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자라인과 함께하는 발틱해
헬싱키 부두를 떠나오면서 나타나는 풍경입니다. 그림같은 발틱해 위에는 풍요로운 북구 나라 사람들의 여유가 넘실거립니다.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이 결혼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3가지 굵직한 것들이 있습니다. '집구입' '대학보내기''노후자금모으기' 그러다 보면 우리는 팍삭 늙어 삶을 마감하겠지요. 그러나 이곳에는 이 3가지가 모두 해결되는 국가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돈을 쌕아빠지게 모아 주택 부금을 넣을 때 이쪽 사람들은 자기들을 보다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집니다. 1년에 1개월 정도 5년에 1년 정도는 그들은 모은 돈으로 그들을 충전하기 다양한 삶의 실험을 감행합니다. 동남아에서 빠텐더를 1년 정도 한다던지, 히말리야에 올라보더지, 남미안데스를 오르며 체게바라를 떠올리든, 아프리카로 달려가 난민 돕기에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여간(이런 이야길 많이 하면 짜증 나죠), 배는 느릿하게 해안가를 따라 발틱해 연안을 미끄러져 갑니다. 실자라인(실야라인)를 타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실재 생활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북구 3개 나라의(핀란드, 스웨덴,노르웨이)일반인들이 오가는 대중교통이지만 요즈음에는 우리같이 여행을 목적삼아 찾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반대편에는 스톡홈에서 헬싱키로 항로를 잡은 쌍동이 실자라인이 보입니다.
자!!! 먹는 것이 빠져서야 곤란하지요. 실자라인을 타시게 되거든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여장을 풀고 실자인의 메인 포인트 !! 실자라인 부페 식당으로 쏜 살같이 달려 가셔야 합니다. 어지간히 빨라도 이미 줄이 길게 나라미를 서 있을 것입니다. 금방 한정 티켓이 동이 납니다. 말하자면 부지런한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멋진 부페 식당입니다. 아마도 조금 게으름으로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부페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부페 식당은 조금 쎈 편입니다(1인당 6만원정도) 그러나 분위기도 좋고 음식은 그야말로 산해 진미이기 때문에 돈을 아까워할 여력이 없습니다. 다양한 음식들이 날 먹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뱃고랑이 적은 나는 한탄을 할 밖에요(위에는 저가 순서별로 갖다 먹은 음식인데 그리고 보니 특색있는 음식이 없고 주로 고기류 이군요)
이미 한국 관광객은 세계 곳곳에서 70년대 일본인들이 그들의 부를 과시하 듯 우리도 그런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실자라인 메인게이트를 지나면 나타나는 홀에는 많은 동양인이 보입니다. 그 중 우리와 함께 부페식을 마치고 나온 단체 한국 관광객들이 그들 가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참 이분들이 한국분 들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은 부페 식당안에서 였는데, 그들 중 몇분이 '김'과 '고추장'을 펼쳐 놓고 부페식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막 오지를 간 것도 아니고, 독특한 향신료가 든 토착음식도 아닌 호텔식 산해진미 가득한 이곳에서 고추장과 김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 오랜 여행에 입맛을 잃었겠지요....하여간 배는 곧 스톡홈에 도착합니다.
*김영호씨는 현재 (재)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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