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시민 곁에서 발로 뛰어온 김명호 소장

person 우종익기자
schedule 송고 : 2008-03-26 17:23
제18대 총선 불출마 선언

김명호 21세기 시민문화연구소장이 26일 오후 3시 안동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지자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동안 무소속 후보로 거론되던 김명호 소장은 “누가 뭐라고 하든 안동문제는 안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풀어가야 한다고 확신했다며, ‘지역사회운동을 통한 정치라야 한다’ 는 신념으로, 12년을 하루같이 시민여러분 곁에서 발로 뛰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김 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준엄한 질타를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선의의 경쟁대상으로 삼아왔던 권오을 의원이 갑자기 후보군에서 사라지는 불운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짙은 연민과 함께 출마의욕은 급격히 축소되었다"며 이번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정치를 계속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처신에 신중을 기하고 싶다며, "며칠 동안 좀 더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자 한다"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제18대 총선 불출마선언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지역사회운동을 통한 정치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17년간의 정치학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12년을 하루같이 시민여러분 곁에서 발로 뛰어온 김명호입니다.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와 2006년 <안동시장선거>에서 시민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고도 낙선함으로써 도와주신 분들께 적지 않은 죄를 지었습니다.

지난해 말, 저는 시민여러분의 충고말씀을 받들고, 좀 더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나라와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특정 정당의 당적을 정리했습니다. 진보개혁진영에 몸담았던 지난 3-4년 동안, 저의 선택과 시민여러분의 정서 간에 노정된 간극으로 인해, 본의와는 달리 시민여러분 마음에 안겨드린 상처가 있다면 너그러이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소속으로 돌아온 석 달 동안, 저는 정치도의적 책임감을 통감하여,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14개 읍면 농촌지역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농민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농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고,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걱정과 지역경제기반의 붕괴에 대한 시민여러분의 분노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지역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 지각변동을 목도하면서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고향의 표를 얻어 봉사자가 되겠다는 출향인들의 행태와, 순박한 지역민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상합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긴 세월 고향을 지키며 활동해온 저로서는 씁쓸하고 처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안동문제는 안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풀어가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년 동안 묵묵하게 시민여러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공부하고, 토론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비로소 봉사하는 기회를 허락받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저의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긴 세월 시민여러분을 섬기고 공들인 것은 특정정당의 공천장이나 금의환향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순진하고 아둔한 소생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의문은 남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뿌리박고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은 뭔가?> <낙선 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뭔가?> 정말이지 기분 같아서는 다시 떨치고 일어나, 그동안 역설해왔던 <지역사회공동체론>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기>를 목청 높여 주창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치권에 대한 깨어있는 시민여러분의 준엄한 질타를 지켜보면서 저 자신 역시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분들을 책망하기 이전에 저 자신의 부족함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아울러 지난 10년 동안 선의의 경쟁대상으로 삼아왔던 권오을 의원이 갑자기 후보군에서 사라지는 불운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짙은 연민과 함께 저의 출마의욕은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지금 우리 안동은 또 다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존의 후보들에 대한 저 개인의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안동이 처한 작금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저로서는 정치이념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계제도 아닙니다. 오직 시민여러분의 지혜로운 판단과 용서와 화합의 마음으로 <새롭게 융성하는 안동>을 만들어가는 일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부족한 소생이오나, 지난 12년을 오직 안동발전을 위해 한 길을 걸어왔던 처지에서 며칠 동안 좀 더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과연 이 안동을 위해 향후 4년 동안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부족한 소생을 도와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지켜주신 분들께는 저의 부덕과 무능과 불운이 너무도 부끄럽고 송구하여 차마 머리를 들 수 없습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또 다시 봉사기회를 허락받지 못한 부족한 저는 다시금 대학으로 돌아가 좀 더 공부하고자 합니다. 계속하여 많은 가르침과 질책을 베풀어 주시어, 언젠가 좀 더 새롭고, 믿음직하고, 힘찬 모습으로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은혜를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3월 26일
21세기 시민문화연구소장
김   명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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