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빵꾸나다

person 김종규객원기자
schedule 송고 : 2008-03-05 17:55

제목에 표준어가 아닌 ‘빵꾸’라는 말을 쓰려니 좀 뭣하긴 하다. 외래어 표기 원칙으로 하면 ‘펑크’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이 말을 쓰는 것은 더 낯간지럽다. 타이어 ‘빵꾸’를 ‘펑크’라고 하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다. 심지어 국어 선생님들도 ‘펑크’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적을 때 ‘빵구’라고 적으면 좀 덜 무식해 보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표준말도 아닌 말인데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낫지 않겠나.

금요일엔 경산으로 출장이 있는 날이었다. 휴가 내지 않아도 콧구멍에 바람 넣을 수 있고 외부에서 출장비도 나오는 이런 날을 좋아한다. 전날 밤부터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였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차지 않아 시내 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오랜만에 빨리 달릴 생각을 하며 출발했다.

중앙고속도로로 가기 위해 안동-의성간 국도로 접어드니 상황이 바뀐다.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려있다. 이 도로가 이렇게 밀리는 것은 안동 온 후로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이 정도면 지역 뉴스에 나올 정도의 큰 사건이다. 시내와는 달리 국도 곳곳은 빙판이 되어있었다. 만나기로 한 일행에게 한 시간 정도 늦어질 것 같으니 먼저 시작하라고 전화를 했다. 조금 더 가니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한 대는 완전히 돌아서 역주행 방향으로 되어 있었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조심 운행했다. 국도를 빠져나와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가는 지방도로로 접어드니 차가 이상하다. 빙판도 아닌데 이상한 소리도 난다. 10년이 넘은 차여서 웬만한 소음엔 무딘 나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다. 어느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로 차를 빼고 살펴보니 왼쪽 앞바퀴가 내려앉았다. 빙판 길에서 날카로운 얼음에 찔린 모양이다.

만나기로 한 일행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못 갈 것 같다. 당신들끼리 진행해라. 그런데 안 된단다. 늦더라도 와야 한단다.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해보지도 않은 일이지만 왼쪽 앞바퀴를 내가 교체했다가 고속도로에서 바퀴 고정 나사가 빠지면 대형 사고가 될 수도 있다. 보험회사 긴급 서비스를 불러 교체했다. 경산의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 시간 반 이상이 늦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어느 후배는 나를 보자 웬만하면 차 좀 바꾸라고 한 마디 한다. 내 차가 고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타이어 빵꾸나는 것과 차가 고물인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모든 고장을 내 차가 고물인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후배가 야속하다. 지난 월요일에는 어느 분이 아내가 차에 대해 불평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묻기도 했다. 그 분 차도 상태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난해까진 차를 바꿔볼까 생각을 했지만 올해 들어서 이 차가 퍼질 때까지 타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아이들도 이젠 조금 컸는지 차 바꾸자는 소리를 덜 한다. 이제 휘발유 가격이 너무 올라 앞으로 사게 된다고 해도 큰 차를 사는 것은 재고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운행 중에 타이어가 빵꾸난 일이 세 번 있었다. 첫 빵꾸는 티코를 산 지 얼마되지 않은 때 휴가를 다녀오다 경주-울산간 산업도로에서 났다. 멀리서 보니 검은 색 비닐 봉지 비슷한 것이 있어 무심히 달렸는데 가까이서 보니 쇠뭉치였다. 피하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또 뒷차가 오는지 확인하지 않고 방향을 바꾸다가는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잖은가? 속도만 조금 줄인 상태에서 그냥 그 쇠뭉치를 지나고 말았다. 내려서 보니 팔뚝만한 쇠뭉치로 삐죽삐죽한 부분들이 돌출되어 있었다. 타이어 두 개가 빵꾸가 났고. 그 때 아내는 겁없이 아이를 안고 앞자리에 앉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카센터에서 들으니 그 도로는 산업도로여서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는데 뭔가를 떨어뜨리고 가는 차들이 많다고 했다. 두 번째 빵꾸는 3년 정도 전 추석 전날 대구로 가는 길에 났다. 이때는 사실 타이어 빵꾸가 날 징조가 있었는데도 모르고 운행하다 난 사고였다. 타이어에 못이 박혀 공기압이 낮아 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소리가 나곤 했는데도 모르고 그냥 운행을 하다 생긴 사고였다. 추석 전날 어른들 댁에 가다가 빵꾸가 났으니 난감한 일이었다. 어머님이 약간 의심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조건이었다.

토요일 출근해서 무용담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내 사고는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젊은 직원 한 사람이 청송 처가에서 출근하다가 빙판에 차가 미끄러져 부부가 모두 입원했다고 한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데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모양이다. 차 수리비가 천만 원이 나왔다고 한다. 새로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인데 큰일이다. 병문안을 가서 보니 2인실에 부부가 나란히 입원해있었다.

퇴근 후에 카센터로 갔다. 두 달 전에 타임 벨트, 배터리, 팬 벨트, 플러그를 가느라 30만 원 정도가 들어갔고 아직 카드 분할 납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카센터를 가야 하니 조금 울적해진다. 스페어 타이어 교체해주던 보험회사 직원이 브레이크 라이닝도 다 되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앞바퀴 두 개, 브레이크 라이닝, 엔진 오일 합쳐 19만원이 나왔다. 요즘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도 브레이크 한 번씩 들어오는 것도 신경이 쓰여 물어보니 그건 라이닝이 거의 닳으면 브레이크 오일이 내려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라이닝만 갈면 괜찮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 안동넷 & presstea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의 다른 기사