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앞에 풍전등화인 동네들

person 김영호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3-31 09:23
서울 홍파동

홍파동은 북쪽으로는 행촌동(杏村洞), 동쪽으로는 사직동(社稷洞)·송월동(松月洞) 서쪽으로는 교북동(橋北洞), 남쪽으로는 교남동(橋南洞)과 접해 있다. 조선 초기에 한성부 북부 반송방(盤松坊)에 속하였으며,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 당시 행정구역 개편으로 서서(西署) 지하계(池下契) 신촌동(新村洞), 홍문동(紅門洞), 어수정동(御水井洞), 월암동(月岩洞), 천변동(川邊洞), 파발동(把撥洞)의 일부가 홍파동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홍문동, 어수정동, 월암동, 천변동 등이 통합되어 홍파동이 되었다. 1936년 4월 동명이 일본식 지명으로 변경됨에 따라 경성부 홍파정이 되었으며, 1946년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정(町)이 동(洞)으로 바뀔 때 홍파동이 되었다. 1955년 서대문구 관할이 되었다가 1975년 10월 구(區)의 관할 변경으로 종로구 홍파동이 되었다. 법정동인 홍파동은 행정동인 교남동(橋南洞) 관할하에 있다. 홍파란 지명은 홍문동과 파발동의 이름에서 연유한다. 

천변동, 어수우물골, 워령바위골, 파발골, 새말, 홍문골 등의 자연마을, 삼형제고개 등이 있었다. 천변동은 내의 좌우측에 있는 마을이라는 데, 새말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데, 어수우물골은 우물인 어수우물이, 워령바위골은 워령바위가, 파발골은 파발마가 있는 역참이, 홍문골은 정문(旌門)이 있었다는 데, 삼형제고개는 고개 밑에 주막을 운영하는, 우의가 돈독하고 효성이 지극한 삼형제가 살았다는 데 명칭이 연유한다.





하여간 이곳 홍파동은 최근 재개발을 통하여 근대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성형을 통하여 다시는 천연의 얼굴을 가질 수 없는 어느 인간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수술을 말릴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인간들의 둥지인 건축도 생성과 소멸의 순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현재 서울의 강북은 재건축이 화두다. 재건축이라 함은 적어도 단순히 헌 집을 허물로 새집을 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이 결국 숨 쉬고 살만한 환경, 자연스러운 도시경관, 적정한 도시기반 시설 등을 고려하여 추진할 때 비로소 균형 잡힌 삶의 공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는 공익을 추구할 여지가 있지만 재건축사업은 순전히 시장 메카니즘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장소성의 가치는 안중에 없다. 전면적인 철거재개발을 위주로 도심재개발사업이 시행됨으로써 도심부가 가지고 있는 장소적인 특성과 매력을 훼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치부한다. 하여간 이렇게 하여 발생되는 문제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공통적으로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재개발을 통해 역사성이 있고 정취가 있는 장소가 철거된 것을 도심재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재개발을 통해 건축된 건물이 크기와 형태에 있어 주변의 건물과 자연환경과 잘 조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심재개발이 되기 이전에는 다수의 건물에 수용되어 있던 다양한 용도가 철거재개발을 통해 소멸되고 단일 대형건물이 들어섬으로써 다양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으며, 다양한 상업기능이 업무기능으로 대체됨으로써 가로변의 활발한 보행활동도 저하되고 있는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컨대, 재개발이 되기 이전에는 다양한 소규모 업종이 밀집되어 다양하고 아기자기하며, 인간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던 도심부의 특성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 거대한 괴물 같은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는 인간이나 정, 이웃, 공동체라는 것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가치증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사는 도시만들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와 같은 사업방식은 장기적으로 도시에 보다 큰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여 도시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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