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 게이코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person 케로
schedule 송고 : 2008-04-29 18:17
둘째날, 일본의 비경?! 시라카와 방문,
그리고 우리 문화재에 대한 고민과 생각

4월26일, 이번 일본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인 시라카와고 방문이 있는 날. 마을 주민들은 출발 시간보다 훨씬도 일찍 정장차림으로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실은 이번 출장에서 가장 놀랐던 일은 이런 마을주민들의 모습인데요. 일본에서는 한국사람의 이미지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을 잘 안 지킨다'라는 거죠. ‘korean time’이라는 말 아시죠? 한국 사람들도 들은 적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저도 한국생활 8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약속시간에서 30분,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하회마을 주민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출발시간의 10분전에는 항상 모여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참 놀라기도 하였고 양반마을주민들다운 모습이라 감탄했죠. 오히려 가장 어린 내가 늦는 경우도 있어, 불량학생으로 보였을 거예요.

9시에는 호텔을 출발해서 바로 우리의 목적지 시라카와고로 고고씽~ 시라카와까지는 약 2시간, 산간부를 가면서 터널이 있었는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일본 소설인 '설국(雪國)'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지고 있었고 거대한 미보로(御母衣)댐의 물은 투명한 녹색으로 눈부실 정도로 투명했죠. 이런 아름다운 경관은 저도 처음으로 봤고 “이런 모습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었구나...”라는 감동을 받으면서 가다보니 2시간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죠.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교류회를 위해 구청으로 이동을 하게 됐는데 그 때 이번 방문 첫 번째 사건이 발생... 우리는 교류회 때문에 긴장이 되기도 했고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구청에서 인원을 세니까 한명이 부족한 거예요. 아무리 세어도 한명이 부족...! 아마도 마을에서 쉬웠을 때 버스에 안 탄 사람이 있었던 거죠. 걱정이 되며 마을 사람들도 허둥거리기 시작했죠.

얼른 찾으러 마을로 이동해야한다고 구청직원에게 부탁했더니 바로 찾으러 가서 다음 일정 장소인 전망대로 모시고 오겠다고 약속을 해주시니 우리도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어요. 구청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에 너무 불안해서 우리는 주변을 볼 여유도 없었죠. 

드디어 '시라카와고' 전망대에 도착! 그리고 우리보다 한5분 늦게 아까 마을에서 일행을 떨어진 어머님이 도착하셔서 감동의 재회를 잠시 갖게 됐는데, 참 다행스럽게도 어머님은 당황하시지 않고 웃으면서 오셨어요. 이렇게 무사히 사건은 마무리됐고 이런 일들이 나중에는 좋은 추억이 된다는 마음으로 다시 견학을 시작했어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까 그 사진으로만 봤던 합장지붕 집들이 나란히 서 있고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장식된 마을은 한 장의 동양화처럼 보였죠.

시라카와고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이유 중의 하나가 합장지붕인데요. 이 이름은 바로 지붕모양이 불교에서 손을 합장했을 때 모양이랑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하네요. 지붕의 각도가 60도, 이등변삼각형으로 되고 있고 고설지대에서 잘 보이는 일본 전통민가라고 해요. 보기에는 모양이 별로인 것처럼 보이는데 생활의 지혜가 가득 차 있어요. 하회마을보다는 연대가 깊지 않고 한100~200년 정도인데 전쟁과 경제고도성장기로 곳곳에 있던 이런 집들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시라카와는 그런 변화에서 비껴가고 국가에서도 잊어져짐으로서 살아남은 마을이죠. 즉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받았던 혜택을 못 받은 대신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마을을 보며 일본사람으로서 세계문화유산등록에 대한 자부심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왠지 쓸쓸하기도 했죠.

전망대에서 마을로 이동, 본격적인 마을견학을 시작.

버스를 내려서 마을 견학을 시작했는데 전망대에서 본 모습과의 차이에 너무 큰 충격을 받고 말았어요. 전망대에서는 전통적인 일본가옥들만 보이고 참 아름답기만 했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거의 대부분이 겉보기에는 전통가옥이지만 내부는 선물가게, 민박, 찻집으로 변하고 있더라구요. 건물을 재이용한 수익사업의 필요성은 알지만, 생각보다 개발된 마을을 보며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순길 수가 없었어요.

개방되고 있는 민가도 5~6가옥뿐이고 모두가 개별로 입장료를 내야하거든요(그 대신에 마을 입장료는 없음). 전체적으로 보면 옛날의 통방아, 방앗간, 곳간 등이 그대로 남아있고 공개되고 있는 가옥내부도 전통가옥 그대로고 농촌마을로서의 품격을 어느 정도 보존돼 있으나 선물 가게 등으로 해쳐버린 경관은 무시할 수는 없더라구.

견학이 끝나고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나는 문화재보존과 재개발, 그리고 마을주민들의 생활보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죠. 3가지 모두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며, 앞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하회마을에는요. 문화재를 보유하는 국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되는 문제, 이번 방문은 그런 면에서 그냥 문화재견학이 아닌 문화재 보존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오가타 게이코씨는 안동시청 외국인 공무원으로 안동축제관광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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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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