, 중학생 하나) 했더니
 
“Junior highschool student?" 하고 되묻는다.
“はい(하이)”
 
딸아이 표를 중학생 표 끊었다고 자랑했다가 마누라에게 욕만 먹었다. 아들도 중학생 표를 끊지 않았다고. 도쿄 타워에서 보는 도쿄 야경이 볼 만했지만 800엔이 넘는 돈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래층엔 발판을 두꺼운 유리로 해서 그 위에 서면 공중에 서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해두었는데 난 올라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역 근처에서 본 도쿄 타워

 >> 타워 가까운 곳에서 

 >> 전망대의 바닥을 감상하는 유리, 더 이상은 못가.

돌아오는 길에는 다들 피곤했고 나도 집중력이 떨어져 두 번의 실수를 했다. 야마노테센을 타고 칸다역에서 내려 주오센으로 갈아타고 이이다바시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표를 칸다역까지만 끊었다. 아내는 관리인에게 이야기하고 1~20엔 더 내고 내리자고 했지만 외국에 와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칸다 역에서는 모두 출구를 나왔다가 다시 표를 끊어서 탔다. 돈도 더 들었고 피곤한 가족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주오선으로 갈아타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주오선 신주쿠 방향의 전차를 탔다. 그런데 우리가 탄 전차는 모든 역에 서는 전차가 아니었다. 신주쿠 역까지 갔다가 다시 각역정차라는 선로를 찾아서 타야만 했다. 작은 역에 서지 않는 전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생긴 일이었다. 하긴 최근엔 서울에도 그런 노선이 생겼다고 하더라만.
 
호텔에 들어가면서 직원에게 무언가 볼일이 있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110볼트 전기를 쓰므로 카메라나 휴대전화 충전을 위해서는 220볼트용 플러그를 110볼트 용으로 바꾸는  더탭터가 있어야 한다. 일본 혼텔에서는 이 어탭터를 서비스한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직원에게 이 어탭터를 빌려달라고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일본어로 부탁하기로 했다. 단, 전환시킨다는 말은 모르니까 수상버스 직원에게 배운 change를 활용하기로 했다.
 
  “すみません,ひゃくぼるとと にひゃくにじゅぼるとわ changeする adap ......"
  "Adaptor?"
  "はい!"
 
너무 싱겁게 끝났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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