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활동 전문가 조재경씨의 '고무신학교 놀이논술' 출간

person 우종익기자
schedule 송고 : 2008-04-15 10:11

고무신으로 유명한 조재경씨의 체험활동 현장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고무신학교 놀이논술'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공부 때문에 괴로운 아이들은 놀지 못해 더 괴롭다. 놀 곳도 같이 놀 사람도 찾기 어렵지만 정작 놀 시간이 없는 현실은 슬프기까지 하다. 이 책은 놀고만 싶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걱정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어른들이 함께 보는 책이다.

놀면 큰일 나는 줄 알면서도 막상 어떻게 놀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놀이와 논술, 이 둘은 언뜻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서로를 끌어안아 《고무신학교 놀이논술》이라는 아이들 몸에 꼭 맞는 옷 한 벌을 지어 냈다. 단순한 놀이 안내서를 넘어 놀이와 논술을 접목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아이들에게 일명 ‘고무신’과 ‘잠잠이’로 통하는 저자 두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들은 늘 행복하다. 고무신은 민속학을 전공하고 ‘전래어린이놀이 활용프로그램’을 연구한 뒤 수년 동안 온몸으로 아이들을 만나 왔다. 그는 ‘고무신학교’를 운영하며 도서관, 학교, 공부방, 청소년센터 등 여기저기 발로 뛰며 놀이를 잃어버린 어른과 아이들을 만나 함께 논다. ‘아이들을 신앙’으로 여기는 그에게 놀이는 곧 삶이다. 그의 삶은 온통 아이들과 놀이로 채워져 있다. 고무신의 놀이는 소재와 공간을 뛰어넘는다. 그와 함께라면 굴러다니던 돌멩이도 무겁게만 보이던 책도 자꾸만 하고 싶은 놀이로 변신한다.

잠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조항미는 올해로 10년차를 맞이한 초등학교(서울 경복초등학교) 교사이다.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동화연구·창작소모임인 ‘숲속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사랑하고자 애쓰는 그는 방과후특기적성수업인 논술반 수업에 과감히 놀이를 끌어들여 책상에만 머물던 논술과 아이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지도록 했다. 

고무신은 이 책에서 총 15가지 놀이를 소개한다. 크게 몸놀이와 만들기로 나뉘어 소개하는데, 단순히 놀이방법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책을 펼치면 먼저 놀이가 지닌 의미를 중심으로 놀이의 유래와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생각해 볼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놀이의 재미에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비석치기는 내 몸에 말을 거는 통로가 되고 긴줄넘기는 나를 가로막는 역경을 헤쳐 가는 훈련이 된다. 직접 만든 솟대는 내 꿈을 키우는 열쇳말이 되고, 레인스틱은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의 비밀을 알려 준다.

놀이의 의미를 지나면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노는 모습이 펼쳐진다. 놀이와 만들기를 어떻게 하는지 각 과정마다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다. 사실적인 설명과 더불어 놀 때 조심해야 할 점이나 놀이의 원리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놀이의 의미와 과정을 차근차근 짚으며 섬세하게 풀어냄으로써 놀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놀이 소개에 이어 아이들이 놀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각 놀이마다 워크시트를 담았다.

놀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놀고 나서 놀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몸의 느낌은 어떠했는지, 놀이를 바탕으로 어떤 상상을 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쓰고, 그리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며 자신의 몸과 놀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놀이에서 시작되는 창의적인 생각을 펼쳐 나갈 것이다. 워크시트는 아이들끼리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며 정리해도 좋고, 교사나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정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아이들이 놀면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이 단순한 놀이 안내서가 아님을 알게 된다. 교사 조항미는 고무신과 함께 온몸으로 놀고 난 아이들에게 실제 수업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답하도록 이끌었다.

달팽이놀이를 하고 나서 잊고 있던 ‘작은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달팽이’를 주제로 시를 쓰고, 달팽이를 그려 본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으로 삶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맹꽁이’에게 편지도 쓴다. 아이들은 달팽이놀이 하나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자신의 몸과 달팽이나 맹꽁이 같은 작은 존재에 귀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한 발견은 시가 되고 편지가 되고 그림이 된다. 이 즈음이면 아이들이 논다고 걱정만 하던 어른들과 노는 것과 공부는 별개라고 생각하던 우리들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아이들이 논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 책 속으로

―들어가는 말 중에서

아이들은 놀면서 제 안에 숨어 있는 힘과 마음을 다 쏟아 내는 자신을 한바탕 즐깁니다. 이렇게 놀고 나면 아이들은 제 몸의 감각에 귀 기울이고 감각의 소리를 편하게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그것은 그 아이만의 이야기가 되고 세계가 됩니다. 이렇게 놀이는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를 만들어 줍니다. … 그 이야기가 바로 살아 있는 논술의 뿌리가 되고 몸이 됩니다.

놀이와 공부 둘은 한 몸인데 어느 순간 둘로 나뉘어 서로를 등대고 있었습니다. 일과 놀이가 그렇게 된 것처럼 공부와 놀이도 갈라지면서 아이들은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행복을 잃어버렸습니다. 재미있게 노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신명나게 일하는 것도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인데요. 나뉘었던 놀이와 공부를 한 몸으로 묶어 아이들과 함께한 ‘놀이논술’ 1년은 바로 그 잃었던 행복을 찾아내는 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놀이논술을 통해 아이들은 몸으로 얻은 자기 느낌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신나게 놀면서 배웠습니다. 그 배움은 소중한 자신의 열매였습니다.

‘놀면서 공부’도 말고 ‘놀기 위해서 공부’도 말고 노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고 공부가 놀이가 되어 아이들이 행복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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